[비즈한국]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다시 경찰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태광의 오너 리스크가 재점화했다. 이 전 회장이 2021년 10월 만기 출소한 지 2년 만이자, 지난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후 불과 두 달 만이다. 경제 회복을 명분으로 사면을 강행한 정부도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이 전 회장 사면은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는데, 경찰 수사로 적절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법무부 차관의 이해충돌 위반 문제 역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복권되자마자 횡령 의혹…‘이호진 리스크’ 악몽 재현되나
조직 재정비 작업에 한창인 태광그룹이 또 다시 이호진 전 회장의 사법 리스크에 직면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24일 업무상 배임 및 횡령 등 혐의로 이호진 전 회장의 서울 장충동 자택과 종로구 흥국생명 빌딩 소재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사무실, 경기도 용인 태광CC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전 회장은 임직원들 계좌에 허위·중복 급여를 입금한 뒤 이를 빼돌리는 수법으로 20억 원 이상을 배임·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계열사 임원의 경우 겸직이 금지돼 있는데 이 전 회장이 이를 어기고 급여를 이중으로 받게 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급여가 지급된 시기는 이 전 회장 관련 재판이 진행된 2015~2018년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 전 회장이 태광CC를 통해 계열사를 부당 지원했는지도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태광CC가 실제 하지 않은 공사의 공사비 8억 6000만 원을 대납하게 했다는 의혹이다.
태광그룹은 일단 이 전 회장과의 관련성을 부인하며, 전 경영진이 벌인 비위 행위가 전임 회장의 혐의로 둔갑했다고 대응에 나섰다. 태광그룹은 압수수색 하루 만에 내놓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해당 시기에) 이호진 전 회장은 수감 중이었거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였으며 일상적 경영에는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실체가 낱낱이 드러날 수 있도록 경찰 수사에 필요한 모든 자료를 제공하는 등 적극 협조할 것”이라며 “전임 경영진의 비위 행위에 대해서는 즉각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고 전임 경영진이 그룹 살림을 도맡았던 시기 발생한 비위 행위였다는 사실이 감사를 통해 확인됐다”고 말했다.
태광그룹은 지난 8월 초 계열사에 대한 자체 내부 감사 과정에서 부동산 관리 및 건설·레저 사업 등을 담당하는 계열사 티시스의 내부 비위 행위를 파악했다. 그룹 최고 실세였던 김기유 티시스 대표는 당시 관리 책임을 물어 해임됐다. 현재도 감사가 진행 중이지만 직위 해제가 아닌 해임 조치가 이뤄진 건 김 전 대표가 유일하다.
#법무부 차관 남편이 태광그룹 고문 ‘이해충돌 논란’
화살을 급하게 김 전 대표 쪽으로 돌렸지만 이 전 회장의 경영 일선 복귀에는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 결과에 따라 재판이 진행되면 쇄신을 내걸고 진행한 내부 특별 감사마저 의미가 퇴색할 가능성이 크다.
이 전 회장은 횡령과 배임, 법인세 포탈 혐의로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2011년 관련 혐의로 구속 기소됐고 이듬해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대표이사를 포함해 그룹 내 모든 법적 지위와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2019년 3년형을 확정 받고 2021년 10월 형기를 마친 뒤 출소했다.
이 전 회장의 횡령 의혹이 새롭게 불거지면서 불과 두 달 전 특별사면을 결정한 법무부도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취업 제한에 따라 이 전 회장은 2026년 10월까지 관련 기업에 취업이 불가한 상태였으나 지난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됐다. 얼마 전까지도 업계에서는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를 시기 문제라고 봤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사면 심사 당시 이해충돌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노공 법무부 차관은 당시 사면심사위원회 사면심사에 당연직 위원으로 참석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 차관의 남편 송종호 변호사는 2017년부터 태광 관련 업무에 관여하고 있다. 송 변호사는 태광그룹 법무실장(전무)를 지냈고 현재 고문직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홍일 권익위원장이 19일 권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고 회피를 해야 한다”는 기존 답변을 “정확히 말씀드리면 회피 신고 의무가 없다”고 번복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이 차관 역시 지난 11일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심사위원회에 앉아는 있었는데 심의과정에서 회피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태광그룹 고문의 배우자가 심사 자리에 있다는 자체가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면 기준을 번복하는 것도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방책이라고 본다”며 “올해 광복절 특사는 재벌들을 일괄적으로 사면한 특사였다. 태광의 사례는 잘못된 사면의 대표적인 예시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핫클릭]
·
차기 FA-50 'AESA 레이더' 두고 LIG넥스원-한화시스템 격돌
·
'공적자금 회수 위한 상장' 서울보증보험 상장 철회한 까닭
·
[단독] 권상우, 성수동 셀프세차장 부지 572억 원에 다시 내놨다
·
합병 통해 2대 주주로 '훌쩍' 한국카본 오너 3세 조연호의 다음 행보는?
·
[단독] 이신근 썬밸리그룹 회장, 축구장 55배 면적 농지 '불법 취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