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왕십리역 스타벅스 엔터식스점에서는 음료를 일회용 컵으로 옮기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곳의 스타벅스 직원들은 완성된 음료를 머그잔에 담았다가, 다시 일회용 컵에 옮기는 일이 일상이다. 직원과 고객이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스타벅스를 이용하던 시민 A 씨는 “바로 앞 테이블에서 먹는데도 매장 밖이라며 테이크아웃 해야 한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이미 나온 음료와 케이크를 다시 테이크아웃 해 앞에서 먹다가 다시 내부에 자리가 나서 옮겼는데, 다시 매장 안에서는 일회용품 사용 금지라며 일회용품을 버리고 새 용기에 담아줬다. 이런 낭비가 또 있을까 싶었다”고 밝혔다.
#비좁은 스타벅스, 늘어나는 일회용 컵
왕십리역 엔터식스 지하 1층에 위치한 스타벅스 엔터식스점은 다른 매장에 비해 유난히 좁지만, 엔터식스 광장(어라운드 스퀘어)과 연결된 구조다. 회전목마로 된 의자와 테이블 덕에 이곳에 앉아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문제는 이 때문에 종종 실랑이가 벌어진다는 거다. 회전목마에서 자리를 잡고 ‘매장용 컵’으로 음료를 주문하면 스타벅스 직원은 이를 다시 일회용 컵에 담아준다. 원칙적으로 ‘매장 밖’이라 머그잔 사용이 안 된다는 거다. 소비자들은 사전 안내가 부족해 의도치 않게 일회용 컵을 쓴다고 토로한다.
회전목마에서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던 B 씨는 “매장 밖이라고 하지만, 매장 문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바로 앞까지 테이블이 있어 매장 내·외부를 구분하기 어렵다. 둘 다 실내다. 보통 백화점 등은 음식을 구매하면 공용 공간에서 먹을 수 있지 않나. 이렇게 하면 되지 왜 한 발짝이라도 나가면 절대 매장 식기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주문했을 때부터 이야기했으면 처음부터 테이크아웃용으로 시켰을 텐데, 안내가 없어 머그잔으로 시켰다가 다시 일회용 컵으로 옮겨 담았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한 주문에 매장용 컵을 두 번, 일회용 컵을 두 번 사용하는 경우도 생긴다. 고객 C 씨는 “매장 안이 너무 좁아 당연히 회전목마에서 먹을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여기서 먹으려면 테이크아웃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 머그잔에 있던 음료를 일회용 컵으로 교체해 마셨다. 그러다 자리가 나 매장 안으로 들어왔는데, 일회용 컵으로 먹으면 안 된다며 다시 머그잔으로 바꿔줬다. 이후 음료가 많이 남아 가져가려고 하니 다시 새 일회용 컵으로 교체해 줬다”고 설명했다.
바로 앞 테이블에 자리 잡고 음료를 주문한 D 씨는 물 한 잔을 직원에게 요청했다. 이에 직원은 다회용컵에 담아 물을 주며 “테이블 가서 드시지 말고 여기서 다 드시고 가셔야 해요”라고 신신당부하기도 했다.
사람이 몰리는 주말에는 이런 일이 더 자주 생긴다. 시민 E 씨는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겠다고 해 놓고는, 오히려 일회용 컵이 아니면 사용을 못 하게 해 황당했다. 매장을 이렇게 좁게 해 놓고 결국에는 일회용 컵 사용을 유발하는 게 아니냐. 일회용 컵을 사용해야 하는 걸 알았으면 굳이 여기서 주문하지 않았을 것”고 비판했다.
또 다른 시민 F 씨는 “이렇게 작은 스타벅스는 처음이다. 회전목마에서 먹으라고 꾸며둔 줄 알았다. 안내판이라도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런 불만은 온라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비자들은 스타벅스 엔터식스점에 대해 “자리가 협소해 매장 밖 테이블에서 포장해 먹었다”, “앉을 자리가 별로 없어 테이크아웃 해 회전목마 주변에서 먹어야 한다”, “방문했던 스타벅스 중 가장 좁은 매장” 등 후기를 남겼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불만이 나오지만, 스타벅스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매장 크기는 상권에 따라서 매장 오픈 시 결정한다. 엔터식스점 같은 경우 굉장히 오래된 매장이다. 테이크아웃 컵 같은 경우 예전에는 매장 내에서도 취식이 가능했고, 해당 매장은 쇼핑을 위한 고객들이 주로 방문하는 매장이라 최초에 매장 규모가 크지 않게 구성됐다. 지금은 매장 내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못 해 그렇게 안내하는 것 같다. 매장과 가깝더라도 매장 외부이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매장 컵으로 먹으면 스타벅스의 영업 행위가 되는 부분이다. 영업신고가 안 된 공간이라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엔터식스 관계자는 “어라운드 스퀘어는 공용면적으로 영업 행위를 하는 건 불법이라 어쩔 수 없다. 스타벅스 관계자와 안내문 부착 등을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친환경 진정성에도 ‘물음표’
스타벅스의 친환경 정책에도 물음표가 떠오른다. 스타벅스는 시즌 한정으로 판매하던 대용량 음료 트렌타 사이즈를 10월부터 상시판매로 바꿨다. 트렌타는 기존 가장 큰 용량인 벤티(591ml)보다 약 1.5배가량 큰 887ml 사이즈다.
문제는 일회용품이다. 스타벅스는 트렌타 사이즈 음료를 테이크아웃 용으로만 제공한다. 매장 내에선 마시고 싶어도 마실 수 없는 구조다.
그간 스타벅스는 ‘일회용 컵 없는 매장 캠페인’을 2011년부터 진행했다. 2018년에는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빨대를 선제적으로 도입하기도 했다. 스타벅스는 ‘친환경 활동’ 기업의 선두 주자라고 자부하지만, 정작 텀블러 굿즈(MD, Merchandise) 등을 과도하게 출시해 ‘그린워싱’이 아니냐는 비판이 꾸준히 나왔다.
이번에 출시한 트렌타 음료 역시 887ml 이상의 텀블러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일회용 컵으로만 마실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스타벅스의 ‘친환경 정책’에 대한 진정성에도 의문이 나온다.
이와 관련 스타벅스 관계자는 “트렌타 고객의 수요를 파악해보니 매장 외에서 하루 종일 마시는 속성이 있었다. 매장 내 취식 관련해서는 지속적으로 고객 의견을 경청해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스타벅스가 친환경 정책을 하는 것 자체는 굉장히 바람직하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지 않는 효과가 나야 하는데, 현재는 그냥 친환경을 하는 것처럼 표방만 하고,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결국 친환경인 척하는 일종의 ‘그린워싱’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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