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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손님은 북적, 상인은 말조심…10·​29 참사 1주기 맞은 이태원

추모객들 "안전이 중요" 상인들 "평일 30% 주말 90% 회복, 이태원 왜 가냐고 욕하지 말았으면"

2023.10.23(Mon) 18:09:40

[비즈한국] 159명의 생명이 스러진 10·29 참사 1주기를 앞둔 22일 저녁 7시, 이태원역은 지하철을 타려는 사람들도, 내리려는 사람들도 많았다. 혼자 온 사람부터 여럿이 온 사람까지 모두 들뜬 표정이었다. 참사 1주기를 앞두고 현장을 다시 방문한 취재진도 보였다. 1번 출구에서 나와 얼마 걷지 않아 노란색 포스트잇으로 가득 채워진 보라색 벽이 등장했다. 10·29 참사 추모 공간이었다. 공간 주변으로는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조성 공사 중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인근 건물들에는 추모 행사를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 조성된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다. 사진=김초영 기자

 

#유가족부터 외국인 관광객까지 추모 공간 가득 채운 편지들

 

골목 초입의 추모 공간은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계속해서 멈추게 했다. 골목에는 외국어로 적힌 설명 한 줄 없었지만,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는 듯 외국인들도 포스트잇에 글을 남기기 위해 한참을 머무르곤 했다. 포스트잇은 중국어, 러시아어 등 다양한 언어가 적혀 있었다. 드문드문 유가족들의 글도 보였다. ‘여보, 벌써 1년이 되어가요. 아직도 믿기지 않고, 아직도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여보가 간 그곳이 어디든 우리 여보가 원하던 대로 평온한 곳이 되길 바라요,’ 또 다른 포스트잇에는 ‘누나. 벌써 1년이네. 그때처럼 슬슬 추워지고 있어. 엄마, 아빠도 늘 누나 생각뿐이야. 같이 오고 싶었지만 많이 힘들어하실 것 같아서 혼자 왔다가. 항상 우리 가족 바라봐 주고 지켜줘’라는 글이 담겨 있었다.

 

추모 공간에 붙어 있는 유가족의 포스트잇. 사진=김초영 기자

 

이태원을 찾은 방문객들은 “그날 이곳을 왔던 사람들은 잘못이 없다.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40여 분 동안 추모 공간을 바라보던 선우 아무개 씨는 떨어지는 포스트잇은 없는지 보기 위해 주기적으로 온다고 전했다. 떨어진 포스트잇은 모아서 유가족들이 있는 서울광장 분향소에 가져간다고 했다. 그는 “매년 즐겨오던 하나의 문화일 뿐인데, ‘누가 너희 등 떠밀면서 가라고 했냐’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여기 왔던 사람들이 무슨 죄가 있나. 이런 말들 때문에 생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유가족들도 고통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추모 공간을 찾은 A 씨는 “국가나 지자체에서 어떤 기획을 하든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안전권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 바로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태국에서 온 B 씨는 “이태원에 자주 오기 때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다. 같은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태원에 올 때마다 추모 공간을 방문한다”고 말했다.

 

#상인들 “상권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이태원 왜 가냐고 하지 말길”

 

골목 뒤편에 있는 이태원 세계음식거리는 인파로 붐볐다. 날씨가 선선해 늦은 시간대임에도 가게 대부분 테라스 문이 열려 있었는데, 테라스 공간과 내부 공간 모두 손님으로 가득했다. 특정 시간대에 접어들자 인근 주점의 상호가 적힌, 불이 들어오는 배지를 단 이들이 골목을 통해 하나둘씩 올라오기도 했다. 다만 이 기간이면 ​통상 ​걸려 있는 핼러윈 장식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태원 관광특구 홍보관 건물에는 ‘안전한 이태원(safety 1taewon)’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벽면에 붙어 있었다.

 

22일 밤 9시께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태원 세계문화음식의 거리. 사진=김초영 기자

 

이날 상인들은 “상황이 나아졌지만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다. 추모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영업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게 대부분은 핼러윈을 맞아 따로 행사를 진행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주점 직원 이 아무개 씨는 “주말의 경우 70% 정도 회복을 했다. (참사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상인들도 많이 힘들어했다.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며 “좋은 소리를 듣지는 못할 것 같아서 따로 핼러윈 행사를 준비하지는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포차 직원 C 씨는 “평일에는 30~40% 정도 살아나고, 주말에는 90%까지 살아날 때도 있다. 한 달 정도 전부터 사람이 늘어난 것 같다. 원래 2주 정도 전부터 가게 안팎을 핼러윈 장식으로 꾸미곤 하는데 올해는 안 하는 분위기”라며 “사람들이 ‘이태원에 왜 가냐’ 같은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태원 오는 사람이 나쁜 사람인 것처럼 여론을 형성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일부 상인은 말을 아꼈다. 참사 당시 책임 논란이 일었던 인근 가게들은 인터뷰를 피했다. 한 주점 직원은 “언론 인터뷰를 아예 하지 않는다”며 여러 차례 인터뷰를 거절했다. 반대편 주점 직원 역시 “자중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은지 적은지, 인파와 관련해 따로 언급하기 어렵다”고만 말했다.

 

정부는 19일 핼러윈 대비 인파관리 대책 회의를 열고 핼러윈 기간(10월 27일~11월 1일) 서울 이태원·홍대·명동과 대구 동성로 등 주요 번화가에 국장급 상황관리관을 파견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태원과 홍대에서는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골목길 경사도 등 보행 안전 요소, 불법 건축물과 주정차 등 보행 방해 요소를 확인 및 조치하는 사전점검을 실시한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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