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산후조리원이 폐업한다는데 어쩌나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산후조리원 폐업으로 발을 동동거리는 예비엄마들의 글이 부쩍 늘었다. 저출산으로 신생아 수가 줄면서 경영난에 시달리다 문을 닫는 산후조리원이 크게 늘고 있다. 이런 산후조리원 줄폐업 흐름은 시장 가격의 상승에도 영향을 주는 모습이다.
#조리원에 산모가 1명…문 닫는 산후조리원 늘어간다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전국 산후조리원 현황에 따르면 6월 기준 전국에서 운영 중인 산후조리원은 총 469곳이다. 산후조리원 수는 2016년 이후 매년 감소세를 보인다. 2016년 612개까지 늘었던 산후조리원은 2017년 599개로 줄었고, 2019년 518개, 2021년에는 492개로 감소했다.
최근에는 산후조리원의 폐업이 빨라지는 추세다. 인천의 한 여성병원은 지난달 운영을 중단하고 산후조리원의 문도 닫았다. 이 병원 산후조리원을 예약했던 임산부들은 폐업 한 달 전 운영 중단 통보를 받고 부랴부랴 다른 산후조리원을 찾느라 진땀을 뺐다. 경기도의 한 산후조리원도 지난달 경영난을 이유로 문을 닫았다. 경기도 화성시에 사는 박 아무개 씨는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첫째를 낳고 입소했던 조리원에 다시 가려니 그새 폐업을 했더라”며 “선택할 수 있는 조리원이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산후조리원 폐업은 지방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전의 A 산부인과는 지난달 폐원을 결정하며 운영하던 산후조리원도 문을 닫았다. 이 조리원은 대전 지역에서 운영 중인 10개 조리원 중에서도 ‘가성비’가 높다고 꼽히던 곳이다. 대전 산후조리원 중 특실 비용이 300만 원 이하인 곳은 이곳이 유일했다.
대구의 B 산후조리원도 이달 말 폐업을 결정했다. B 조리원은 3년 전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해 대구 지역에서 가장 시설이 좋은 곳으로 입소문이 났었다. B 산후조리원 관계자는 “경영 상황이 어렵다 보니 부득이하게 문을 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울산의 C 산후조리원도 지난달 문을 닫았다. C 조리원 측은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과 의료인력 수급의 어려움으로 부득이하게 휴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청주에서 가장 고가로 운영되던 D 산후조리원도 지난달부터 운영을 중단했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김 아무개 씨는 최근 출산한 아내와 함께 산후조리원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그는 “아내가 입소한 산후조리원에 산모가 아내 혼자였다”면서 “규모가 작은 곳이라 산모를 10명 정도만 받는다고 안내 받긴 했지만, 혼자만 지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산후조리원이 문을 닫는 상황이 이해가 간다”고 전했다.
한국산후조리원협회 관계자는 “저출산으로 출생아 수가 줄다 보니 산후조리원 수요도 감소해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라며 “서울이나 신도시의 경우 젊은 부부가 많아 산후조리원이 새로 개설되기도 하지만 지방은 출산율이 심각하게 떨어지다 보니 감소세가 가파르다”고 전했다.
#생존하려면 ‘고급화’해야? 일부는 은근슬쩍 가격만 올려
산후조리원 줄폐업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시장 전반의 가격 상승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산후조리원 전국 평균 이용요금(2주, 일반실 기준)은 2017년 241만 원에서 2022년 307만 원으로 27.4% 상승했다. 서울만 놓고 보면 같은 기간 산후조리원 요금은 317만 원에서 410만 원으로 훌쩍 뛰었다. 올해도 가격 상승 분위기는 이어지고 있다. 6월 기준 산후조리원 전국 평균 이용요금은 320만 원으로 6개월 전보다 13만 원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생존을 위해 부득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최신 시설, 고급 서비스의 산후조리원을 찾는 고객 수요가 커져 고급화를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가 힘들어졌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출산으로 자녀를 한 명만 낳는 산모가 늘면서 산후조리에 신경을 많이 쓴다. 또 요즘은 산후조리원 비용을 부모님이 내주며 지원 받는 경우가 많다 보니 더 좋은 서비스와 시설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조리원도 생존을 위해서는 고객 수요에 맞출 수밖에 없다. 가성비를 따지는 고객이 많아지면 가격 경쟁이 치열하겠지만 요즘 분위기는 더 나은 서비스와 시설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또 산모들이 자연분만보다 제왕절개를 선호해 모션베드를 찾는 경우가 많다. 시설을 업그레이드하고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려다 보니 부득이하게 가격이 상승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산후조리원은 시설이나 서비스 개선 없이 은근슬쩍 가격만 올리는 꼼수를 쓴다. 지난 3월 출산한 김 아무개 씨는 “산후조리원을 작년에 미리 계약했는데, 입실할 때는 가격이 50만 원이 올랐더라. 달라진 게 전혀 없었는데 가격만 올라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간단한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이를 빌미로 가격을 올리는 업체들도 상당수다. E 산후조리원은 이달 입원실과 복도의 도배지를 교체하는데, 공사 후 일반실 가격을 30만 원 올리기로 했다. 이 조리원의 이용을 고민했다던 한 예비엄마는 “공사 기간에 산모들도 입실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공사라고 해놓고는 리모델링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는 것이 황당하다”고 성토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시설 보수 등의 이유로 소비자에게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지자체에서 산후조리원 가격이 합당한지를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년 대비 올해 인상된 가격이 적절한지 등을 살펴보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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