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불법 스팸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가운데, 이동통신사가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 대출 문자로 이익을 거둬온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다. 가짜 대출 상품 등 스미싱 문자로 금융 취약계층을 노리는 범죄가 발생하는 가운데 이통사 광고가 이용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쏟아지는 대출 스팸, 알고 보니 통신사가 발송
이통사가 저축은행의 대출 광고로 벌어들인 매출은 연 10억 원대 수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정필모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5일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이동통신사 2022 연간 광고 대행 서비스 현황’ 자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자료에 따르면 SKT와 KT는 업종별 광고를 대행하면서 일부 이용자에게 대출 상품을 추천하는 스팸 문자를 발송했다. 광고 대행 서비스의 주체는 통신사로, 정보 적합도가 높은 이용자에게 특정 광고를 발송하는 타깃 마케팅의 일환이다. 이통사 서비스를 이용할 때 마케팅 정보 수신에 동의한 경우 맞춤형 광고가 발송된다. 광고 대행 메시지에선 통신사가 주체임을 밝히고 있다.
SKT가 광고 대행 서비스를 진행한 70여 개 업종 중 저축은행의 비중은 11%로, 연 매출은 약 11억 1000만 원이었다. KT의 경우 저축은행 비중이 36%, 매출은 약 10억 5000만 원을 기록했다. LG 유플러스는 방통위 측에 “저축은행 광고 대행은 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은 “분류된 고객 정보를 낮은 신용등급의 가입자를 선호하는 저축은행에 판매한 셈”이라며 통신사가 ‘통신신용등급’을 이용한 정보를 저축은행에 제공한 행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KT가 “금융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통신정보를 활용한 통신신용등급을 저축은행과 공동으로 개발했다”라며 “제휴광고 수신에 동의한 고객을 대상으로 저축은행 광고 문자를 발송했다”라고 답변한 데 따른 것이다.
통신신용등급이란 통신비 납부 이력, 통화량, 가입 기간 등 금융 데이터 대신 통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대안신용평가 모형이다. 사회 초년생, 주부, 프리랜서 등 금융 거래 이력이 적은 ‘신 파일러(Thin filer)’를 위해 쓰인다. KT는 지난 2020년 ‘금융 혜택 안내 서비스’를 출시해 BNK 부산은행,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등과 손잡고 KT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상품을 제공하기도 했다. KT 데이터로 분석한 통신신용등급을 기반으로 금리나 대출 한도를 산출하는 식이다.
이통사가 영리 목적으로 하는 서비스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이통사는 B2C인 광고 대행뿐만 아니라 기업이 고객에게 대량으로 광고·알림 문자를 보내는 B2B 기업메시징 등 여러 서비스를 운용한다. 이통사 관계자는 “금융권에서 대출이 어려운 이용자에게는 대출 광고가 필요한 정보일 수 있다”라며 “타겟 마케팅이기 때문에 적합도도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스팸·스미싱 피해가 큰 가운데 이통사가 특정 이용자를 대상으로 대출 상품을 추천하고 광고비를 받았다는 점에서 공분을 사고 있다. 방통위가 6일 발표한 ‘2023 상반기 스팸 유통 현황’에 따르면 문자 스팸 유형 중 금융은 21.7%, 불법 대출은 17.7%로 각각 2, 3위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 중 신고·탐지된 문자 스팸은 1억 89만 건, 이용자가 받는 스팸 문자는 월평균 5.23통에 달한다.
시중은행의 대출 상품을 가장한 불법 스팸을 보내 취약 계층의 상담을 유도하는 금융 범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어, 이용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9월에는 이동관 신임 방통위원장이 통신 3사와의 첫 간담회에서 “서민의 가계를 위협하는 불법 스팸, 보이스피싱을 근절하는 데 앞장서 달라”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 “정기적으로 광고 수신 동의 받아야” 개정안 발의
그러나 현행법으로는 이통사의 대출 광고를 제한하기 어렵다. 방통위 관계자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50조(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 전송 제한)를 준수했다면 법적으로 위반 사항은 아니다”라며 “이 조항은 이용자가 최초로 수신 동의한 날부터 2년마다 안내하고, 수신 거부할 방법을 명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용자 정보를 활용한 타깃 광고에 대해서는 “이통사 신청서 양식을 확인해보니 광고 수신 동의 여부를 받는 항목에 은행 등 제휴 업체를 명시하고 있다”라며 “사전 동의를 받았다면 위법하지 않다”라고 전했다.
이렇다 보니 광고 수신 동의를 받는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항목별로 동의를 받거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수신 동의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것. 정 의원 측은 “광고 대행 서비스는 가입자 동의를 전제로 한다. 동의서에는 이통사 및 제삼자의 광고를 전송하는 데 동의한다고 기재돼 있지, 대출 광고를 구분해서 묻지는 않는다”라며 “이통사에 가입하거나 앱을 설치하면서 무심코 동의하면 광고 폭탄을 받을 수 있다”라고 꼬집었다.
현행법은 기존의 광고 수신 동의를 확인하는 절차만 거치고 있어, 이를 개선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지난 6월 12일 김정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일부 개정안’은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 전송 시 정기적으로 수신자의 수신 동의를 다시 받거나, 의사 표시를 하지 않을 경우 철회한 것으로 보는 것이 골자다.
이통사는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한다. KT는 “마케팅 수신 선택에 동의한 고객에게만 제휴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문자로 홍보한다”라며 “고객은 법적 절차에 따라 콜센터와 온라인을 통해 수신 거부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SKT 측은 “광고 대행은 정보통신망법을 준수한 서비스”라며 “대출 상품의 경우 저축은행협회의 심의필을 받은 문구로만 발송한다”라고 설명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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