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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관리기업 매각 앞에 도사린 '암초'들

대한항공·아시아나는 유럽·미국서 기업결합 승인 차질, HMM은 인수희망사들보다 덩치 더 커 '부담'

2023.10.18(Wed) 10:52:38

[비즈한국] 산업은행이 공적자금을 투입해 관리하던 기업들 매각에 속도를 냈지만, 다들 ‘암초’에 걸리고 있다. HMM 매각은 인수 희망자들의 총알이 부족해 헐값 매각 논란이 우려되고, 아시아나항공은 유럽연합(EU)의 반대로 대한항공과의 합병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올해 6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안에 매각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HMM Hamburg(함부르크)’호. 국내 1위 종합해운 물류기업 HMM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매각이 쉽지 않아 보인다. 사진=HMM 홈페이지

 

#HMM, 지난해 실적 좋은데 매각은…

 

국내 1위 종합해운 물류기업인 HMM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그런 만큼 올해 안에 매각하겠다는 산업은행의 매각 시기 선택은 적절해 보였다. 

 

HMM은 지난해 3조 원을 넘나드는 분기별 영업이익을 내며 매출 18조 5868억 원, 영업이익 9조 9455억 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0조 854억 원으로 역시 사상 최대치였고, 국내 상장사 영업이익률 1위(53.5%)라는 대기록이었다. 올해 6월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14조 원에 달할 정도로 매력적인 매물이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안에 HMM을 매각하겠다고 공언한 것도 이 같은 실적 기록을 바탕으로 한 판단이었다.

 

당연히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들은 있다. LX, 하림, 동원그룹이 인수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HMM의 매각가를 고려할 때 인수여력이 충분한 곳은 없는 상황이다. HMM의 덩치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예측되는 HMM 매각가는 7조 원 안팎. 산업은행 등 정부가 HMM에 투입한 공적자금은 6조 8000억 원. 최근 업황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한다 해도 최소 6조 원 이상은 받아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문제는 인수전에 참가한 기업들의 자금 여력이다. LX그룹의 현금성 자산은 2조 5000억 원, 하림그룹은 1조 5000억 원, 동원그룹은 6000억 원에 불과하다. 인수를 하게 되면 HMM이 그룹사의 가장 큰 계열사가 된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코로나 호황 종료 등에 따른 물동량 감소와 운임 하락이 해운업 침체로 이어지면서 HMM의 올해 실적은 크게 줄어들었다.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49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3%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액 역시 2조 1143억 원으로 58.6%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해상운임 등 업황에 따라 순식간에 적자를 낼 수 있다는 위험 부담이 있는 시장 상황이 인수 희망 기업들에게 ‘변수’가 될 수 있다.

 

산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매각가를 ‘최소 7조 원’이라고 보고했다. 어떻게든 처분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상황에서, 기업들의 인수 희망가와 차이가 상당해 매각가 인하가 이뤄질 경우 배임 등 여러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 HMM의 매각을 놓고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EU와 미국에 발목 잡힌 아시아나-대한항공 합병

 

산업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합병도 요원해 보인다. 합병 작업이 3년째 지속되고 있지만, 기업결합 승인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하는 4개국 중 EU, 미국, 일본 3개국의 허가가 나지 않았다. 

 

특히 EU와 미국에서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상당하다. 관련 사안에 정통한 IB(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EU는 양 사의 합병에 부정적이어서 지속적으로 이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대한항공은 우선 EU로부터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기업결합)을 승인받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를 매각하고 자사 유럽 노선 네 개를 포기하기로 했다. 두 회사 합병으로 인한 경쟁 제한을 우려한 EU 경쟁당국의 요구사항을 사실상 전부 받아들인 조치다. 아시아나항공도 이를 위해 조만간 열릴 이사회에서 대한항공과의 M&A를 위해 화물사업을 부분 매각하는 안을 논의한다.

 

인천공항에 있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아시아나항공은 EU와 미국에서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을 승인 받고자 화물사업부를 매각할 예정이지만, 승인이 날지는 미지수다. 사진=비즈한국 DB

 

문제는 노조의 반대와 EU·미국의 태도 변화 가능성이다. 아시아나 노조는 화물사업부 매각 결정에 반대하고 있다. 국내 저비용 항공사에 매각하는 안이 거론되지만, 구체적으로 인수를 희망하는 곳도 나오지 않았다. 또 EU와 미국 당국이 여객 부분 독점도 우려하는 탓에 화물 매각 후에도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그동안 지원한 자금은 3조 6000억 원가량. 합병이 결렬된다면 공적자금 회수의 어려움은 물론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앞선 관계자는 “지금은 EU와 미국의 결정만 바라보며 설득하는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내년 상반기 즈음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보는데 EU의 결정 여부에 따라 공적 자금 회수 시기도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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