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어떤 툴이 나오는지 주시하고, 써보고, 어떻게 나만의 시크릿 툴로 만들어낼지 고민하세요.”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2023’의 네 번째 연사로 무대에 선 제프 한 엘라스틱 디자인 디렉터는 AI 툴을 활용해 시간을 단축하면서도 디자이너 개개인만이 가진 경험을 충실히 살려 좋은 스토리보드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프 한 엘라스틱 디자인 디렉터는 드라마나 영화가 시작하기 전 감독 이름부터 드라마 제목에 이르는 1분 정도의 영상인 타이틀 시퀀스를 제작한다. 그는 “전체적인 방향을 제시해주는, 톤앤매너가 드러나는 브랜딩의 시작”이라고 타이틀 시퀀스를 설명했다.
한 디렉터는 영화 ‘웨스트필드’와 ‘왕좌의 게임’ 타이틀 시퀀스 제작 사례를 소개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동생인 조너선 놀란과 영화 ‘웨스트필드’ 타이틀 시퀀스 제작 미팅을 할 당시, 그는 싱어송라이터 조니 캐시의 히트곡 ‘허트’를 메인 타이틀로 쓰고 싶다며 그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부탁했다고 한다. 이에 한 디렉터는 이 노래를 하루에 8시간씩 1주일 동안 계속 들으면서 작업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한 디렉터는 왕좌의 게임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왕좌의 게임에는 여러 장소가 나온다. 처음 접하는 분들은 여기가 어디고 저기가 어딘지 헷갈릴 수가 있다. 그래서 타이틀 시퀀스를 통해 전체 지도를 쫙 보여줌으로써 드라마 배경의 이해를 돕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타이틀 시퀀스를 어떻게 구성하는지에 대해 “드라마 명장면이나 주요 장면을 연속적으로 보여주게 되면 드라마를 보기도 전에 그 드라마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다 보여주게 되는 수가 있다. 이게 틀렸다고 하기에는 그렇지만 좋은 콘셉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드라마의 특별한 주제나 톤, 배경, 캐릭터를 소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드라마가 전하고 싶어 하는 전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디렉터는 일상 속에서 영감을 떠올려 프로젝트를 진행한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DC코믹스 ‘둠 패트롤(Doom patrol)’의 타이틀 시퀀스를 작업할 당시 추수감사절이었다. 칠면조를 메인 요리로 먹으면서 칠면조 대신 뇌를 그리면 재밌는 그림이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말씀을 드렸다”며 “이후 여배우 캐릭터 역시 샤워할 때 뼈가 드러나는 손의 모습이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회상했다.
그는 “스케치 그린 것을 보내면 바로 스타일 프레임을 만들어주고, 그걸 바탕으로 전체적인 에디팅 작업에 들어간다”며 “이후 애니메틱이라고 부르는 단계가 시작된다. 회색으로만 장면들을 연결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이후 승인이 나면 그때부터 바로 진짜 프로덕션에 들어간다. 이후 렌더링까지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다”고 전반적인 과정을 설명했다.
강연 후반부는 생성형 AI를 한 디렉터가 활용한 경험, 그가 생각하는 생성형 AI가 모션 그래픽에 미칠 영향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그는 생성형 AI를 활용하게 된 계기에 대해 “코로나19가 시작되고 메타버스와 NFT의 시대가 왔었다. 당시 모션 그래픽을 하는 분들이 개인 작품을 NFT로 판매해 큰 수익을 올리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다. 그러던 중 NFT의 인기가 사그라들고, 메타버스와 NFT 다음은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다가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게 기회다는 생각을 했다”며 “당시 매일 작품을 만들어서 큰 유명세를 얻고 돈을 버는 분을 보면서 나도 따라 매일 작품을 올리기 시작했다. 챗GPT가 나오기 6개월 전이었고, 프롬프트(생성형 AI에 지시하는 명령어)라는 게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고, 프롬프트 엔지니어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AI로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사람들로부터 나오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작품에 대한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뉘었다. 혁명적이라는 사람도 있고, 지저분하고 보기 흉하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맥도날드, 디즈니랜드, 나이키 등을 소재로 미드저니(이미지 생성 AI 프로그램)로 만든 초기 작품들을 소개하며 “당시 많은 인기를 얻어 하루아침에 AI 아티스트 인플루언서가 됐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는 이후에도 일상 속에서 AI 툴을 활용한 여러 사례를 소개하며 간단한 프롬프트로도 멋진 작품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디렉터는 미드저니 초기 버전을 활용해 애플워치 프리미엄 모델 피치에 참여했던 이야기도 들려줬다. 당시 애플워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시기여서 그는 미드저기 초기 버전을 통해 흙, 물, 얼음 등이 담긴 이미지에 애플워치 이미지를 따로 합성했다. 그는 “AI로 만든 작품이 TV에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드저니는 빠르게 업데이트되고 있다. 한두 달마다 200~300퍼센트씩 능력이 놀라간다”며 “이제 웬만한 콘셉트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한 것만큼 퀄리티가 올라갔다. 사람들이 경계의 대상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한 디렉터는 “결국 수십만 이미지들 가운데 내 이미지가 어떻게 다른지, 어떻게 튀어 보일 수 있는지를 뒷받침할 스토리보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다. 어떤 감정을 느끼게 만들 것인지, 어떤 스토리를 전달할 것인지가 더 중요해졌다. 경험과 기본기가 충실한 디자이너만 이것이 가능하다”며 “AI는 앞으로 더 강력해질 것이다. AI 시대를 잘 준비하는 실력 있는 디자이너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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