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인공지능(AI) 붐이 불면서 ‘초거대 AI’ ‘생성형 AI’라는 말은 익숙해졌다. AI를 산업 현장에서 활용하면서 AI가 사람의 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AI가 결과물을 만드는 방법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화영 LG AI 연구원 상무는 “AI가 어떻게 동작하는지 모르면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며 “AI의 동작 방식을 알면 AI와의 협업을 준비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화영 상무는 LG AI 연구원 사업개발부문장, LG전자 CTO, SW 센터를 거쳐 현재 LG AI 연구원에서 AI 기반 사업전략 부문을 이끌고 있다. LG AI 연구원은 초거대 멀티모달 AI ‘엑사원(EXAONE)’을 개발했다.
이 상무는 “AI에 대해 강연할 때마다 ‘AI가 내 일을 대체하지 않을까’ 하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AI와 협업하면 작업물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며 “AI의 러닝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면 AI가 어떤 존재인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강연의 포문을 열었다.
이 상무는 AI가 학습하는 과정을 “데이터값을 가장 잘 대변하는 함수를 찾는 과정”이라고 풀었다. 그는 “생각보다 쉽고 단순하다. 임의의 값을 넣어 오류가 0에 수렴할 때까지 계산한다”며 “여러 차례 계산을 반복해 최적의 함숫값을 찾는다. 이것이 AI가 학습하는 거의 전부다. 텍스트를 넣고 이미지를 만드는 AI든, 의료 영상을 보고 백신을 만드는 AI든 이 같은 과정을 거친다”라고 설명했다.
학습을 거쳐 찾은 함수에 평수·위치 등의 값을 넣으면 예상 집값을 산출하고, 심전도·혈당·나이·혈압 등의 수치를 넣으면 심장병에 걸릴 확률을 알아내는 AI가 탄생한다. 나아가 방대한 데이터를 넣어 예측하고, 계산을 반복해 최적의 값을 찾는 과정을 반복하면 굉장히 복잡한 함수를 만들 수 있다. 이 과정이 심층학습, 즉 딥러닝이다.
딥러닝 개념이 나온 지는 오래됐으나 활용이 어려웠던 건 AI 학습을 위해 실제 데이터값을 쌓는 ‘레이블링’ 작업이 있어서다. AI 학습을 위한 레이블링은 사람이 일일이 해야 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 레이블링한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AI가 정교해져 정확한 답을 낼 수 있다. 이 상무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예를 들면, 자동차·보행자를 별도로 레이블링하는 등 너무 많은 노동력이 들어갔다. 게다가 나라마다 표지판, 신호 체계가 다르지 않나. 발전 속도가 더뎠다”라고 말했다.
초거대 AI와 생성형 AI가 주목 받은 것은 이 문제를 해결하면서다. 이화영 상무는 “오픈 AI가 개발한 ‘GPT’ 알고리즘은 단어의 조합을 학습해 다음 단어를 예측하는 생성형 AI로, 사람이 쓰는 문장을 레이블링하지 않고 그대로 넣었다”며 “파라미터(함수 매개변수)값이 커질수록 정확도가 높아지고 레이블링한 데이터는 적게 필요했다. 초거대 AI의 개념으로, 학습을 반복해 생성형 AI로 만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상무는 “원리를 알면 챗GPT가 놀랍지 않다. 챗GPT는 다음에 오는 말을 예측하는 것이지 실제로 아는 것이 아니다”라며 영역별로 AI 적용 속도가 다르다고 짚었다. 생성형 AI가 틀린 단어를 예측하는 ‘환각 현상’이 있어 의료, 금융 등의 정확한 수치가 필요한 분야에선 적용 속도가 늦다는 것. 반면 AI 결과물을 가공해 활용할 수 있는 마케팅, 브랜딩 분야에선 활발하게 생성형 AI를 쓰는 이유다. 이 같은 환각 현상 때문에 LG 엑사원은 정답의 출처를 찾아 제시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화영 상무는 현장에서 인간과 AI와의 협업으로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든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이미지 생성 AI의 경우 한계를 넘는 상상력을 발산하는 데 활용한다. ‘히든 오션’이라는 단어를 넣어 나온 값을 사람이 다듬어 최적의 그림을 만드는 식이다. 이는 실제로 LG생활건강의 ‘숨 37’ 화장품 패키지에 쓰였다”며 “AI로 새로운 물질을 발굴할 수도 있다. 물질의 물성을 학습하는 모델과 비슷한 물질을 찾는 모델을 협업시켜 실험하지 않아도 어떤 화학반응이 나올지 예측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AI가 짧은 시간에 수많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면서, 인간의 경쟁력이 약해진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상무는 “AI는 단기간에 나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며 “사전학습이 끝난 AI에 내가 해석한 이미지를 추가로 학습시켜 나만의 AI를 만들 수 있다”라고 역설했다.
그는 AI를 이용해 자신의 경쟁력을 키우고 ‘불멸의’ 아티스트로 남으라고 조언했다. “아티스트는 수십 년이 지나면 사라진다. 아티스트인 ‘나’는 죽더라도 나만의 사상, 이미지, 브랜드, 콘셉트 등은 AI로 남길 수 있다”며 “내 생각을 텍스트로 남겨 AI에 수많은 이미지로 학습시키면 먼 후세에도 남길 수 있다. 꾸준한 학습으로 나만의 AI를 만든다면 어떤 일을 하든 차별화한 결과물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
[BbCONF] 신명섭·변사범 Plus X 공동창업자·고문 "AI는 디자인 발전시키는 강력한 도구"
·
[BbCONF] '굿즈 오브 더 이어' 초대 수상작은 '프로젝트 칠 칠성×벤자민무어'
·
[BbCONF] 'AI 시대, 브랜드는 어떻게 진화할까'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2023 개최
·
'오브젝트 바이 프라이즈' 첫 수상 영예는 누구에게?
·
"AI 시대 브랜드 디자인의 미래는?"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2023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