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올해 말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 체계종합기업 선정에 도전하는 유력 후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둘러싸고 전관예우 논란이 불거졌다. 조광래 전 항공우주연구원 원장과 연구원 10여 명이 지난 9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이직한 것이 사업자 선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 일각에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사업자로 선정된다면 방산업계의 ‘전관예우’가 될 것이라며 공정성을 위해서라도 전면 재검토해야 된다는 의견까지 제기된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9월 중 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보다 고도화된 차세대발사체 개발을 주관할 체계종합기업 입찰을 공고하고 우선협상기업을 선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이 미뤄지고 있다. 이에 항우연의 창립 멤버이자 2014~2017년 10대 원장을 지낸 우주개발 1세대 주자 조광래 전 원장과 10여 명의 연구원들이 지난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이직한 것과 연관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조광래 한화에어로 ‘미래우주기초기술연구원’ CTO(최고기술책임자) 겸 원장은 국내 우주개발 1세대이자 우주발사체 전문가다. 우리나라 최초로 고체연료 로켓(KSR-1) 개발과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 개발에 앞장섰다. 2014년부터 3년간 항우연 원장을 역임했으며 ‘누리호’ 개발에도 영향력을 미쳤다.
문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조 CTO의 항우연 내부정보와 네트워크를 활용해 입찰 참여 시 체계종합기업 선정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항우연 소속 연구 인력 이직과 관련해 특정감사를 진행해 주목을 끌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기술 유출 의심 정황을 신고한 내부 제보가 있었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감사관실은 국가정보원(국정원)에 보안 관리 실태 점검을 요청했는데, 점검 결과 문제점이 파악되자 기술 유출 감사에 나섰다. 연구자들이 연구 성과를 담은 정보를 별도로 보관하려는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착되면서 보안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전해진다. 또 민간 기술 이전도 중요하지만 국가 세금으로 개발된 기술인 만큼 기업에 제값을 받고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항우연은 과기정통부 특정감사와 이해충돌 고지는 “다수의 연구원이 한 번에 이직한 사례가 처음인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과정에서 실시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항우연 측은 이번 이직에 청탁 금지, 이해충돌 방지, 공직자 윤리 등 법적으로 문제될 소지가 있는지 검토 후 차세대발사체 사업 입찰 공고를 낼 계획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항우연이 차세대발사체 개발을 주관할 체계종합기업 입찰을 추진할 경우 항우연 출신 연구진을 보유한 업체가 유리할 것이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은 국가 우주수송 능력 고도화 및 체계종합기업 육성을 위해 진행하는 범국가적 사업이다. 2032년까지 10년간 2조 132억 원이 투입된다. 항우연은 차세대발사체를 2030년 쏘아올려 2032년 달 착륙을 목표로 하며, 체계종합기업과 함께 누리호 대비 성능을 3배 개선한 발사체를 만들 예정이다. 체계종합기업은 발사체 각 부분의 요소를 조립하고 제작해 발사, 관제까지 전 과정을 주도하게 된다. 이번에 선정되는 기업이 향후 뉴스페이스 우주 사업을 선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우주발사체는 국가 핵심기술로 나라 차원의 유지·관리가 필요하나, 자본 논리에 따른 전문 인력과 기술의 무분별한 이동 시 기술 축적이 안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관에 집적된 기술을 유지·발전시키고 산업체 역량을 배양해 국가 전체 기술 발전이 진행돼야 한다. 그러나 자본을 따라 전문인력이 이직할 경우 기술 고도화가 저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기업 자본이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 시 타 산업체의 적극적 참여와 일관된 투자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기성 산업체의 성장단계 진입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에 대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차세대발사체 사업자 선정 입찰은 아직 공고가 나지 않은 상태고, 항우연 직원도 출근 전이다”면서 “기업과 연구기관 간 기술력, 경험 격차가 큰 상황에서 새로운 인원이 합류하게 된다면 정부의 ‘민간주도 우주경제’ 정책 방향에 맞춰 뉴스페이스 시대가 속도를 낼 것 같다”고 해명했다.
전현건 기자
rimsclub@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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