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때 연합전선을 꿈꿨던 왓챠와 LG유플러스가 기술탈취 분쟁에 돌입했다.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는 최근 LG유플러스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LG유플러스가 왓챠의 콘텐츠 추천 관련 알고리즘과 OTT 서비스 운영 기술을 탈취했다는 것이 이유다. LG유플러스는 왓챠의 주장을 전면 반박하고 있지만, 연이어 발생한 스타트업 기술 빼내기 논란으로 진흙탕 싸움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 식구’ 될 뻔했는데…‘기술탈취’ 진흙탕 싸움 시작
왓챠는 10일 LG유플러스를 기술탈취에 따른 공정거래법상 사업활동 방해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앞서 LG유플러스의 제안으로 진행했던 인수·합병(M&A) 논의 과정에서 왓챠의 핵심 기술 정보가 넘어갔고 이후 유사한 자체 서비스가 출시됐다는 주장이다.
왓챠 관계자는 “10개월의 논의 기간 동안 OTT 추천 알고리즘 일체와 서비스 운영 체계 관련 기술 일체가 탈취됐다고 봤다”며 “UI(사용자환경)·UX(사용자경험) 체계, 알고리즘 등 서버와 데이터를 활용한 사실을 공정위를 통해 밝히기 위해 제소했다”고 말했다.
왓챠와 LG유플러스의 M&A는 양 사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혔다. SKT-웨이브, KT-티빙 등 국내 통신사와 토종 OTT 간 합종연횡이 시장 생존 전략으로 자리 잡으며 연합전선을 구축할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비통신 사업 중 OTT, 인터넷TV(IPTV) 사업 강화 의지가 강했고, 왓챠는 자금 위기를 타개할 대책이 시급했다. 지난해 7월 시작한 투자 논의는 장장 10개월에 걸쳐 진행됐지만 올해 5월 최종적으로 무산됐다. 그동안 LG유플러스가 한 차례 인수 의사를 번복하는 일도 있었다. LG유플러스는 인수 무산 배경에 대해 “시너지 효과 및 국내 OTT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M&A는 존속 여부를 걱정할 처지에 놓였던 왓챠에겐 절실한 기회였다. 왓챠는 2021년 말 490억 원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며 3000억 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이듬해 초 상장전투자유치(프리IPO)를 추진하며 기업가치 5000억 원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투자 유치에 실패하며 추락을 거듭했다. 이른바 ‘쩐의 전쟁’으로 불리는 콘텐츠 투자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지난해 영업 손실(555억 원)은 전년(248억 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하고 현금성 자산은 바닥났다.
왓챠는 입장 자료를 통해 “LG유플러스의 행위는 재정난을 겪는 스타트업 왓챠의 열악한 지위를 이용해 투자를 빙자해 핵심 영업정보·기술을 탈취한 갑질행위(사업활동방해)로 국내 OTT 시장의 경쟁을 저해했다”며 “엄중한 조사 및 제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10개월간의 인수 논의, 빼내기·베끼기 있었나
LG유플러스는 또 다시 기술 탈취 논란에 휘말리게 됐다. 2021년 출시한 집안일 해결 플랫폼 ‘LG홈인’이 스타트업 생활연구소의 가사 도우미 중개플랫폼 ‘청소연구소’의 UI와 UX를 표절했다는 의혹으로 인해 서비스를 중단한 지 약 1년 반 만이다.
담당부처인 공정위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 총괄과는 사실관계를 파악해 서면·현장조사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조사 과정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내용이 적발되면 사건 심의에 착수하게 된다. 양 사가 첨예한 입장 차를 보이는 만큼 논란의 쟁점은 LG유플러스가 왓챠의 기술정보를 침해해 자사의 서비스에 적용했는지를 입증하는 문제로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왓챠는 LG유플러스에 전례 없는 수준의 구체적인 정보를 넘겼는데, 이 정보가 핵심적인 기술·영업 비밀에 해당해 경쟁사업자가 활용한다면 영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1년 설립 당시 영화 추천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다가 2016년 자체 OTT ‘왓챠플레이’를 선보인 왓챠에게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의 의미는 남다르다. 타 OTT와 구분되는 강점으로 내세우는 주요 기능이기도 하다. 왓챠에 따르면 논의 과정에서 LG유플러스가 왓챠에 요구한 사업 정보는 △전체 프로젝트의 시스템 구성 △구체적인 데이터 관리 업무 방식 △추천엔진 구성 데이터 상세 내역 △콘텐츠/고객취향 정보 등이다.
양 사가 ‘실사 기간’을 바라보는 시각도 엇갈린다. 왓챠가 “LG유플러스가 실사 및 지주사 설득을 명분으로 계속해서 자료를 요청했고 투자 약속을 믿고 약 6개월간 자료를 제공했다”고 설명하는 반면 LG유플러스는 실사가 2회 그쳤다고 반박한다. 지난해 11월경 진행됐던 1차 실사 이후 올해 1~4월에 걸쳐 자료가 오갔는데 이를 두고 견해 차이가 존재한다.
이에 대해 LG유플러스는 “양 사가 비밀유지 계약을 맺고 통상적인 M&A 절차와 검토 과정에서 꼭 필요한 수준의 실사 등을 거쳐 적법하게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통상 수준 이상의 과도한 기술 정보나 노하우를 요구하거나 획득한 정보를 활용해 회사 서비스에 적용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두 번의 실사로 기술 유출이 됐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실질적으로 모바일TV 관련 인공지능(AI) 기술력, 기술 등의 노하우는 우리가 10년 가까이 앞서 있다. 비슷한 유의 서비스를 새로 출시한 바도 없다”고 강조했다.
설령 기술을 획득했더라도 앞선 LG홈인-청소연구소 사례처럼 특정 플랫폼이나 신규 서비스 출시로 가시화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기술 도용을 입증하는 게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출시 예고된 OTT 특화 신규 IPTV 서비스 ‘U+tv next’ 등이 거론되지만 우선 유사성 여부가 명확히 입증돼야 한다.
왓챠는 공정위 조사 결과를 기다리며 대응을 이어갈 방침이다. 신상민 법무법인 에이앤랩 변호사(산업통상자원부 고문변호사)는 “영업비밀이나 핵심 기술이 완성된 형태의 상용화된 서비스일 필요는 없다”며 “알고리즘 같은 비가시적인 기술이더라도 경제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면 기술탈취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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