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아이폰을 사기 전에 ‘구입 결정’이라는 큰 산을 넘었다면, 다음은 ‘뭘 살지’를 정하는 더 어려운 강을 건너야 한다. 아이폰은 기능과 화면 크기를 기준으로 일반 모델인 ‘아이폰 15’ ‘아이폰 15 플러스’, 그리고 프로 모델인 ‘아이폰 15 프로’ ‘아이폰 15 프로 맥스’ 네 가지 제품으로 나뉜다.
기능과 화면 크기라는 단순한 기준이 있지만 사실 이 중에 하나를 고른다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그 중심에는 가격이라는 장벽이 있다. 적절한 가격대에서 최적의 선택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최선의 선택은 아이폰 ‘프로’ 모델 중에서 화면 크기에 따라 정하는 것이다. 기기를 쓰는 2~3년의 비용을 감안해 상위 모델을 고르는 사람도 많다.
#꼭 프로가 아니어도…
하지만 주목받는 프로 모델만이 전부는 아니다. 올해 아이폰 15 프로는 더 빨라진 ‘A17 프로’ 프로세서에 티타늄 소재로 무게를 줄였고, 면과 면이 만나는 모서리에 작은 모서리를 만들어서 손에 닿는 느낌을 확실히 개선했다. 카메라는 4800만 화소를 장착했고, 아이폰 15 프로 맥스에선 5배 줌으로 35㎜ 필름 카메라 기준 120㎜의 ‘초망원’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다. 모두가 탐내는 기능이다.
그렇다면 아이폰 15는 어떨까? 아이폰 일반 모델은 프로 모델의 저가 버전은 아니다. 필수 기능을 중심으로 프로 모델에는 새로운 기술이나 전문가에게 필요한 그래픽 및 카메라 성능을 장착해 따로 만드는 것에 가깝다. 하지만 아무래도 새로운 기술과 소재, 가격 등의 요인으로 일반 모델에 보급형 혹은 저가형의 이미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폰 15는 그런 ‘상실감’을 가질 이유가 없는 모델이다. 기능적으로 아쉬움이 없을 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 프로와 비교했을 때도 손해 볼 것이 없다고 할 만큼 경험적으로 잘 구성돼 있다.
아이폰 15의 첫인상은 이미지나 영상을 통해 보는 것보다 훨씬 강렬하다. 곡선과 색깔이 주는 편안함 덕에 아이폰 15 디자인은 역대 아이폰 중에서 최고로 꼽을 만하다. 금속·무채색 중심의 프로 모델과 달리, 그동안 일반 모델은 화려한 컬러를 중심으로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갖춰왔다. 대체로 유광의 진한 색을 중심으로 썼다면 이번 아이폰 15에선 부드러운 파스텔 톤의 색을 써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색이 달라진 건 단말기 뒷면의 글라스 소재를 바꿨기 때문인데, 다섯 가지 모두 은은하게 색을 드러낸다. 유리 원료를 만드는 과정부터 금속 이온을 넣어 색을 부드럽게 표현하기 때문이다. 애플은 뒤판 유리를 카메라 부분까지 통째로 찍어내는데, 카메라 쪽 유리 부분이 두껍고 색이 진한 것도 이 같은 유리의 특성 때문이다.
#다이내믹 아일랜드 중심의 디스플레이 경험 공유
전체적으로 유리 자체가 내는 색과 매트하게 마무리한 질감이 조화롭다. 또한 옆면의 알루미늄 테두리와 만나는 모서리에 곡면을 살짝 넣어, 손에 날카롭게 닿지 않는다. 아이폰 X부터 11까지 쓰였던 완전 곡면 테두리보다 12 이후의 직선 테두리가 더 세련된 느낌이긴 하나 모서리가 너무 날이 서 있어 차가운 느낌이 있었는데, 약간의 곡면으로 손에 닿는 느낌을 개선한 셈이다. 사실 케이스를 씌우는 순간 사라지는 디테일이지만 이따금 만져보는 ‘생폰’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
다이내믹 아일랜드도 중요한 포인트다.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 14 프로와 함께 다이내믹 아일랜드를 선보였다. 노치 대신 전면 카메라 주변을 새로 디자인한 것으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트루뎁스 카메라의 자리를 UI로 만들어 주요한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표현했다. 큰 호응을 얻으면서 이를 활용한 앱이 늘어나 활용도도 높아지고 있다. 애초에 다이내믹 아일랜드는 아이폰의 중요한 UX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됐고, 프로뿐만 아니라 일반 모델에도 적용됐다.
120㎐ 주사율을 내는 프로모션 디스플레이가 아쉽긴 하지만 그 차이는 아이패드 프로 이상의 큰 화면에서 더 잘 느껴지고, 아이폰에서는 60㎐ 주사율도 부족함이 느껴지진 않는다. 다이내믹 아일랜드와 충전 중에 시계, 간단한 정보를 띄워주는 스탠바이 모드를 활용할 상시 표시 디스플레이가 없는 점이 더 아쉬움으로 남는다.
#일상 경험 끌어올린 4800만 화소 카메라
카메라는 스마트폰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애플도 아이폰에서 카메라를 우선적으로 신경 쓴다. 아이폰 15는 지난해 나온 아이폰 14 프로에 들어간 A16 바이오닉 프로세서를 쓰지만 이미지 처리와 관련된 포토닉 엔진은 다르다.
일반 아이폰에도 기본 카메라에 쿼드 픽셀 4800만 화소 센서가 더해졌고, 이를 통해 기본 2400만 화소 사진을 찍고 4800만 화소의 원본 이미지도 얻을 수 있다. 일상 사진은 2400만 화소로 담는 것이 좋은데, 4개 픽셀이 빛의 정보를 모아 표현하는 쿼드 픽셀 센서의 특성상 결과물은 4분의 1 크기인 1200만 화소를 내는 것이 맞지만 새 포토닉 엔진은 4800만 화소의 이미지 선명도를 바탕으로 쿼드 픽셀의 색 표현력을 담아 2400만 화소의 결과물을 내놓는다. 아이폰 15 프로와 같은 처리 과정이다.
기본 카메라의 화각은 아이폰 15 프로보다 조금 좁지만 4800만 화소 픽셀을 잘라 2배 줌까지 화질 손실 없이 표현할 수 있어, 아이폰 14까지 망원 카메라가 없었던 아쉬움을 덜어낼 수 있다. 3배 이상의 망원 이미지가 필요하다면 프로를 선택해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48㎜ 화각의 2배 줌이 인물사진 등에 많이 쓰이므로 ‘약점’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물론 프로세서가 아쉬울 수 있다. 애플은 올해 A17 프로 칩을 출시했지만 아이폰 15에는 A16 바이오닉 칩을 넣었다. 미세 공정을 비롯해 성능의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하나 이 역시 일상에서는 체감하기 어렵다. 영상 편집이나 게임 등 스마트폰의 한계를 느낄 만한 기능을 쓴다면 아이폰 15와 아이폰 15 프로를 두고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상에서는 경험 차이를 느끼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전체적으로 아이폰 15는 아이폰 15 프로에 대한 갈증을 상당히 씻어냈다. 둘 사이의 간극이 어느 때보다 좁아졌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디자인과 컬러는 더 많은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하다. 여전히 아이폰 15 프로는 새 칩과 카메라, 소재 등 확실한 강점이 있지만,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큰 틀 안에서 모두가 충분히 좋은 경험을 얻도록 앱 개발 환경도 개선하고 있다. 아이폰 15는 프로가 아니어서 아쉬운 게 아니라 훌륭한 기준점이다.
최호섭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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