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우리나라 비철금속 산업을 이끄는 영풍그룹 오너 일가는 언뜻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부동산임대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영풍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씨케이는 이들의 주식·부동산 등 현금 창구로 활용될 뿐 아니라 그룹 지배력 강화에도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영풍그룹은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 유명하다. 황해도 출신 장병희, 최기호 두 창업주가 영풍기업사를 설립해 아연시장에 발을 내딛은 뒤 현재의 그룹으로까지 성장했다. 장씨 일가가 영풍을,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을 이끌고 있다.
아연 산업을 영위하는 영풍은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업체 코리아써키트와 반도체 패키징 제조업체 시그네틱스 등을 이끌고 있으며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영풍문고도 품고 있다. 장씨 일가는 오너 3세들과 이들이 보유한 씨케이를 통해 지주회사 영풍을 지배한다.
씨케이는 지난 2012년 10월 부동산 매매, 임대, 경영컨설팅을 사업목적으로 설립됐다. 지분 보유 현황을 살펴보면 장형진 고문의 세 자녀 장세준 코리아써키트 대표, 장세환 서린상사 대표, 장혜선 씨가 33.33%를 동일하게 갖고 있다.
씨케이는 설립 이후 장형진 고문 등 오너 일가에게 다섯 차례에 걸친 유상증자 등을 통해 1054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수혈 받았다. 2020년 유상증자 금액만 789억 원 수준이다. 이 자금은 영풍의 지배구조 개편과 오너 3세의 지배력 확보에 활용됐다.
2017년부터 진행된 지배구조 개편 과정을 통해 씨케이는 시그네틱스, 코리아서키트, 영풍문고홀딩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씨케이가 지분 33.95%를 보유한 영풍문고홀딩스는 영풍의 2대 주주(지분 15.53%)인 영풍개발을 지배하고 있어 씨케이의 간접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씨케이 또한 영풍 지분 6.45%를 보유해 오너 3세의 그룹 지배력 강화에 보탬이 되고 있다.
씨케이는 2020년 7월과 9월 장형진 고문으로부터 영풍 지분 9.18%(876억 원)를 매입해 영풍의 주주 자리에 올랐다. 장형진 고문은 앞서 2019년 7월 서린상사가 보유한 영풍 지분 10.36%를 1336억 원에 매입해 영풍의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했다. 막대한 자금 투입으로 현금 유동성이 부족해진 상황이었는데, 이 지분을 씨케이에 매각함으로써 오너 3세의 지배력 강화와 동시에 현금 유동성도 확보했다.
씨케이는 영풍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력 강화뿐만 아니라 부동산 거래 창구로도 활용되고 있다. 영풍그룹 창업주 고 장병희 명예회장의 2세인 장형진 고문과 장현주 씨는 지난 2015년 영등포구 양평동에 위치한 토지 지분을 씨케이에 76억 원에 매각했다. 당시 매각가가 공시지가 수준이라 실제 시세보다 낮게 매각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헐값 매각 논란이 일자 국세청이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토지 지분 감정가가 110억 원에 달했다. 국세청은 장 고문 남매가 저가 양도해 양도소득세 부담을 줄였다고 판단해 2016년 두 사람에게 각각 6억 9000만 원의 양도소득세를 부과했다. 씨케이는 이 토지 지분을 5년 뒤인 2020년 8월 대선건설에 196억 8000만 원에 매각했다.
장형진 고문은 2021년 5월에 경기도 의왕시 토지 지분도 씨케이에 매각했다. 잡종지·도로 등으로 된 토지 24필지(3만 8112㎡, 1만 1529평)의 지분 8분의 1을 씨케이에 8억 6400만 원에 넘겼는데, 당시 공시지가인 9억 5400만 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이 토지가 대부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매각이 어렵다보니 공시지가보다 가격이 낮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땅의 나머지 지분은 앞서 2003년과 2018년 장 고문의 자녀들에게 증여, 매각됐다.
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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