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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기술] '스우파2' MZ 리더 커스틴이 보여준 리더십의 품격

조언과 함께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존중…끝까지 잠재력 믿어주는 모습에 감탄

2023.10.11(Wed) 14:25:59

[비즈한국]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스우파)’가 2년 만에 돌아왔다. 국내 최고의 틉 클래스 춤꾼들의 기량을 크루 대결로 보여줬던 스우파는 2년 전 최고의 이슈와 인기를 모으며 대중 문화의 화제선상에 올랐던 프로그램이다. 시즌 2로 돌아온 ‘스우파’는 시즌 1과 대비되는 스케일을 키우기 위해 이번에는 댄서들의 출연을 국내로만 한정하지 않고 해외로까지 확장하며 볼거리와 흥미를 더했다.

 

현재 6화까지 방영된 ‘스우파 2’는 시즌 1만큼의 신선함은 다소 떨어지지만, 여전히 이 악물고 치열하고 멋진 배틀을 이어가는 멋진 댄서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물론 여기에 더해지는 출연진들의 캐릭터 서사 또한 ‘스우파 2’ 관전의 놓칠 수 없는 여전한 재미 포인트다.

 

사진=tvN ‘스트리트우먼파이터2’ 화면 캡처

 

이번 ‘스우파’ 시즌 2에서 캐릭터의 서사를 제대로 체감하게 한 에피소드는 최소 30명 이상의 댄서들을 모아 각 크루의 개성과 매력을 제대로 설파하는 ‘메가크루’ 미션을 통해서였다. 메가크루 미션은 각 크루 리더의 총 디렉션 아래 리더 포함 3명의 댄서가 같은 주제 아래 각기 다른 안무를 짜고, 다수의 헬퍼 댄서들을 진두지휘해 춤을 안무하고 공개하는 미션이다. 컨트롤 쉽지 않은 수많은 인원의 댄서들을 데리고 거대하고 화려하면서 강렬한 그림을 만들기 위해 각 크루들의 신경전이 가장 치열해서 스우파 시리즈 내에서 가장 볼 만한 재미가 있는 경연이기도 하다.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미션이기에 그것을 완성해 내야 하는 크루 리더들의 각기 다른 리더십의 모습도 살펴볼 수 있는 메가크루 미션. 한정된 시간 안에 춤의 비주얼적인 완성도를 더해 나가는 과정에서 리더들이 가장 큰 난관에 봉착하는 것은 팀원들과의 소통 과정이었다.

 

촉박한 시간 안에 안무 디렉을 담당한 팀원이 헬퍼 댄서들에게 제대로 된 디렉션을 하지 못하자 시간 안에 빠른 수정을 해야 하는 부담감에 소리부터 지르기 시작하는 리더부터 생긴다. 수많은 헬퍼 댄서들이 있는 앞에서 면박을 주며 디렉션 수정을 하는 딥앤댑의 리더 미나명은 미션 진행의 난관에 봉착한 팀원에게 윽박지르고 전체의 분위기를 살얼음판으로 만든다. 그녀의 그런 폭주에 MZ 세대 팀원이 불만을 토로하자, 그녀는 결국 오열한다. “그만하고 싶다”는 말까지 읊조렸던 그녀는 곧 정신을 차리고, 팀원들과 차분히 소통 후 헬퍼 댄서들에게도 자신의 경솔함을 사과한다. 그 뒤에는 다시 좋은 분위기에서 메가크루 미션을 멋지게 완성해 낸다.

 

메가크루 미션 최고의 인원 100명의 댄서들을 진두지휘하는 원밀리언의 리더 리아킴도 비슷한 문제에 봉착한다. 그녀는 전체적으로 본인이 생각했던 춤의 그림이 나오지 않자, 답답한 마음에 후배 팀원의 디렉션에 직접 관여하게 된다. 여기에 설상가상 디렉팅을 하는 후배는 자신의 의견을 무시하는 리액션을 보내기까지 한다. 그러자 리더 리아킴은 그 순간들을 묵묵하게 참아낸다. 그리고 헬퍼 댄서들을 보내고 난 뒤 팀원들을 모아 섭섭한 마음을 토로하고 솔직한 심정을 밝힌다. 그제야 리더의 고충을 제대로 전달받은 팀원들은 리아킴과 살뜰한 소통을 하며 메가크루 미션을 근사하게 마무리 해낸다.

 

대처 방법이 각기 다른 이 팀들 사이에서 가장 놀라운 리더십을 발휘하는 이는 이제 겨우 스물다섯 살이 된 잼 리퍼블릭의 글로벌 리더 커스틴이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커스틴은 리한나 전담 안무가로 유명한 세계적인 댄서 패리스 고블이 수장으로 있는 뉴질랜드 댄스 크루인 ‘로얄 패밀리’ 출신의 실력파 리더다. 메가크루 미션이 시작되자 그녀 또한 여타 리더들처럼 그룹 댄싱의 디렉팅 경험이 별로 없는 팀원으로 인해 고충을 겪게 된다. 그러나 앞선 리더들과는 다른 행보로 메가크루 미션 디렉팅으로 난항에 빠진 팀원 엠마를 대한다.

 

사진=tvN ‘스트리트우먼파이터2’ 화면 캡처

 

커스틴은 헬퍼 댄서들에게 춤 디렉션을 하다 곤욕을 치르는 엠마를 주변에서 조용히 지켜만 본다. 한참을 지켜보다 조용히 엠마를 따로 불러서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지금 엠마가 할 수 있는 선택의 옵션에는 이러저러한 것들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조언을 한다. 그 조언을 듣고 엠마는 차분하게 춤 리딩을 이어 나가고, 마지막 뮤직비디오 촬영 날까지 이러한 커스틴의 엠마 서포트는 쭉 이어진다.

 

그 뒤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커스틴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제가 엠마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다양한 선택지를 제안하는 거예요. 놓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반영할지 안 할지는 엠마가 결정해요. 지금은 엠마가 디렉터의 역할을 맡아서 능력을 마음껏 펼칠 때예요. 저는 엠마의 비전을 믿어요.”

 

인터뷰 내용을 보는데 이게 과연 스물다섯 MZ 리더가 구현해 내는 리더십인가 싶어 놀라워서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다. 팀원이 일을 제대로 해내고 있지 못할 때 반응하는 딥앤댑의 미나명, 원밀리언즈의 리아킴의 리더십은 사실 흔하게 우리 주변의 상사나 리더들이 보여주는 리더들의 리액션이다. 그러나 커스틴의 리더십은 해당 프로젝트를 빠르게 바로 잡으려는 미나명의 조급함과는 격이 다르고, 후배들의 어이없는 리액션을 인내심으로 일단 참아내는 리아킴의 리더십보다는 한참 더 앞으로 나아간 리더십이다.

 

리더로서 곤경에 빠진 팀원이 문제 해결을 제대로 해나갈 수 있게 가이드를 해주되 그것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기다려 주고 존중해 주며, 끝까지 팀원의 잠재적 가능성을 믿어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내공 꽉 찬 리더의 품격이 아닐까. 리더의 품격은 경험치와 연륜이 중요한 요소일 것이라 생각한 나의 편견과 오만함을 완벽하게 깨준 리더 커스틴, 그녀의 깊이 있는 리더십에 박수를 건넨다.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베베스킨 라이프’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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