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현대아산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지급 보증을 선 대규모 자동차매매단지 ‘천안오토아레나’가 시행사의 채무불이행으로 결국 공매에 넘어갔다. 이 매매 단지 조성 사업 시공사였던 현대아산은 2022년 말 사업 책임준공 기한을 맞추지 못해 시행사 PF대출 900억 원을 중첩적으로 인수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교보자산신탁은 22일 충남 천안시 동남구 천안오토아레나 자동차매매단지를 공매로 내놨다. 집합건물에 들어선 자동차 매매장과 정비공장, 검사장, 근린생활시설 등 125개 호실과 7만 4000㎡ 규모 토지가 대상 물건이다. 당초 최저 입찰 가격은 감정평가 결과(1608억 원)에 따라 2095억 원으로 책정됐지만 4일 1회차 입찰이 유찰되면서 1886억 원으로 내렸다. 2회차 입찰은 6일로 예정됐다.
천안오토아레나는 대규모 자동차매매단지다. 이 지역 부동산개발업체인 한결개발은 2018년 12월 충남 천안시 동남구 구성동에 있는 4만 8349㎡ 부지에 원형 구조인 지하3층~지상4층(총 연면적 7만 2783㎡) 규모 자동차매매시설을 짓는 내용으로 천안오토아레나 조성 사업 승인을 받았다. 이후 2020년 11월 현대아산을 시공사로 선정해 이듬해 1월 첫 삽을 뜨고, 올해 2월 건물을 준공했다.
이번 공매는 시행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 불이행이 원인이 됐다. 당초 한결개발은 오케이캐피탈 등 금융기관과 신탁사로부터 총 900억 원의 PF대출을 받아 사업을 추진했다. 대출 채무는 준공되는 단지 매각 대금이나 담보 대출로 상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와 채권시장 경색 국면이 장기화하면서 결국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맞았다. 대주는 디폴트 발생 시 신탁사에 부동산 처분을 요청할 수 있다.
현대아산은 사실상 이 PF대출의 연대보증인이다. 앞서 현대아산은 인허가 문제 등으로 이 사업 책임준공 기한을 맞추지 못해 2022년 12월 시행사 PF대출 900억 원을 중첩적으로 인수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PF채권 900억 원 중 150억 원을 직접 인수해 우선수익자 지위를 확보하고, 7월에는 나머지 PF대출 750억 원의 대주단이 변경되면서 현대엘리베이터 공사 매출채권 295억 원을 대주단에 담보로 제공했다.
책임준공은 공사비 지급 등 시행사 의무 이행과 관계 없이 정해진 기간에 건축물을 준공하겠다는 약속을 말한다. 건설사가 PF대출을 일으키는 시행사에 제공하는 보편적인 신용보강 형태다. 금융기관은 책임준공 강제성을 높이고자 책임준공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건설사가 PF대출 채무를 인수하도록 하는 약정을 함께 맺는다.
현대아산 측은 “시행사의 오토아레나 자산 매각이 부동산 경기침체로 원활하지 못했다.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신탁사에서 오토아레나의 공매가 진행됐다”며 “공매 절차가 진행중인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아산은 현대그룹 실질적 지주사인 현대엘리베이터의 비상장 자회사다. 금강산·개성관광, 개성공단사업 등 남북경제협력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벌이다 2008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과 2016년 개성공단 폐쇄 결정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경협사업을 중단했다. 이후에는 개성공단 조성 실적을 바탕으로 건설업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2022년 회사 건설부문 매출은 929억 원으로 전체(1130억 원) 82%에 달한다.
남북경제협력 중단으로 악화했던 현대아산 재무는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6월 기준 자본금은 850억 원, 자본총계는 715억 원으로 여전히 부분 자본 잠식 상태이지만, 올해 상반기 단행한 무상감자와 314억 원 규모 유상 증자로 자본잠식률(16%)은 2022년 말(75%)과 비교했을 때 60%p가량 낮아졌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210%수준에서 118%로 낮아진 상태다. 회사 영업 실적은 2021년 흑자로 돌아서 2022년 16억 원, 올해 상반기 8억 원의 영업 이익을 냈다.
한편 현대아산이 시행사 PF대출 등과 관련해 타인에게 제공한 지급보증은 올해 6월 말 기준 총 1조 911억 원이다. 천안오토아레나처럼 책임준공미이행에 따른 조건부채무인수 약정을 맺은 현장은 9곳(7778억 원)이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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