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부지기군 시기소사(不知其君 視其所使). 군주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를 때는 군주가 어떤 사람을 기용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사기열전’에 나오는 말이다. 지금 시대로 바꾸어보면 군주의 자리에 ‘리더’를 넣을 수 있겠다. 크게는 대통령부터 작게는 구멍가게의 주인까지 다양한 리더가 있으나 크든 작든 좋은 리더가 갖춰야 할 자격은 별반 다르지 않다. ‘공동체를 살리는 리더의 기본’은 이처럼 공동체의 리더가 갖춰야 할 기본과 덕목을 말한다.
법조 경력 39년 차인 저자 이건리 변호사는 검사로 24년간 직분을 수행한 뒤 퇴임 후 변호사로 우리나라 사법 시스템을 보았고, 다시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 담당 부위원장으로서 입법부 및 행정부와 함께 업무를 했다. 이를 통해 공동체의 가치와 번영, 공동선을 위해 고심하고 노력해왔으며, 이런 생각을 책에 담았다.
이건리 지음, 솔과학
391쪽, 2만 3000원
저자가 말하는 공동체를 살리는 리더는, 겸손한 리더, 존중하는 리더, 변화하는 리더, 원칙을 지키는 리더, 열정을 다하는 리더, 기본에 충실한 리더, 생각하는 리더다.
#겸손한 리더
리더는 다양한 의견을 들으려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자신이 경험하거나 학습한 것이 세상의 전부가 될 수 없고, 자신이 다 아는 것도 아니다. 겸손함이 필요하다.
리더는 미리 준비된 사람이 담당하여야 한다. 리더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다년간의 예비 경험과 지식의 습득은 물론 늘 깨어있는 마음으로, 명경지수와 같은 마음으로, 치우침 없이 사심 없이 사물을 바라봐야 한다. 조금이라도 이해에 얽매여 결정한다면 반드시 거기에는 그릇될 씨앗을 뿌리는 격이 될 것이다. -본문 29쪽
#존중하는 리더
침묵이 금이라면 대화는 순금을 만들어내는 용광로가 될 수 있다. 리더에게는 특히 그러하다. 조직의 리더는 조직 구성원과 조직의 목표와 실천방안에 관해 꾸준히 대화를 하고 공감을 이끌어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변화하는 리더
실무자는 전문성만 가지면 능력을 인정 받을 수 있지만 상위 직급으로 승진할수록 종합적인 시야에서 전체를 바라보고 대외적인 전략이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통합하는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과거의 역할에 머물지 않고 사고를 넓히려는 지속적인 노력을 해야 유능한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
리더는 스스로와 주변의 변화를 선도하고, 지원하고,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83쪽
#원칙을 지키는 리더
저자는 검사로 A청에 근무할 당시 대기업 관련 사안에 원칙을 고수해 윗선의 호통을 들은 일이 있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사유를 설명했고, 인사이동으로 떠날 때에도 후임에게 ‘제대로 일할 것’을 주문했다. 그 일을 저자의 원칙대로 처리되었다.
정당한 법적 근거를 가지고 직무를 수행해야지, 힘으로, 직책으로 일을 함부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어떤 유혹과 위협이 있을 지라도 불의에는 끝까지 무릎을 꿇어서는 안 됩니다. 나부터 작은 것부터 지금부터 의로움에 동참할 때, 우리 사회와 우리나라, 온 인류는 좀 더 공동선을 실현하고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110쪽
#열정을 다하는 리더
자기가 하는 일에 애정을 가진 사람은 자기가 몸담고 있는 조직이나 자기가 하는 일에 깊이 있는, 사려 깊은, 늘 신선한, 새롭게 변화하고 성장해 나가고자 하는 의견이나 철학을 가지게 됩니다. 이런 사람은 회의에서 침묵하지 않는다. 늘 자신의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과 이야기 나누고 공유한다.
#기본에 충실한 리더
고위직 청문회에서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것이 증여세 등 각종 세금 포탈이다. 자기는 관여하지 않았고, 과거에 불가피하게 이루어진 것이었음을 애써 변명하려고 한다.
공직자는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어야 함은 물론 동시에 인성, 품성을 갖추어야 한다. 그 기본이 청렴이다. (중략) 부패는 가까이에 있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시작된다. 시작은 미미하나 끝은 상상을 초월하게 무지막지하다.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 -150쪽
#생각하는 리더
열 명이 중국집에 갔다. “세 명은 짜장면이고, 나머지는 짬뽕이요.” 저자는 이 주문을 이렇게 고쳐 말한다. “세 명은 짜장면이고, 일곱 사람은 짬뽕이요.”
헌법 10조에 ‘모든 국민은 인간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 11조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저자는 ‘나머지’라는 말은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표현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처럼 사람 하나하나의 가치를 존중하고, 여러 법의 취지와 원칙을 생각한다.
책에는 공직에 평생 몸담아온 저자의 경험과 철학이 녹아 있다. 모든 리더가 저자의 원칙을 따른다면 대한민국 공동체는 참으로 살 만한 곳이 될 것 같다.
김남희 기자
namhee@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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