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우리 군의 전략적 억지력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제시되었다. 지난 9월 19일, 서울 국방 컨벤션에서 개최된 ‘국방 우주·미사일 전략 포럼’에서 일명 ‘일만양탄’(一萬養彈)이라고 불리는 전략이 나왔다.
이것의 핵심 내용은 무엇인지, 그리고 현실성이 있는 내용인지, 마지막으로 핵무기를 미사일 1만 발로 대신하려면 한국군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일만양탄 전략을 꺼낸 사람은 남세규 전임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이다. 미사일 전문가로 30년 이상 근무했다. 남 소장은 북한이 최근 추진하거나 선보인 새로운 미사일 기술인 고체연료 대륙간 탄도탄과 전술 핵미사일이 한국의 북핵 대응 전략뿐만 아니라 북의 미사일 기술이 미국 핵우산을 무력화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우리 군이 단순한 방어용 무기만으로는 북한의 모든 미사일을 막아낼 수 없다는 것이다. 국군이 북의 비대칭전력 위협에 대해 ‘KAMD’와 ‘킬체인’을 더욱 발전시키고 있지만 북한도 미사일 기술이 같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 한발의 핵탄두 미사일을 요격하지 못하더라도 대한민국에는 심각한 치명타(Fatal Blow)가 될 것이다.
남 소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 대응 전략인 ‘한국형 3축 체제’의 마지막 요소, KMPR(Korea Massive Punishment and Retaliation)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전략을 완성하는 방법이 바로 요격미사일과 공격 미사일 1만 발을 배치하는 ‘일만양탄’이라고 강조했다. 1만 발의 재래식 미사일로 1발의 핵무기를 받으면 200발의 미사일로 보복하자는 것이 전략의 핵심이다.
왜 우리는 북한의 핵 공격에 대한 비례적 보복을 해야 할까. 우리 동맹국이 보장하는 ‘확장억제’ 자산의 수단이 보복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남 소장은 미국의 확장억제 자산들이 실제로 북한을 겨냥해 ‘SLBM’이나 ‘ICBM’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고, 미 본토에서 폭격기가 출격해 반나절은 지나야 전술핵 폭탄을 투하할 수 있기에, 북한이 핵 폭격을 받기 전에 또다시 2차 핵 공격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런 주장을 모두 사실이라고 가정해도, 핵무기에 비해서 비핵 무기는 그 파괴력이 매우 낮아 제대로 된 보복이라 할 수 없다. 남 소장은 이것을 숫자로 해결할 수 있다면서, 기존에 사용하지 않은 독특한 보복 피해 규모 이론을 제시했다.
남 소장의 보복이론은 자신이 만든 ‘미사일 피해 범위 계산’ 공식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핵무기가 폭발할 때 건물이 파괴되는 폭발 압력인 ‘5PSI’가 미치는 면적을 피해 범위로 잡고, 같은 피해 범위를 일반 폭탄이 실린 미사일의 피해 범위로 나누면 필요한 미사일 개수가 정해진다는 것이다. 남 소장은 북한이 전술핵 1발(10Kt 위력)을 쐈을 때 보복으로 초대형 탄두 탄도 미사일 20발이 필요하고, 북한이 수소탄 1발(300 Kt 위력)을 발사할 때 초대형 탄도 미사일 200발로 보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만양탄 계획이 성공하면 북한이 서울에 대한 전술핵 공격에 성공해도 비례적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전직 ADD 소장이지만 남 소장의 업적과 경력이 가볍지 않은 만큼, 남 소장의 ‘1만 발 미사일 생산’ 전략은 단순한 개인 의견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이 전략은 정말로 자체 핵무장을 대신해 효과적인 북핵 대응 전략으로 볼 수 있을까? 그 누구도 쉽게 단언하기 어려운 ‘미지의 영역’이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정답이다.
우선 적국의 핵무기 보유에 대한 억지력 확보는 지금까지 무조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방법들이 아닌 과학기술로 해결하고자 하니 참고할 만한 전례가 전혀 없는 시도를 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역사 속에서 비교할 만한 기술을 찾아보면 미국의 ‘신의 지팡이’(Rods from God)와 몇 가지 운동에너지 폭격(kinetic bombardment) 계획이 있었다. 이런 무기는 극초음속 비행기 혹은 인공위성에서 텅스텐 탄두를 빠르게 투하시켜 운동에너지로 핵무기에 가까운 위력을 내고자 한 것이 우리의 전략과 비슷하지만, 그 어떤 것도 실용화되지 못했다. 우주선이나 위성에서 무거운 물건을 운석처럼 떨어뜨릴 기술이 부족하고, 비용이 과도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북한의 특수성이다. 북한이 실제로 미사일 수백 발 폭격으로 어떤 인지 충격(cognitive shock)을 받을 것인지 알 수 없다. 물론 고위력 현무의 탄두 중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핵무기가 아닌 무기 중 지하 표적 공격 능력이 가장 뛰어난 편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건물을 무너뜨릴 폭약의 폭발 압력 자체는 비행기에서 폭격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위력 현무 100발의 위력은 사실 폭격기 몇 대가 한번 폭격에 사용하는 폭탄의 양과 같은 것이다.
인류는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서 두 발의 핵폭탄을 사용한 폭격보다 더 무서운 폭격을 진행한 바 있다. 2차 세계대전에는 미국과 영국이 독일 드레스덴에 3일 동안 3000 톤 이상의 폭격을 가해서 3만 명 가까운 인명이 사망한 사례가 그것. 아울러 도쿄 대공습에서 미국은 2400톤 이상의 폭격을 가해서 10만 명이 사망한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나치 독일과 일본제국은 대폭격으로 전쟁을 단념하지 않았다. 북한 역시 한국전쟁 때 평양에만 47만 발의 폭탄으로 폭격 받았지만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남이 죽는 선택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가 지도자 중에는 이상한 대의를 내세워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혹은 이념이나 계산적인 행동 때문에 미친 사람 같은 행동을 하기도 한다. 김정은이 평양시민 10만 명 이상이 죽을 것을 알고서도 서울 시민 20만 명을 죽이는 선택을 할까? 아무도 그것을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김정은의 행동은 자신이 그런 제정신 아닌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
즉 우리 군은 실제적이고 비례적인 보복 전력을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주적인 북한의 특수성을 고려한 종합적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군사적으로는 북한 시민들을 대량 살상하는 능력보다는 북한의 최고사령부 등 지휘부를 핵무기 이외의 수단으로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또 북한 지도부가 전쟁범죄를 저지른 다음에 도망칠 곳이 없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
현재 고위력 현무 탄도 미사일의 탄두 중량과 사거리를 적절히 조절하고, 단거리 탄도미사일용으로 개발 중인 미사일 탑재형 드론을 위성통신이 가능하게 만들어 전쟁범죄를 일으킨 북한 지도부가 국경 밖으로 도망치기 전에 추적해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
개발이 추진 중인 차세대 수송기 MC-X의 화력 투사형도 KMPR 전력으로 고려해야 한다. MC-X의 제작사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수송기에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 및 공중발사 드론을 장착한 무장형 수송기를 제안 중이지만, 조금 더 무장 능력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곧 개발이 시작될 한국형 활공 유도폭탄 계획에 초대형 탄두를 가진 신개념 무기를 포함하는 것도 필요하다. 미국과 러시아 등 몇 개 국가들이 ‘MOP’, ‘MOAB’, ‘ATBIP’ 등 10톤 이상 무게를 가진 초거대 재래식 폭탄을 만든 바 있다. 하지만 이 무기들은 모두 사거리가 짧아 투하 비행기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 때문에 KGGB처럼 활공할 수 있는 날개를 장착하고 독일이 개발했던 HOPE 활공 유도폭탄처럼 공기저항을 덜 받는 사거리 70km 이상 4~5톤급 초거대 활강 유도폭탄을 개발해 MC-X에 6발 정도 탑재할 수 있다면, 비용 대비 효과가 뛰어난 보복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북한 정권의 핵무기 사용을 망설이게 하는 사회적 변혁도 군사전략의 하나로 고려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수도에 너무 많은 기능이 집중돼 북한에선 서울만 괴멸시키면 항복할 수 있다는 망상을 품기에 적합하다. 생산, 지휘, 물류, 통신, 정치 등 대한민국의 국가 인프라를 이제 군사적 목적을 위해서라도 분산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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