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이슈

구직·취업 포기한 청년들 이유 있었네…고용 느는데 일자리 질은 하락

고용률 높지만 단기 계약직 비중 높아져…금리가 높은 대출 비중도 증가

2023.09.29(Fri) 19:45:34

[비즈한국] 우리나라 경제가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침체에 빠지는 전형적인 불황 국면에 들어갈 조짐을 보이면서 청년층이 가장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의 경우 겉으로는 취업자 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취업의 질은 더욱 악화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청년층이 짊어진 부채의 질도 나빠지는 등 속은 문드러져 가는 상황이다. 경기 침체가 길어질 경우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높은 이자에 빚을 낸 청년들이 더욱 늘어나면서 지금보다 더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9월 13일 서울 광진문화예술센터에서 열린 일자리박람회에서 채용게시판을 살펴보는 구직자. 사진=연합뉴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층 고용은 최근 몇 년 사이 양적으로는 빠르게 증가했다. 2015년 41.2%였던 청년층 고용률은 2022년 46.6%로 상승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46.5% 수준을 유지했다. 청년실업률은 2015년 9.1%에서 2016년과 2017년 9.8%까지 올랐지만 이후 하락세를 타기 시작해 2022년에는 6.4%, 올 상반기에는 5.9%까지 떨어졌다.

 

수치로만 보면 청년들의 일자리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청년들의 일자리 질을 살펴보면 상황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정반대다. 청년 취업자 중 1년 이하 단기 계약 비중은 2015년 11.4%에서 2023년 상반기 17.2%로 상승했다. 또 주 36시간 미만 단시간 일자리 비중도 2015년 16.9%에서 2022년 22.1%, 올 상반기 23.2%로 올랐다.

 

청년들이 취업을 하고는 있지만 만족할 만큼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청년들이 처음으로 얻은 일자리 3개 중 1개 정도가 단기 계약직이었다. 청년들의 첫 일자리 중 1년 이하 단기 계약직인 경우는 2015년 21.0%였던 비중이 2023년 29.6%로 30%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아예 구직도 취업도 하지 않는 청년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청년층 인구 중 주요활동으로 ‘쉬었음’을 응답한 수는 2015년 30만 7000명에서 2022년 39만 명, 올해 상반기 42만 5000명으로 늘었다. 청년 인구에서 ‘쉬었음’ 응답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3.3%에서 2022년 4.6%, 2023년 5.0%로 증가했다. 해가 갈수록 청년층 인구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일자리 찾기를 포기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로 지목된다. 또 청년층 ‘쉬었음’ 응답자 중 37.2%가 대학 졸업 이상 학력자인 것으로 나타나 경제 상황 악화로 구직활동을 그만 둔 청년들이 적지 않음을 보여줬다.

 

일자리 질이 나빠지고 구직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지만 정부의 청년층 일자리 관련 예산은 줄어드는 추세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청년정책 시행계획 일자리 분야 예산은 2021년 8조 2197억 원에서 2022년 7조 7496억 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는 5조 8344억 원까지 감소했다. 이러한 청년층 일자리 예산 감소는 통계상 청년층 고용률이 상승하고, 실업률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영향을 미친 탓으로 해석된다. 

 

구직은 어렵고 간신히 찾은 일자리도 질이 낮다 보니 생활을 위해 빚을 얻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 양재운 과장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청년층 1인당 가계부채는 올해 1분기 현재 7400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2019년 말과 비교해 20.4%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중장년층(5.8%)이나 고령층(2.8%)의 가계부채 증가율과 비교하면 3~7배가량 높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들이 많다 보니 금리가 높은 기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비중도 높다. 청년층 대출 중 20.8%가 기타 금융기관 대출로, 중장년층(19.4%), 고령층(11.7%)보다 높았다. 또한 청년층 대출 중에서는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 및 기타대출 비중이 26.9%에 달했다. 자칫 경기 침체 지속으로 일자리 질이 더 나빠지고 구직이 더 힘들어지면 많은 수의 청년들이 신용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문제는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부진을 이어가고 있어 청년층 고용 문제가 단시간에 풀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5곳 중 3곳은 올해 하반기 채용계획이 없거나 아직 수립하지 못한 태다. 한경협이 매출액 500대 기업(응답기업 127개사) 대상으로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48.0%는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고, 16.6%는 신규채용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이는 올 상반기(54.8%)보다 10%포인트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핫클릭]

· [단독] 법무부, 로톡 가입 변호사 '징계 취소' 내용 뜯어보니 '불씨' 여전
· [단독] 김준기 DB그룹 전 회장 남양주 별장, 재단 관계사에 매각
· [알쓸비법] '게임의 규칙'은 어떻게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되었나
· BTS 재계약 완료 전에 '설레발', 하이브 무슨 일 있기에?
· [현장] "차라리 배달앱 보세요" 프랜차이즈 매장 알레르기 정보 점검해보니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