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하이브의 ‘무리수’ 경영이 우려를 낳고 있다. 엔터주 하락이 계속되는 와중에 최근 하이브가 방탄소년단(BTS)과의 재계약 계획을 무리하게 발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0일 하이브는 ‘빅히트 뮤직, 방탄소년단과 재계약 체결’이라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는데, 당시 빅히트 뮤직은 BTS와 재계약을 완료하지 않은 상태였다. 다만 발표 후 5일이 지난 25일, 하이브는 BTS와 재계약 체결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도장도 안 찍었는데 ‘계약 체결’ 보도자료 발표
하이브가 보도자료를 배포한 건 지난 20일. 같은 날 하이브는 해당 사항을 ‘투자판단 관련 주요경영사항’으로 공시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다트(DART)에 따르면 하이브는 ‘아티스트 전속계약 체결의 건’이란 제목으로 “당사는 주식회사 빅히트뮤직 소속 아티스트인 방탄소년단 멤버 7인의 전속계약에 대한 재계약 체결의 이사회 결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상장법인은 54개 항목 등 주요 경영사항에 해당하는 사실 또는 결정이 있는 경우 이 내용을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BTS와 전속계약을 해결하기 위해 이사회에서 결의를 했다는 내용이 공시 의무 항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보도자료 내용이다. ‘재계약 체결’이라는 제목과 설명 내용은 자칫 이미 재계약 체결을 완료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실제로 하이브는 보도자료에 “하이브는 빅히트 뮤직이 2025년 이후에도 방탄소년단과 함께한다고 20일 밝혔다”, “하이브는 ‘재계약 체결을 계기로 2025년으로 희망하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완전체 활동을 함께할 수 있게 됐다’며 ‘하이브와 빅히트 뮤직은 방탄소년단의 위상이 더욱 강화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지원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실제로 여러 언론사가 하이브가 BTS와의 재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비즈한국 취재 결과 20일 당시 하이브와 재계약을 체결한 BTS 멤버는 한 명도 없었다. 회사 내부에서 재계약하기로 결정한 것을 마치 재계약을 완료한 것인 양 홍보한 셈이다.
하이브가 이번 이사회 의결 내용을 ‘굳이’ 공시한 건 작년 ‘활동 중단 논란’ 때문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2022년 6월 공개된 유튜브 영상에서 BTS 멤버들은 “각자 시간을 갖겠다”며 개인 활동에 집중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영상으로 인해 BTS가 활동을 잠정 중단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고, 하루 만에 시가총액 2조 원가량이 증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하이브는 급히 진화에 나섰지만, 이를 계기로 ‘하이브=BTS’라는 인식이 더 굳어졌다.
재계약에 대해 22일 하이브에 질의하자, 하이브 관계자는 “아직 재계약을 체결한 건 아니다”면서도 “현재 군에 입대한 멤버들도 있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한다고 보도자료에 설명한 것이다. 어쨌든 합의가 된 내용이니까 그걸 의사회에서 의결한 거고, 방탄소년단 정도 되는 주력 아티스트는 공시하는 게 좋아서 공시했다. 다만 계약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언제부터 재계약을 체결할 계획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25일 현재는 멤버 전원이 재계약을 마친 것으로 보인다. 25일 하이브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이사회 의결을 진행한 이후에 전원 계약 완료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아티스트보다 경영이 더 리스크”
재계약 체결 전 이를 홍보하는 건 일반적이지 않은 전략이다. 일각에선 하이브의 이 같은 ‘무리수’ 전략이 최근 엔터주 하락세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 블랙핑크와 YG의 재계약 행방이 흐려지면서 YG 주가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다만 하이브가 지난 20일 이사회 의결 사실을 공개한 이후에도 주가에는 큰 변동이 없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1일 하이브는 23만 500원(-5.14%)으로 마감했다. 이날 JYP엔터테인먼트(-4.41%), 에스엠(-3.47%), 와이지엔터테인먼트(-13.28%)도 하락세를 보였다. 전원 재계약 성공 사실이 공개된 25일 하이브는 5.21% 오른 24만 2500원으로 마감했다.
재계약 성공은 ‘호재’지만, 하이브가 계약 성사 전 선제적으로 재계약 체결을 발표하면서 오히려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나왔다. 여기에 하이브가 인수한 이타카홀딩스와 아리아나 그란데가 결별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1조 원 들인 미국 엔터사 인수가 무용지물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8월부터 하이브는 글로벌 걸그룹 데뷔프로젝트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를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기대에 못 미친다는 실망감이 나오면서 글로벌 확장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엔터주는 아티스트 행보에 따라 영향을 크게 받아 ‘불안’이 크다는 인식이 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오히려 하이브의 경영 방식이 아티스트보다 더 큰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하이브는 ‘K팝 제작시스템의 세계화’를 목표로 삼아왔는데,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하이브 체제로 바뀐 뒤 주가 방어가 굉장히 중요해졌다. 또 경영이 굉장히 비대해져 아티스트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경우가 있다. 옛날 같았으면 계약 후 발표했을 텐데, 지금은 경영이 앞서가느라 사전에 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가가 안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방어하기 위함도 있을 거다. 이런 방식은 오히려 ‘회사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는 불신을 심어줄 수 있다. 빅히트 때는 이렇지 않았다. 아티스트보다 경영에 리스크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역시 “하이브에 방탄소년단은 굉장히 중요한 자산이다. 이게 흔들림 없이 자사와 계속 함께 갈 거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주는 게 하이브 위상을 돈독히 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계약을 마친 후 발표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회사의 공신력을 해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커진 몸집에 비해 성과가 부진하자 조급해진 하이브가 경영에 약점을 드러낸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김형식 평론가는 “하이브는 지금 위기다. 4세대 이후 세계를 아우를 대장주가 보이지 않는다. 스펙트럼은 넓혀놨는데, 결과물은 잘 안 나온다. 그래서 경영이 다급해진 모양새다. 아이돌 산업은 유럽, 미국 진출이 불확실하다. 한국 아이돌 시스템은 멤버들이 처음부터 불리한 위치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성공을 하면 어마어마한 수익이 생기는데, 초반에 맺었던 불리한 계약을 계속 이행해야 한다. 멤버 개인의 희생도 필요하다. 이런 시스템에 대한 비판은 유럽을 중심으로 계속 나오고 있다. 영국, 미국은 에이전시 개념으로 수평적 관계인데, 우리나라는 종속적이다”라고 분석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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