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불법 드론 비행이 증가하면서 우리나라 항공 보안이 위협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항공기 운항 지연이 한 달에 한 번꼴로 발생할 정도. 특히 인천국제공항은 최근 3년간 일 평균 13건의 불법 드론 비행을 적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은 드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티 드론’ 시스템을 마련했지만, 뚜렷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항공 안전법을 정비해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인천국제공항 3년 동안 불법 드론 444건 적발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2020년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적발된 불법 드론은 모두 444건이다. 또 같은 기간 항공기 운항 중단 28건, 출발 지연 61건, 복행 19건, 회항 8건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실제 지난해 12월 26일에 북한 무인기가 우리나라 영공을 침범했을 때는 인천·김포 등 수도권 공항에서 한 시간 가까이 항공기의 이착륙이 중단됐다. 그만큼 항공산업은 드론 비행에 예민한 상황이다.
인천공항은 하루 최대 이용객이 20만 명을 상회하는 대표적인 국가중요시설로 불법 드론·무인기가 공항을 침범하는 경우 국가 안보는 물론 항공 안전과 여객 편의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단 하루 공항 폐쇄만으로도 1000억 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화물운송 마비로 발생할 산업 전반의 경제적 손실까지 합친다면 천문학적 규모의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공항 역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2월에는 60대 남성이 띄운 드론이 국내 여객터미널에 추락했고, 4월 공항 인근에서 소형 비행물체로 인해 항공기 이착륙이 일시 중단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현재 항공안전법에 따르면 국내 공항 반경 9.3km 이내는 드론 비행금지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드론을 띄우려면 지방항공청의 승인을 미리 받아야 하고 이를 위반해 관제권 등에서 항공기 이착륙에 지장을 주는 경우 최대 500만 원 이하 벌금을 내야 한다. 이 외에도 드론 무게에 따른 제한, 상공 150m 이상 비행 금지, 가시거리 밖 비행 금지 등의 규제 조건도 마련돼 있다.
그러나 각종 규제가 있음에도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진다. 지난 2020년 11월 인천공항 근처에서 불법 드론이 약 40분간 비행해 항공기 12대가 출발이 지연되거나 복행·회항했지만, 드론 조종자는 형사상 기소유예에 그쳤다.
#안티 드론 시스템으론 역부족, 사용자 인식 개선이 먼저
늘어나는 불법 비행 물체를 잡기 위해 ‘안티 드론’ 시스템이 각 공항에 도입되고 있다. 안티 드론이란 테러, 범죄, 사생활 침해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무인기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크게 두 가지 기술로 나뉘는데 직접 파괴하는 ‘하드킬(Hard kill)’과 전파 등을 이용해 비행을 중지시키는 ‘소프트킬(Soft kill)’로 나뉜다. 인천공항공사는 3년 전부터 드론탐지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김포공항은 LIG넥스원과 탐지 장비를 올해까지 설치할 예정이다.
하지만 안티 드론 시스템이 드론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선 드론이 공항 주변에 접근했을 때 이를 무력화할 실효성 있는 수단이 충분하지 않다.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드론과 조종자 간의 전파 송수신을 차단(교란)하는 방식은 항공기 및 항행안전시설의 통신을 방해할 우려가 있어 공항 주변에서의 사용에 한계가 있다”면서 “조종자 없이 통신이나 GPS 좌표를 이용해 접근하는 북한 무인기 등은 전파 차단과 같은 소프트킬 방식의 대응이 불가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결국 업계에서는 사용자들의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조종자들 스스로 심각성을 인식하고 공항 주변에서 불법 드론 비행을 하지 않기를 당부한다”며 “인식 개선을 위해 온오프라인으로 집중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관련 법률을 정비하고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세진 육군협회 지상연구소 대드론 부센터장은 “불법 드론에 대한 적법한 시설과 운영규칙이 필요하다”며 “무력화 장비 사용에 대한 면책 조항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현건 기자
rimsclub@bizhankook.com[핫클릭]
·
2%대 물가상승률 '두 달 천하'…고민 깊어지는 정부·한은
·
"전면 재시공 약속 어디로?" GS건설, 검단 안단테 입주예정자와 보상 갈등
·
지자체 사활 건 '방산혁신클러스터', 유치해도 걱정인 까닭
·
[단독] '스톱'도 '고'도 원희룡 맘대로? 국토부, 양평고속도로 타당성조사 같은 업체에 다시 맡겼다
·
"드라마 속 가혹행위, 나도 겪었다" 군대판 블라인드 '마편' 체험해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