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백지화를 선언했던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이 조용히 재개 절차를 밟고 있어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즈한국은 최근 국토부가 서울~양평고속도로의 B/C(Benefit Cost Ratio·편익비용비) 분석을 앞서 타당성조사를 수행한 업체에 맡긴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양평고속도로는 앞서 B/C 분석이 빠진 채 타당성조사가 사실상 완료됐고, 국토부는 용역업체에 비용까지 전액 지급했다. 더구나 이번 분석을 맡은 용역업체는 앞서 타당성조사를 수행한 동해종합기술공사로 국토부 등 정부·공기업 출신 인사들이 다수 임원으로 재직해 전관 논란까지 일었다(관련 기사 [단독] 양평고속도로 용역사에 정부·공기업 '전관' 임원만 92명).
#이미 끝난 타당성조사 ‘부분 재개’, 절차상 문제 없나
20일 국토부 관계자는 “장관님이 지시해서 타당성조사 부분 재개를 위한 행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B/C 분석은 경동엔지니어링·동해종합기술공사 두 회사에서 같이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8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전문가의 검증을 거칠 수 있도록 서울~양평고속도로에 대한 확정적인 B/C 값을 내놓겠다”고 발언했는데, 이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서울~양평고속도로는 타당성조사가 사실상 완료된 상태다. 용역사에 비용 지급도 마쳤다. 국토부는 타당성조사를 진행하면서 노선을 변경했다. 타당성조사 계약 내용에는 ‘B/C 분석’ 등이 포함됐으나 용역사는 B/C 분석을 하지 않았다. 용역사가 계약된 과업을 100% 이행하지 않았는데도 국토부는 준공금 3억 7200만 원을 포함해 공사비 18억 6000만 원을 전액 지급해 논란이 일었다. 더불어 국토부는 사업 진행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인 B/C 값이 없는 상태에서 원안보다 변경안(강상면 종점)이 경제적으로 우수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양평고속도로의 타당성조사 계약기간은 2022년 3월부터 11월까지였다. 이미 비용도 지급이 완료됐다. 타당성조사 용역사인 경동엔지니어링과 동해종합기술공사는 더 이상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에 관여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국토부는 이번 B/C 분석을 같은 용역사에 맡겼다. 국토부 관계자는 “타당성조사 부분 재개를 위한 행정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원희룡 장관의 지시로 행정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는데, 언제 지시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타당성조사가 끝났는데 ‘일부 재개’가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고속도로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타당성조사→대형공사입찰방법심의→기본설계→실시설계 순으로 진행된다. 실시설계부터는 사업의 시행 단계다. 서울~양평고속도로는 원희룡 장관의 ‘백지화’ 발언 전에 기본설계 마무리 단계에 와 있었다(관련기사 '전면 백지화'라더니 은근슬쩍 진행? 양평고속도로 설계비 123억 책정 '위법' 논란).
이에 대해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조달청 공고대로라면 타당성조사는 이미 끝난 게 맞다. 준공금 지급도 완료됐다. 그런데 상황을 보니 국토부가 계약을 1차, 2차로 나눈 것 같다. 어떤 절차로 나눴는지, 계약 내용이 어떤지는 알 수 없다. 이와 관련해 공개한 건 없어 보인다. 계약이 이상하긴 하다. 국토부에서 마음대로 한 건데 비상식적인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용역사에 추가로 준공비를 안 받고 B/C 분석을 완료하기로 협의했을 수도 있다. 원래는 용역사가 기한 내 작업을 이행하지 못하면 지체된 날만큼 지체상금(이행지체에 대한 손해배상금 성격의 비용)을 물린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향후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이 원희룡 장관 발언 그대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원희룡 장관은 18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전문가의 검증을 거칠 수 있도록 서울~양평고속도로에 대한 확정적인 B/C 값을 내놓겠다”며 “고속도로 연결부 관련 2개의 안이 현재 있는 것이고, 이렇게 하다 보면 하남시 시점부 안도 조금 달라진다. 총 4개에 대한 경제성 분석 숫자를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기존 조사 무효 후 재발주 소문”…재조사 예산은 책정 안 돼
업계에는 이미 국토부가 타당성조사를 다시 발주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한 용역사 관계자는 “국토부가 타당성조사를 다시 진행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동해와 경동에서 했던 기존 타당성조사를 무효로 하고, 다시 공고를 내 입찰하고 진행한다는 것이다. 절차로 봤을 때는 말이 안 되지만 그렇게 지시하면 시행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용역사가 바뀌더라도 국토부의 의지대로 사업이 진행될 거라고 말한다. “다른 업체들도 이걸로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참여 용역업체가 논란에 휘말리게 되더라도 전부 입찰에 도전할 거다. 입찰에 성공하면 담당 공무원이 배정되는데, 보통 여기서 요구하는 대로 사업이 진행된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절차와 예산이다. 이미 실시설계비 책정이 끝난 상태에서 타당성조사를 다시 진행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국토부는 이미 타당성조사를 진행한 용역사에 18억 6000만 원을 지급했다. 2024년 서울~양평고속도로에 책정된 예산은 실시설계비 123억 400만 원뿐이며, 타당성조사 관련 예산은 책정되지 않았다.
국토부는 이에 대한 답변을 피했다. 비즈한국은 지난 20일부터 국토부 담당자에게 수차례 연락했지만, 회신을 받을 수 없었다.
국토부의 전례 없는 행정절차는 10월 진행되는 국정감사에서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절차에 어긋나게 불법으로 예산을 집행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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