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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부러워" 세븐일레븐 점포 정리 바라보는 편의점주들 속사정

코리아세븐 180개 폐점, CU·GS는 2600~3000개 증가 "수익률 줄어도 어쩔 수 없이 유지"

2023.09.20(Wed) 15:07:36

[비즈한국] 코리아세븐이 수익성 낮은 세븐일레븐 점포를 정리 중이다. 실적 악화를 벗어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데, 업계 종사자 사이에서는 ‘부럽다’는 의외의 반응이 쏟아져 나온다. 출점 경쟁과 고물가의 영향으로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데, 폐점으로 ‘탈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면 오히려 반가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롯데그룹 계열사 코리아세븐이 올 상반기 278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코리아세븐은 수익성이 떨어지는 매장을 순차적으로 정리하는 중이다. 사진=최준필 기자

 

#세븐일레븐​ “점포 효율화” 수익성 악화에 점포 수 줄여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롯데그룹 계열사 코리아세븐이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코리아세븐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2조 8207억 원으로 전년 동기(2조 3677억 원) 대비 19%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상반기 13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나 올해는 278억 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지난해 3월 미니스톱을 인수·합병한 코리아세븐 측은 브랜드 전환 및 통합관리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감소했다고 밝혔다.

 

수익성 악화로 인해 점포 구조조정도 들어갔다. 지난해 연말부터 수익성이 떨어지는 매장을 순차적으로 정리하는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1만 4300여 개였던 세븐일레븐 점포 수는 올해 1분기 1만 4120개 수준으로 줄었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브랜드 통합 작업과 함께 내실 위주 경영 체제 확립을 위한 체질 개선 작업에 나섰다. 상권 변동에 따라 점포 운영 및 관리 효율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는 점포는 가맹점주와 협의해 전략적으로 정리해 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업계에서 점포 수 감소는 보기 드문 일이다. 편의점은 업계 순위를 점포 수로 따질 정도로 매장 숫자에 민감하다. 점포 수가 매출과 직결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미 편의점 점포 수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에도 매년 편의점 업계가 경쟁적으로 점포 수를 확대한 이유다. 지난해 말 기준 CU의 점포 수는 1만 6787개, GS25는 1만 6448개로 집계됐다. CU는 전년보다 3056개, GS25는 2630개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세븐일레븐이 점포 수 줄이기에 들어간 것은 그만큼 수익성 제고가 절박했다는 방증이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출점 경쟁이 치열하다. 점포를 확대해 놓으면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계약 만료로 폐점하려는 곳들도 무조건 계약 연장을 권한다. 본사에서 먼저 점포 정리에 나서는 상황은 본 적이 없다. 정말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신규 출점은 고매출이 예상되는 우량 입지 중심으로 신중하게 진행할 예정”이라며 “조만간 미니스톱의 점포 전환이 완료될 예정이다. 내년에는 매출이나 이익 등 재무적 성과까지 시너지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 집 건너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편의점 업계의 과다 출점이 이어지면서 점포당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고 말한다. 사진=박정훈 기자

 

#매출 감소에 한숨 커지는 점주들

 

경쟁사 편의점 점주들도 세븐일레븐 폐점을 눈여겨보고 있다. 한 편의점주는 “수익이 나지 않아 문을 닫게 되는 매장이 생긴다는 것이 동종 업계 종사자로서 안타깝다. 반면 우리 점포 주변의 다른 편의점이 문을 닫게 되면 수익성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다. 경쟁이 치열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일부 점주들은 세븐일레븐 상황이 차라리 낫다며 한숨을 쉰다. 올해 들어 점포 매출이 크게 줄어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인데, 위약금 문제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영업을 이어가는 점포가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한 점주는 “들어오긴 쉬워도 나가기는 어려운 구조다. 매출이 안 나와 적자가 나더라도 폐점이 어렵다”고 털어놨다.

 

점주들은 올해 점포 매출이 전년보다 줄어 어려움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20년째 편의점을 운영 중인 A 씨는 “최근 전기료가 월 20만 원 이상 올랐다. 인건비도 전년보다 월 30만~40만 원 더 주고 있다. 작년보다 월 고정비가 60만~70만 원 이상 늘어난 상황이다. 하지만 매출은 작년보다 크게 줄었다. 매장 유지가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편의점주는 “작년보다 월 매출이 30%가량 줄었다. 유동인구가 부쩍 줄어든 느낌이다. 야간 매출은 거의 끊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24시간 영업하는 식당이나 카페가 예전보다 줄지 않았나. 편의점은 야간 매출 비중이 컸다. 밤 시간대 매출로 편의점이 먹고살았는데 이제는 주간이나 야간 모두 매출이 안 나온다”고 말했다.

 

점주들은 앞으로가 더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점포당 매출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과도한 점포 경쟁이 사라져야 하는데, 점포 수가 줄어들 가능성은 미미하기 때문이다. 최근 편의점 업계가 확대하고 있는 본부임차 방식 출점이 점주들의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통상 편의점 임차 방식은 점주임차 방식과 본부임차 방식으로 나뉜다. 점주임차 방식은 점주가 직접 임대차 계약을 맺고 보증금, 월세 등을 부담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반면 본부임차 방식은 임대차 계약을 본사에서 진행한다. 인테리어 및 초기비용을 본사에서 부담하고 점주는 가맹비 및 투자비 일부를 낸다. 점주임차 방식은 점주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는 만큼 수익 배분율도 80%가량으로 높은 반면, 본부임차 방식은 점주의 수익률이 40% 이하로 알려져 있다.

 

최근 편의점 업계는 본부임차 방식의 출점을 확대하고 있다. 본부임차 점포가 확대되면 본사의 수익률은 높아지고, 안정적 점포 유지가 가능하다. CU는 2011년 23% 수준이던 본부임차 매장 비율을 지난해 40% 수준까지 높였다. GS25도 같은 기간 본부임차 비중이 39%에서 45%가량으로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편의점 업계가 본부임차 방식으로 점포를 무분별하게 늘리고 있다. 출점이 가능한 자리만 생기면 일단 본사에서 점포를 준비하고 점주를 모집하는 형태”라며 “점포 과포화 상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편의점주들은 과다 경쟁을 막기 위해서는 본부임차 방식의 출점을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앞서의 관계자는 “본부임차 점포는 폐점이 없다. 매출이 안 나오면 점주를 계속 바꾸면서 매장을 유지한다. 점주는 망해도 점포는 망하지 않는 구조가 되어가고 있다. 무분별한 출점의 원인인 본부임차에 대한 제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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