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 금싸라기 땅으로 꼽히는 강남역 인근 쇼핑몰 부지가 공매로 넘어갔다. 개발 사업 초기에 자금을 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금융기관이 사업시행자의 채무 불이행을 이유로 매각을 요청한 것.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채권시장 경색으로 초기 부동산 개발 사업장이 PF 대출 상환에 실패해 공매에 부쳐지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우리자산신탁은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영동프라자 쇼핑몰 부지를 공매로 내놨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 북서쪽에 위치한 5500㎡ 규모 땅이 대상 물건이다. 당초 공매 최저입찰가격은 5300억 원 수준이었지만 18일 1회차 입찰이 유찰되면서 4770억 원으로 떨어졌다. 2회차 공매는 20일 진행된다.
당초 이 부지에는 대규모 쇼핑몰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부동산개발업체 삼양엘앤디는 이 부지에 있던 지하 1층~ 지상 5층(연면적 1만 3994㎡) 규모 영동프라자 쇼핑몰을 지하 3층~지상 5층(연면적 2만 6283㎡) 규모로 재건축하는 사업을 구상했다. 2021년 이 같은 내용으로 건축 허가를 받아 이듬해 기존 건물을 철거했지만 현재 착공에 이르지는 못한 상태다.
이번 공매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채무 불이행이 원인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양엘앤디는 기존 부동산 매입 자금을 대고자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금융기관들로부터 2000억 원대 브릿지론을 받았다. 브릿지론은 사업 초기 시행사가 토지비나 인허가 관련 자금을 단기로 융통하는 PF 대출로, 본 PF을 일으켜 상환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삼양앨엔디는 부동산 경기 침체와 채권시장 경색 등으로 인해 건축허가 1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본 PF 전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릿지론을 주관한 이베스트투자증권 관계자는 “시행사 쪽에서 수개월간 (브릿지론) 이자를 납입하지 못했다. 대주 중 일부가 공매 요청을 해 신탁사가 공매를 진행하게 됐다”며 “부동산 시장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다들 많이 힘들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영동프라자는 브릿지론 차주인 시행사의 채무 상환이 이뤄지지 않아 공매가 진행됐다. 본 PF로 브릿지론 상환을 해야 하는데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본 PF 전환이 여의치 않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동프라자 공매와 관련해 삼양엘앤디 측은 “회사 방침상 따로 인터뷰를 진행하지 않는다”고만 말했다.
최근 부동산 개발 사업장이 채무 불이행으로 공매에 올라오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고급 주택 단지가 조성될 예정이었던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 주차장 부지는 시행사의 브릿지론 채무 불이행으로 공매에 부쳐졌다가 최근 부영주택 품으로 돌아갔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루시아 청담 514 더 테라스’ 복합단지 부지는 브릿지론 상환 문제로 4회차 공매까지 넘어갔다가 가까스로 브릿지론 연장에 성공해 공매 시장을 벗어났다.
부동산 PF 대출 연체는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1조 6000억 원으로 2022년 12월 말 130조 3000억 원 대비 3개월 만에 1조 3000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1.19%에서 2.01%로 0.82%포인트 급증했다.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020년 말 0.55%, 2021년 말 0.37%로 1%대를 밑돌았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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