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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린이'는 늘었는데 증권사 지점은 줄었다, 왜?

비대면 거래 증가로 1년 새 47곳 감소, 삼성증권 14곳 '최다'… 직원들 반발, 전문가 "전산 투자, 갈등 조정 필요"

2023.09.20(Wed) 09:27:22

[비즈한국]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오프라인 영업지점을 통폐합하는 작업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비대면 증권 거래가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중소 지점을 거점 센터로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이다. 최근 통폐합에 소극적이던 증권사들까지 점포 감축 대열에 합류한 가운데 입지 축소를 우려하는 직원들의 반발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오프라인 영업지점을 통폐합하는 작업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거점형’ 점포로 흡수, 소형 점포 폐점 줄이어

 

올해 하반기 주요 증권사들이 지점 축소를 가속화한다. 최근 대신증권은 신촌 자산관리(WM)센터, 사당WM센터, 광화문센터, 여의도영업부를 합친 통합 점포를 12월 말 여의도에 신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계획대로라면 현재 44개인 대신증권 지점 수는 연말을 기점으로 41개가 된다. 지난 18일 부평, 인천 지점을 인천금융센터로 통합 오픈한 NH투자증권은 약 한 달 만에 광주에서도 거점 센터를 연다. 홈페이지 공지에 따르면 10월 16일 상무WM, 수완WM, 광주WM을 통합한 광주금융센터가 새롭게 들어선다. 

 

이는 오프라인 몸집 줄이기에 한창인 증권업계 추세에 발맞춘 행보다. 국내 증권사들은 앞다퉈 지점 통폐합에 나서고 있다. 대면 거래 비중이 축소되면서 소형 점포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고 모바일 서비스를 강화하는 투 트랙 전략이다.

 

주요 증권사들이 효율화를 위한 지점 통폐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각 사 홈페이지

 

이를 두고 증권업계는 불가피한 체질 개선 전략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MTS(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 기반 비대면 거래가 확산되며 디지털·모바일 전환이 시작된 2018~2019년 무렵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던 변화다. 감원이 아닌 오프라인 매장의 성격을 바꾸고 서비스 방식을 바꾸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주식 하는 사람은 늘었지만 지점에 방문한 경험이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증권은 은행보다도 비대면 쏠림이 큰 분야”라며 “대면으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점포만의 차별성을 갖추기 위해 전략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편의·직원 반발…지점 축소 부작용 우려도

 

무리한 지점 축소에 대한 우려도 뒤따른다. 이동헌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정책팀 팀장은 “온라인으로 증권 업무 대부분을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점포 유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점포 통폐합에 나설 만하다. 비대면으로는 하기 어려운 업무들이 있는데 창구 자체가 줄어든다면 이용자의 불편함이 커질 수 있다. 비용 절감과 함께 비대면 서비스 질을 개선하고 온라인 수수료를 낮추는 조치 등도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증권사의 지점 감소 추세는 매해 가팔라지고 있다. 오프라인 지점 규모는 올 들어 800개 선이 무너진 후 꾸준히 줄어드는 모양새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오프라인 거점을 갖춘 56개 증권사의 국내 지점 수는 788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835곳)보다 47개 감소했다. 900개를 밑돌던 2020년 이후 올 1분기(798개) 처음 800개 미만으로 떨어졌고, 한 분기 만에 10개 점포가 추가로 문을 닫았다. 

 

감소폭이 가장 큰 증권사는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은 1년 사이 14개 지점을 줄여 현재 29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2021년 말(50개)부터 1년 반 동안 40% 넘게 줄었다. 삼성증권은 지난해 10월 서울 5개 지점(마포·상계·이촌·일산·합정)을 기존 강북금융센터로 통합하는 등 증권업계 점포 효율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 밖에도 올해 상반기까지 1년간 신한투자증권도 지점 6개를 줄였고 한국투자증권(4곳), NH투자증권(3곳), 대신증권(2곳) 등이 통폐합을 진행했다.

 

대대적인 점포 재편에 대한 내부 반발도 본격화 조짐을 보인다. 지점의 역할에 변화가 생기면서 오프라인 점포에서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들의 입지 역시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이 나온다. 당장 구조조정으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고용불안정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는 불안감 역시 커지고 있다.

 

NH투자증권 노조는 최근 본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사측과 교섭에 들어가며 지난 15일 이후 피켓 시위는 중단한 상태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점포 통폐합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효율적으로 점포를 통합하되 직원들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사측과 리테일 사업부에 대한 미래 구상을 함께 그리기 위함이다. 현재 직원들도 새 점포로 인계가 되고 있으나 관련 사업을 회사에서 급속하게 축소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NH투자증권 노조는 점포 폐쇄는 사측의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천막 농성을 벌였다. 지난 3년간 지점 축소가 없었던 KB증권은 올해 선릉역라운지, 신사라운지, 청담역라운지, 신설동지점, 종로지점, 수유지점 등 총 6개를 통폐합했다. 김기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 본부장은 “점포통폐합은 비단 KB증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황이 안 좋을 때마다 모든 증권사들이 점포통폐합을 거론한다. 실적이 나지 않으면 없애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을 어떻게 살릴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키움증권이 온라인으로도 시장점유율 1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한국은 모바일 뱅킹이나 증권으로 사업하기 좋은 환경”이라며 “체질 변화는 불가피하지만 전산에 대한 충분한 투자나 기존 직원들과의 갈등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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