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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 막판 ‘기 싸움’ 치열

중국측 연내 협상 타결 희망, 업종 따라 희비 엇갈려

2014.08.18(Mon) 09:18:46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놓고 막판 기 싸움이 치열하다. 한국과 중국 정부는 한중 FTA와 관련해 지금까지 총 12차례 협상을 벌였다. 가장 최근에 열린 12차 협상은 시진핑 주석 방한 직후여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기대만큼 큰 진전은 없었다. 전자 상거래 부문에 완전 합의했고, 환경 분야에 진전을 이루는 등 일부 성과가 있었으나 제조업 조기 관세철폐(한국측 주장) 농수산물 개방(중국측 주장) 등은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는 중국측이 시 주석 방한 당시 얘기했던 농산물 시장 개방 수준보다 더 높은 수준의 개방을 요구한 때문이다.

대중국 수출 물량의 절반은 가공무역

한중FTA 체결을 서두르는 쪽은 한국보다 중국이다. 중국 정부는 오는 11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한중 정상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을 선언하길 희망한다. 반면 우리 정부로서는 농민들의 개방 반대 목소리가 큰 상황에서 중국의 요구대로 들어주기 어려운 입장이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량의 절반은 가공무역 형태이다. 한국이 중국에 반제품을 수출하면 중국에서 이를 완성해 재수출하는데 이미 관세가 면제돼 있기 때문에 FTA로 인해 추가로 얻는 직접적 이득은 크지 않을 거라는 주장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중 FTA는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대중국 무역에서 매년 600억 달러의 흑자를 내고 있다. 이 규모는 미국과 EU를 합친 규모보다 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중 FTA 발효 5년 후에 0.95~1.25%, 10년 후에 2.28~3.04%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 역시 중국산 제품을 지금보다 더 싼 값에 살 수 있다.

한중 FTA 협상과 관련, 개성공단 등 역외가공지역에 특혜관세를 부여하기로 합의한 것은 의미가 크다. 역외가공지역 지정은 한미 FTA 협상 때도 제기됐지만 미국의 반대로 무산됐었다. 한중 FTA에 역외가공지역 지정 조항이 포함되면 남북 경협은 물론 한반도 평화정착에도 긍정적인 요소다.

한중 FTA가 타결되면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와 기계류, 전자가전, 석유화학, 철강 등이 비교 우위 업종이다. 자동차는 국내 관세율이 평균 8%인데 반해 중국의 기본 관세율은 25%에 달해 한중 FTA 최대 수혜주가 될 전망이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한미 FTA 발효 후 미국시장에서 글로벌 자동차 회사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여기서 다져진 경쟁력이 중국시장 확보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 한국과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12차 협상이 실시된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가운데 양측 수석대표인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과 왕셔우원 상무부 부장조리(차관보급)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4.07.14.

유화제품의 대중국 수출은 지난해 약 200억 달러인데 반해 수입은 18억 달러 정도였다. 이 분야 평균 관세율이 한국 6.1%, 중국 7%인 점을 감안하면 한중 FTA 발효 시 석유제품의 수출도 늘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산업 분야의 경우, 대표적 수혜 예상 품목인 LCD나 음향기기 부품 등은 관세 인하로 인해 FTA 효과를 톡톡히 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자산업의 FTA 효과로 인한 이득이 의외로 적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어 종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도 반사 이익이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중국산 철강제품에 관세를 거의 부과하지 않는 반면 중국은 6% 정도 관세를 부과해 FTA 발효 시 철강제품의 수출이 늘어날 전망이다.

농수축산 분야 피해 가장 우려돼

반면 의류 방직 분야와 비철금속, 생활용품, 농수산업 축산 분야는 피해가 우려된다. 특히 농수축산업의 경우, 지금도 수입이 수출보다 4배 많은데 관세까지 폐지되면 수입이 크게 증가해 농가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중 FTA 발효 후 10년간 과일은 10억2000만 달러, 채소는 9억 달러 정도 생산량이 감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산업도 새롭게 피해를 겪을 분야다. 한미 FTA는 국내 수산업계에 그다지 피해를 주지는 않았다. 미국산 수산물은 대부분 얼려서 국내 반입하기 때문이다. 한중 FTA가 발효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수산물의 경우, 한 두 시간이면 배로 올 수 있기 때문에 근해어업 전체가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특히 근해어업 종사자 대부분이 생계형 어민이어서 중국의 인해전술식 수출에 대항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정부가 지금부터 수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착실히 준비하는 한편 영세 어민을 상대로 구제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피해가 우려되는 분야는 쌀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쌀 시장 개방을 유예한 대신 의무수입물량으로 매년 10만t 이상 중국산 쌀을 수입해왔다. 중국의 쌀 시장 개방 요구는 집요하다. 시진핑 주석은 방한 다시 ‘김치 수출 허용’ 발언을 한데 이어 농림축산식품부가 관세화로 쌀 시장을 개방하면 중국에 한국 쌀 수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쌀시장 개방은 중국 측 의도대로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쌀 관세화 정책 발표다.

우리 농민들이 우려하는 것은 중국산 쌀과 국산 쌀의 가격 경쟁이다. 식량주권지키기운동본부 관계자는 “중국산 쌀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면 가격경쟁에서 절대 이길 수 없다. 관세율 300%로 해도 경쟁력이 없다. 상대국에서 압력을 넣으면 관세율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 만원이면 살 수 있는 쌀을 누가 17000원을 주고 사겠나. 우리 쌀농사는 몇 년 못가 거덜 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쌀시장 전면 개방은 우리 농민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농민들은 정부의 쌀 관세화 발표 이후 한 달째 반대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기업형 농가보다 소규모 가족농의 피해가 더 우려되는 만큼 이들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한중FTA 타결로 값싼 중국산 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오면 우리 농가의 소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도농 간 소득 격차 확대, 농촌사회 공동체 붕괴 위기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현재 우리나라 농가당 평균 경작 면적은 1.5㏊, 평균 농업소득은 1천만 원 가량으로 영세한 상태다. 한중 FTA가 발효되면 이 소득은 더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한중FTA는 중국측 의도대로 무리한 연내 타결이 아닌 최대한 국익이 보전되는 방향으로 면밀한 협상이 요구된다.

 

 

 

문홍식 기자

mo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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