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015~2016년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고공행진을 펼쳤다. 2013년 8만 원대에 머무르던 주가는 중국 시장의 매출 증대·로드숍(이니스프리) 시장 확대와 함께 45만 원을 넘나들었다. 2년여 만에 5배 넘게 오른 셈이다. 그랬던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최근 몇 년 새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지난해 10만 원이 무너졌고, 올해 7월에도 장중 한때 9만 3900원까지 하락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 중국 시장의 매출 부진에 따른 여파다. 그런데 최근 중국이 한국 단체관광 재개를 결정하자 증권가에서는 “중국 단체관광 재개가 아모레퍼시픽에 호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목표주가 상향 리포트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업계에는 우려의 시선이 공존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초 리브랜딩을 선언하고 본격적으로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으나 최근 업계 트렌드와 동떨어져 있다는 분석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여러 브랜드 중 ‘분위기 반전’을 보여줄 수 있는 건 설화수 등 고급 브랜드뿐이라는 점이 현재 아모레가 직면한 시장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NH투자증권 “목표주가 상향조정”
NH투자증권은 지난 12일 내놓은 리포트에서 아모레퍼시픽이 중국 단체관광 재개로 인해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13만 원에서 15만 5000원으로 올려 잡았다.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단체관광 재개에 따른 한국 화장품 수혜와 면세점 판매 채널 정상화를 감안해 밸류에이션 적용시점을 내년으로 변경했다”며 “상반기 호실적으로 미루어 볼 때 4분기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기관투자가들이 아모레퍼시픽을 집중 매수하고 있다. 주요 브랜드의 리뉴얼 및 구조조정에 힘입어 하반기 실적이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깔렸다. 지난 7월 31일 11만 2700원에 거래를 마쳤던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7일 13만 원대를 회복했다.
올해 상반기 실적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시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59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상반기 누계로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3% 감소했다. 국내 영업이익은 368억 원 흑자를 냈으나 해외에서는 327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0.04% 떨어진 9454억 원을 기록했다. 면세 분야에서 두 자릿수 매출 하락을 기록하며 매출이 11.6% 떨어진 것이 발목을 잡았다. E-커머스 채널도 매출 감소세가 계속됐다.
#코로나 이후 재편된 시장 ‘주도’할 수 있을까
업계에서는 중국의 단체관광 재개가 아모레퍼시픽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과거 2015~16년 로드숍과 함께 화장품 시장을 주도하던 분위기가 다시 만들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화장품 시장은 코로나19를 거치며 온라인 시장 중심으로 재편됐고, 이 과정에서 인디 브랜드들이 급성장했다. 인디 브랜드들은 ODM 기업을 활용해 특색 있는 제품 5~6개를 출시한 다음,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젊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판매한다. 이들은 SNS 라이브방송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아모레퍼시픽의 실적은 지지부진한 반면 국내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 빅4의 실적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코스맥스, 한국콜마, 코스메카코리아, 씨앤씨인터내셔널은 올해 상반기에 일제히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매장도, 공장도 필요 없어 트렌드를 잘 읽는다면 누구나 쉽고 저렴하게 브랜드를 출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E-커머스 진출 등 아모레퍼시픽 역시 새로운 시장 흐름에 맞춰 대응에 나섰지만 ‘다소 늦었다’는 평이 나온다. 대기업 계열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최근 아모레퍼시픽이 리브랜딩에 나서 여러 시도를 했지만 이는 시장의 흐름을 쫓는 수준이지 새로운 트렌드를 열거나 주도하는 것은 아니다”며 “중국 단체관광객들이 다시 들어온다 해도 현재 화장품 시장의 흐름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브랜딩 성공 여부는 설화수 실적으로 드러날 것
이는 아모레퍼시픽도 이미 읽고 있는 흐름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잘하는 것에 더 집중하겠다는 분위기다. E-커머스에도 대응하는 동시에 중국 중심의 사업 구조를 탈피, 일본이나 북미 시장 등에서 글로벌 K뷰티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화장품 업계는 고급 브랜드 ‘설화수’의 리브랜딩이 아모레퍼시픽의 흐름을 읽는 지표가 될 것으로 본다. 오랜 기간 대표 모델로 내세웠던 배우 송혜교를 블랙핑크 로제로 변경하며 젊은층·해외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안 보인다. 증권사에서는 오히려 리브랜딩 여파로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중국 사업 영업손실이 351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앞선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이니스프리나 에스쁘아 등의 실적이 좋지 않아 지난해부터 인센티브가 안 나온 곳도 있다”며 “설화수가 로제로 대표 모델을 바꾸는 등 고급 브랜드 매출 확대를 위해 여러 시도를 하고 있는데, 아모레퍼시픽의 리브랜딩 성공 여부는 헤라와 설화수 등 고급 라인 실적을 살펴보면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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