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 해소 사업에 재정을 지원하도록 한 지역균형발전 특별법이 제정된 지 2023년으로 20년을 맞았다. 지역균형발전 특별법에 따라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에 투입된 예산은 2배 넘게 늘었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는 최근 더욱 나빠지고 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목표가 변경되면서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지 못한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고성장을 위해 성장 거점 위주의 발전 정책을 시행해왔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경제는 세계 13위 수준(2022년 기준)까지 성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정부 주도 성장의 혜택을 받은 수도권과 그렇지 못한 비수도권 간 격차는 급속하게 벌어졌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경제적 격차가 커지면서 비수도권은 인구 유출 등으로 지방소멸 위기마저 맞이한 상황이다.
이러한 지역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는 2004년 지역균형발전 특별법을 제정해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2005년 균형발전 관련 사업 추진을 위해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를 실시했다.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는 성장촉진지역·농산어촌지역 등 낙후된 지역의 생활기반시설을 확충해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사용되는 지역자율계정과 지역특화산업·지방대학 육성 등 지역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에 투입되는 재원인 지역지원계정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러한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는 2005년 5조 4000억 원으로 시작해 2009년 9조 6000억 원, 2015년 10조 4000억 원, 올해 11조 7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약 20년 동안 그 규모가 2배 넘게 확대된 것이다. 하지만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가 늘어났음에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주민들의 경제적 격차는 악화된 상태다.
지역별 1인당 개인소득을 살펴보면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가 시작되기 전인 2004년 전국 평균보다 높았던 곳은 수도권밖에 없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4년 수도권의 1인당 개인소득은 1142만 7000원으로 전국 1인당 평균 개인소득(1106만 3000원)보다 3.3% 많았다. 반면 영남지역은 1087만 8000원(전국 평균 대비 98.3%), 충청지역은 1013만 2000원(91.6%), 호남지역은 1040만 3000원(94.0%), 강원지역은 958만 9000원(86.7%), 제주지역은 1008만 2000원(91.1%)으로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소득격차는 2014년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다시 나빠지는 추세다. 2014년에는 충청지역 1인당 개인소득이 1773만 9000원으로 전국 1인당 평균 개인소득(1700만 6000원)보다 높았음은 물론 수도권(1743만 6000원)보다도 많았다. 영남지역은 1707만 2000원으로 수도권보다는 낮았지만 전국 평균보다는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호남지역(1651만 원)은 전국 평균의 97.1% 수준에 육박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해인 2015년 충청지역 1인당 개인소득이 1835만 5000원으로 수도권 지역(1850만 8000원)에 밀리는 등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다시 벌어지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21년 지역별 1인당 개인소득을 보면 수도권만 2266만 3000원으로 전국 평균(2205만 9000원)보다 높았다. 충청지역은 2172만 9000원으로 전국 평균의 98.5%, 영남지역은 2175만 2000원(98.6%), 호남지역은 2164만 6000원(98.1%)으로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강원지역은 2091만 8000원(94.8%), 제주지역 2036만 원(92.3%)은 다소 개선되기는 했지만 전국 평균과는 차이가 컸다.
이처럼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 시행 20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 해소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은 정부마다 다른 목표를 내세운 때문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지역균형발전특별회계를 처음 시행한 노무현 정부는 목적을 ‘국가불균형 해소’에 둔 반면, 이명박 정부는 ‘광역경제권 경쟁력 향상’, 박근혜 정부는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 문재인 정부는 ‘지역 주도 균형발전’으로 바꿔왔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목적이 ‘지역균형발전사업의 효율적 추진’으로 또다시 변경됐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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