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북한 김정은은 지난 6일 신포 조선소에서 일명 ‘김군옥영웅함’(김군옥함)이라는 신형 잠수함을 진수했다. 김정은은 진수식에서 “주체적 해군 무력 강화의 새 시대, 전환기의 도래를 알리는 일대 사변“이라며 ”우리식의 전술핵 잠수함을 어머니 조국에 선물로 드린다. 핵무기를 장비하면 그것이 곧 핵 잠수함이라는 것이 나의 견해“라고 말했다.
김정은의 야심 찬 발표와 달리 국내외의 군사전문가들은 김군옥함에 대해 혹평을 내리고 있다. 미국 허드슨연구소의 브라이언 클록(Bryan Clark)은 자유 아시아 방송(RFA)에서 잠수함의 성능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로버트 수퍼(Robert Soofer) 전직 미 국방성 핵 정책 담당 차관보는 “한미연합군이 이 잠수함을 찾아서 파괴하기 쉬워 현재의 핵무기 대응 공식을 바꾸지 못한다“고 말했다. 브래들리 마틴(Bradley Martyn)은 “기괴한 겉모습을 하고 있다”라면서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고 전했다. 전체적으로 엄청난 혹평을 받고 있는 모양새다.
김군옥영웅함의 성능은 어느 수준으로 판단해야 할까? 크게 세 가지 핵심 설계 요소를 특징으로 봐야 한다.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부분은 김군옥함이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폭이 좁고 긴’ 잠수함이라는 점이다. 현대 잠수함은 길이 대비 폭이 대략 8대 1 수준을 유지하고 과거 구소련의 델타급 전략원잠 등이 13대 1 수준으로 비교적 긴 편이다. 이번에 공개된 김군옥함의 경우 적어도 15대 1 수준으로 폭이 매우 좁고 긴 담배형 선체를 가지고 있다.
잠수함의 폭과 길이가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잠수함 기동성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유체역학이 매우 중요한 잠수함의 경우 길이가 길어질수록 방향 전환이 어려워진다. 방향 전환이 어려워지면 회전반경 및 전체적인 기동성이 크게 떨어진다. 또한 일반 항해를 할 때는 물론 적의 공격을 피하고 무장을 발사하는 작전 기동이 어려워 전체적인 작전 능력 자체가 크게 낮아진다.
이같은 단점을 모를 리 없는 북한이 왜 이런 설계로 잠수함을 만들었을까? 북한이 새로운 압력선체(Pressure hull) 제작 설비를 구하지 못하거나 능력의 한계로 구형 잠수함 건조에 쓰이는 압력선체 제작 설비를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일 것으로 예측된다.
압력선체란 잠수함의 겉 부분이 아니라 속에 있는 구조 부분이다. 압력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원통형 구조로 돼 있다. 또한 반지 모양의 링 프레임(Ring Frame)과 외판이 아주 정밀하게 용접돼야 해서 특수한 설비와 제작법이 필요하다. 북한은 새로운 크기의 이 잠수함 압력선체 제작 용기를 제작할 수 없거나 아직 완성하지 못해 잠수함 선체를 이렇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특징은 SLBM(수중 발사 잠수함 탄도탄)을 두 종류와 두 줄로 배치했다는 점이다. 공개된 김군옥함의 사진을 보면 함교 뒤 편에 모두 10개의 수직발사기(VLS)가 장착됐다. VLS 중 4개는 대형, 6기는 소형으로 보이며 한 줄에 5기의 수직발사기를 배치한 복열 수직발사대를 채용했다.
이같은 배치와 무장 구성은 매우 독특하고 예상 밖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 민간 잠수함 전문가인 H.I 수튼 (H.I Suton)은 2019년에 ‘신포-C형’이라 불렀던 김군옥함의 예상 디자인을 공개했었는데 현재 디자인과 매우 달랐다. 당시 H.I Suton 예상한 디자인은 함교를 길게 개조해서 3발의 북극성-5형 SLBM을 장착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구소련이 1950년대 후반에 건조한 골프급 디젤 잠수함이 똑같은 방식으로 기존 잠수함을 개조해서 SLBM 3발을 탑재했고, 북한이 1990년대에 이 잠수함을 고철로 수입한 바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왜 검증된 방식을 버리고 그야말로 ‘우리식 잠수함’ 설계로 위험한 도박을 했을까? 두 가지 이유를 추정할 수 있다.
첫 번째 추론은 북한이 김군옥함의 후속함 건조가 어렵거나 매우 오래 걸릴 것이라는 점이다. 핵무기 운반수단으로서 디젤 잠수함은 축전지 충전을 위해 정기적으로 수면으로 부상해야 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비교적 적은 수의 핵미사일을 많은 잠수함에 나눠서 운영하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유사시 충분한 핵무기 투사 능력을 발휘하기까지 많은 잠수함이 필요하다. 이 점을 고려했을 때, 북한의 조선소 제작 능력으로는 단기간에 여러 척의 SLBM 탑재 잠수함을 만드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이번에 공개된 김군옥함의 경우 이미 2019년 김정은이 조선소를 방문해서 건조 현장을 둘러본 바 있다. 이때 상당 부분 건조가 완료된 것으로 예상되며 건조에 최소 5년 이상, 길게는 10년 가까이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제한된 자원과 건조시간을 반영해 가능한 가장 많은 전술핵 미사일을 탑재한 것이다.
두 번째 추론은 북한이 한국과 일본을 핵심 핵 공격 표적으로 삼고 잠수함을 통한 미국 공격을 일단 포기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김군옥함은 잠수함 역사상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2종류의 SLBM 동시 탑재’를 적용했다. 우리 해군의 도산안창호함, 이스라엘 해군의 돌핀 급 등 전략 핵탄두가 있는 SLBM을 탑재한 모든 잠수함이 다 1종류의 SLBM만 운용하고 있다. 다만 전략핵미사일과 SLBM이 아닌 전술 순항미사일을 탑재한 몇 척의 오하이오급만이 여러 미사일을 섞어 수직발사대에서 운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미사일을 섞어서 실을 수 있는 오하이오급은 핵무기를 탑재하지 않는다.
핵탄두를 가진 미사일을 운용하는 다른 나라 잠수함들이 되도록 한 종류의 미사일로 통일하는 이유는 미사일의 사거리 때문이다. SLBM 미사일을 탑재한 잠수함들은 최대한의 효율성을 위해서 표적을 공격할 수 있으면서 가장 안전한 발사지역을 설계 단계에서부터 정하게 된다. 그런데 크기가 달라 사거리가 서로 다른 두 종류의 미사일을 탑재하면 당연히 이런 ‘최적 발사위지’가 미사일에 따라서 달라진다.
이같은 문제점을 감수하고 북한은 4발의 북극성-5 SLBM과 6발의 화성-11ㅅ 미사일 탑재를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북한은 김군옥함 1척으로 동해상에서 한국과 일본에 대한 동시 핵 공격 임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동해안에서 작전하는 것을 가정하고 표적을 한국과 일본으로만 국한한다면 한국에는 사거리가 짧은 화성-11ㅅ 미사일을, 일본에는 사거리가 긴 북극성-5 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이 효율적인 방법은 결코 아니다. ‘1척의 잠수함에만 핵무기를 실을 수 있다’는 한계로 어쩔 수 없이 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마지막 세 번째 특징은 중국 잠수함들 디자인 특징이 여러 곳에서 녹아있다는 점이다. 김군옥함은 함교의 디자인과 함수의 모양이 기존 033(로미오)급 잠수함과 달라졌고 새로운 디자인의 ‘원본’이 중국 잠수함으로 추정된다. 먼저 함수의 모양이 기존 로미오 함은 수상 항해를 강조한 2차 세계대전 잠수함 스타일에서 유선형 함수로 바뀌었다. 바뀐 유선형 함수의 형태는 중국의 039형 잠수함(Song Class)과 매우 유사하다.
함교의 모습에서는 좀 더 명백한 ‘중국 잠수함 따라 하기’의 모습이 보인다. 원래 로미오급은 구형 디자인으로 울룩불룩한 함교 디자인을 채용했다. 다만 김군옥함의 경우 매우 유선형 함교로 바뀌어서 수중소음과 유체저항이 상당히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 함교의 유선형 각도, 잠항타의 위치와 크기가 중국의 039B형 잠수함과 매우 유사하다. 또한 김군옥함은 바닷속에서 공기를 흡입해서 디젤엔진을 돌리는 역할을 하는 스노클(snorkel)이 독특하게 각진 형태로 장착됐다. 현재 작전 중인 전 세계의 잠수함 중에서 이런 스노클 디자인을 채용한 것은 김군옥함을 제외하면 중국의 035B/G형 잠수함밖에 없다.
중국이 매우 전면적인 기술지원을 했거나 아주 소극적으로 기본적인 자료만 줬을 가능성이 있다. 심지어 북한이 중국의 허락을 받지 않고 무단으로 제작했거나 그 방법과 상관없이 중국의 잠수함 기술을 최대한 적용하고자 한 것이 분명하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어느 정도로 어떤 식으로 협력했는지 밝혀내는 것이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종합적으로 봤을 때 김군옥함이 미국 전문가들과 우리 군의 분석처럼 문제가 많은 잠수함인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것이 ‘정상적인 설계가 아닌 것’과 ‘실전에 쓸 수 없는 것’은 전혀 별개의 이야기다. 분명한 점은 북한이 완전히 새로운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하는 것이 어렵다는 ‘조급증’을 가지고 이런 특이한 잠수함을 건조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현재 건조하고 있는 김군옥함의 단점을 비교적 빠르게 수정해 위협적인 잠수함이 탄생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이미 김정은은 김군옥함 진수식에서 “앞으로 계획돼 있는 신형 잠수함들 특히 핵추진잠수함과 함께 기존의 중형 잠수함들도 발전된 동력체계를 도입하고 전반적인 잠항 작전 능력을 향상하겠다”고 말했다.
김군옥함은 시작이고 북한의 최종 목표는 전략 핵탄두를 장착한 핵 추진 전략잠수함을 가지는 것이다. 앞으로 건조될 재래식 잠수함도 수중 지속 작전 능력을 2주 이상으로 늘리는 공기 불요 추진기관(AIP)을 장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고를 한 것이다.
우리 군은 북한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사실 20여 년 전부터 우리 해군은 북한의 해상 핵 위협에 대한 대응 방안을 착실히 연구해 왔다. 대한민국 잠수함사령부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바로 북한 잠수함 및 잠수함 기지의 감시 임무에 있다.
현 정부에서 이전에 추진했던 CVX, 일명 ‘경항모 사업’이 다시 추진된다면 경항모의 중요 임무 중 하나가 이 SLBM 탑재 북한 잠수함을 견제하는 임무가 될 수 있다. 항모전단의 함재기는 많은 수의 해상작전 헬기를 탑재하고 주변 영역의 제공권을 확보할 수 있어 디젤 잠수함의 행동을 크게 견제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항공모함 건조 사업은 진행 상황이 불투명하고 다음 해 국방예산에 반영될 가능성도 작다.
다행히 해군이 일명 ‘네이비 시 고스트’(Navy Sea Ghost)라는 무인 함대 건설계획 중 ‘초대형 무인잠수정’(XLUUV)이 김군옥함 같은 북한 핵 잠수함에 대한 좋은 대책이 될 수 있다. 초대형 무인잠수정은 약 60톤 정도의 무게로 수중에서 북한 잠수함을 자율 추적할 수 있다. 또한 어뢰와 기뢰를 탑재하여 공격 임무도 투입할 수 있어 북한 핵 잠수함을 유사시 추적 및 격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하나 고려해 볼 만한 것은 북한의 대공 위협 아래에서 작전할 수 있는 무인체계 개발에 도전하는 것이다. 김군옥함 같은 디젤 잠수함은 축전지 충전을 위해서 수면 바로 밑에서 스노켈을 수면에 노출한 상태에서 디젤엔진을 가동한다. 이때 디젤엔진의 배기열을 적외선 탐색 장비로 포착하거나 탄화수소 탐지기를 사용해서 추적할 수 있다.
우리 해군의 도산 안창호급 잠수함이나 초대형 무인잠수정의 어뢰 발사관에서 발사할 수 있는 튜브 발사 식 무인기를 개발하면, 필요할 때 수중에서 발사하여 북한의 대공 미사일 위협을 회피하면서 작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잠수함 작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미국, 영국 등지에서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드론을 개발했다. 다만 이런 드론들은 크기가 매우 작고 소형이라 탐지범위와 능력에 제한이 있다. 어뢰 발사관을 사용해 드론을 발사한다면 대잠수함 탐색을 위한 전자광학(EO/IR) 탐색기와 탄화수소 감지기를 장착하고 광대역 탐색 임무에 투입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국방력 한계는 분명하다. 하지만 북한은 그 한계 내에서 최대한 효율을 추구하는 국방력 건설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우리가 ‘K-방산 대박’의 성공에 취해 신기술 개발을 게을리한다면, 현재의 남북한 국방과학기술 격차는 언제든지 좁아질 수 있으니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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