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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유럽 최대 모빌리티 전시회 'IAA 2023' 최대 화두는 중국

참가국 중 부스 두 번째로 많아, 중국 전기차에 관심 집중…견제에서 협력으로 '방향 전환' 감지

2023.09.14(Thu) 10:30:04

[비즈한국] 서구가 중국을 견제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요즘 분위기가 바뀌었다. 유럽 기술 분야에서 중국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기(acceptance)’ 시작한 것.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부상한 중국은 2020년 미국을 넘어 세계 최대의 무역 대국으로 성장했다. 수출 규모만 보자면, 2018년 2.7조 달러에서 2021년 3.7조 달러로 급속한 성장을 이루었다. 미국이 끊임없이 견제하지만, 중국 없이는 지금 세계 경제를 논하기 어렵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유럽은 이제 중국을 ‘어떻게 견제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로 방향을 잡은 듯하다. 

 

지난 9월 5일부터 10일까지 독일 뮌헨에서 유럽 최대 모빌리티 전시회 ‘IAA 모빌리티 2023’이 열렸다. 전통적인 자동차 대국 독일에서 열린 전시회에서는 연일 중국 회사들에 대한 다양한 보도가 쏟아졌다. 현대자동차는 빠진 반면 이례적으로 삼성과 LG가 참여하면서 한국에서는 ‘가전회사의 모빌리티 전시회 참여’로 떠들썩했지만, 현지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자동차 산업의 터줏대감 독일 시장에서 중국 회사들이 어떻게 위엄을 보여주었는지가 주된 화제였다. 유럽 기술 분야의 분위기 전환이 여실히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지난 9월 5일부터 10일까지 독일 뮌헨에서 유럽 최대 모빌리티 전시회 ‘IAA 모빌리티 2023’이 열렸다. 전통적인 자동차 대국 독일에서 열린 전시회에서는 연일 중국 회사들에 대한 다양한 보도가 쏟아졌다. 사진=iaa-mobility.com​

 

#AWS부터 틱톡까지 기술기업들 대거 참여

 

IAA 모빌리티는 오랫동안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로 알려져 있었다. 2021년부터 개최지를 뮌헨으로 옮기면서, 단순한 자동차 전시회가 아닌 ‘미래 모빌리티’에 초점을 맞춤 폭넓은 기술 전시회로 탈바꿈했다. 이곳에는 모빌리티 분야와 밀접한 인공지능, 클라우드, 데이터 서비스 관련 분야의 회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AWS(아마존웹서비스)는 자동차·제조 분야 총괄 책임자(General Manager) 웬디 바우어(Wendy Bauer), 산업부문 부사장 카트린 렌츠(Kathrin Renz),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 빌 바스(Bill Vass)가 키노트와 패널 토론에 나와 “AWS가 생성형 AI, 차량 커넥티비티(connectivity), 스마트 시티 인프라,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oftware-defined vehicle) 등 모빌리티 분야의 혁신을 이끌 기술 중심 회사와 지속해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 조주완 사장은 기자간담회에 첫 연사로 등장해 자동차 전장(전자장치) 사업 부문에 출사표를 던졌다. 조 사장은 “자동차가 다양한 기술이 결합한 전자제품이 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가전 사업에서 노하우를 쌓은 LG전자가 이 변화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LG는 삼성과 나란히 IAA 모빌리티에 참여해, 모빌리티 산업이 자동차 기업 위주에서 모든 분야의 ‘테크 기업’으로 번져가고 있음을 여실히 증명했다. 

 

IAA 모빌리티 2023 기자간담회 첫 번째 연사로 참여한 조주완 LG전자 사장. 사진=iaa-mobility.com

 

메타(Meta)는 전시장이 아닌 뮌헨 시내에 마련된 공간에서 인공지능과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몰입형 데이터 기반 고객 경험을 통해 모빌리티 분야의 변화에 함께할 것임을 시사했다. 

 

틱톡(Tik Tok)은 이번 IAA 모빌리티의 엔터테인먼트 파트너였다. 틱톡에 자체 IAA 모빌리티 채널을 만들어서 콘텐츠를 제공하고, 플랫폼 사용자들이 특별히 제작된 허브에서 모빌리티와 관련한 몰입형 경험을 할 기회도 마련했다. 

 

틱톡은 자체 IAA 모빌리티 채널을 만들어서 콘텐츠를 제공하고, 플랫폼 사용자들이 특별히 제작된 허브에서 모빌리티와 관련한 몰입형 경험을 할 기회도 마련했다. 사진=틱톡 캡처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액센츄어(Accenture)는 IAA 모빌리티의 주 무대에서 열리는 가장 중요한 컨퍼런스를 기획하는 파트너로 참여했다. 미래 모빌리티로의 가속화, 데이터와 AI를 통해 사람과 상품의 이동방식 재창조, 비즈니스 영향력과 고객 경험을 연결하는 방법 등이 컨퍼런스 주제로 선정되었다. 

 

뮌헨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보험사 중 하나인 알리안츠는 네트워크 공간의 콘텐츠를 담당했다. 알리안츠는 자동차 회사와 오랜 파트너십을 자랑한다. 올해는 전기자동차 전용 보험을 출시해 미래 모빌리티 전환에 함께하는 모습을 보였다. 

 

#독일 운전자 45% “중국 전기차 살 의향 있다”

 

2년마다 열리는 이 전시회의 올해 키워드는 중국이었다. 중국은 참가국 가운데 독일에 이어 가장 많은 부스를 개설했다. 특히 중국의 EV차량은 성능과 가격을 모두가 궁금해했다. 중국 내수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한 비야디(BYD)의 전기자동차는 관람객에게 가장 인기 많은 부스 중 하나였다. 비야디는 지난 4월 전기차 78만 대를 판매해 테슬라를 제치고 전 세계 1위에 올랐다. 현재 비야디 전기차의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은 500만 대에 달한다. 중국에게 유럽은 세계 최대의 전기차 시장이자 미국의 견제를 피할 대체 시장이다. 따라서 중국 기업에게 유럽 시장은 특별하다. 
 

IAA 모빌리티에서 비야디는 실 유(BYD Seal U) 모델을 유럽 최초로 선보였다. 이 차는 테슬라 모델 S를 정면으로 겨냥했으며 최대 500km의 주행거리를 자랑한다. 무엇보다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와 비야디의 협업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비야디는 합작회사를 설립해 럭셔리 브랜드 덴자(DENZA)를 공동으로 론칭했다. 이번 전시회에 7인형 대형 세단 덴자 D9(Denza D9)를 선보이면서 유럽과 더 활발히 협력할 것임을 암시했다. 독일과 중국이 합작한 덴자는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의 투자를 받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

 

IAA 모빌리티 2023에서 유럽 최초로 선보인 중국 전기차 비야디 실 유. 사진=BYD

 

중국 자동차 스타트업 샤오펑 모터스(Xpeng)도 유럽 진출의 신호탄을 쏘았다. 샤오펑은 이미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에서 P7 세단과 G9 SUV를 판매하고 있다. 내년에는 프리미엄 전기차 G6 SUV를 유럽에 출시하고, 독일에서도 자동차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는 중국 자동차 회사의 유럽 진출뿐만 아니라 독일과 중국이 협력하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 폭스바겐은 샤오펑 지분을 5%가량 소유하고 있으며, 샤오펑의 기술을 바탕으로 디지털 네트워크에 강점을 보이는 전기자동차 모델 두 종류를 제작하고 있다. 이는 독일 자동차 기업들이 디지털화에 뒤떨어졌다는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독일의 자동차 부품 제조사 콘티넨탈(Continental)의 조사에 따르면 독일 운전자의 45%는 앞으로 중국산 전기차를 구매할 의향이 있다. 품질과 서비스, 전통을 중시하는 독일 소비자들의 성향을 고려해 보았을 때 이는 획기적인 변화에 가깝다. 

 

BMW는 시장 점유율 1위인 중국의 배터리 제조기업 CATL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CATL은 현재 독일 튀링엔에 공장을 짓고 있으며, BMW 뉴클래스의 전기차에 탑재할 원통형 배터리 셀 공급 계약을 마쳤다.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니오(Nio)는 세계 최장 1100km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배터리 출시를 발표한 이후, 이번 IAA 모빌리티에서 독일의 거대 에너지 기업 EnBW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EnBW와 협력해서 배터리 교체(swapping)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이다. 

 

#견제할 것인가, 협력할 것인가

 

이처럼 유럽 모빌리티 시장에서 중국의 활약은 화려하다. 모빌리티 산업이 자동차뿐만 아니라 전장, 부품,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집약되는 곳이니만큼 전체 스타트업과 테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과 미국의 테크 생태계가 연합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모빌리티 전문 VC 어셈블리 벤처스는 지난 8월 18일 7000만 유로(1000억 원) 규모의 어셈블리 벤처 펀드I의 모금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어셈블리 벤처스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핵심 도시 디트로이트에 본사가 있으며, 실리콘밸리와 베를린에 사무실을 두고 대서양을 횡단해 유럽과 미주의 모빌리티 생태계를 잇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시드, 시리즈 A와 B의 초기 단계 투자에 중점을 두고 지상, 항공, 해상, 우주 전 영역에 걸쳐 모빌리티 산업에 투자한다. 

 

배터리 기술, 청정에너지 솔루션, 기후 관련 기술, 공급망 최적화와 함께 자동차 생산 분야에서 미국과 유럽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이들의 미션이다. 어셈블리 벤처스의 공동 창업자이자 파트너인 크리스 토마스(Chris Thomas)는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고, 모빌리티를 기반으로 각 분야의 경제 체제가 재편되면서 필요한 기술에 전략적 투자를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어셈블리 벤처스는 IAA 모빌리티 2023에서 어셈블리 서밋(Assembly Summit)을 열어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 투자자, 기업가를 모아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논의를 이끌었다. 떠오르는 아시아의 경쟁자들과 어디까지 협력하고 어디까지 견제해야 하는지 일종의 업계 대책 회의를 가진 것이다. 

 

어셈블리 벤처스는 어셈블리 서밋(Assembly Summit)을 열어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 투자자, 기업가를 모아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논의를 이끌었다. 사진=assembly  ventures

 

1897년 시작해 역사가 120년이 넘는 유럽의 모빌리티 박람회에서 세계 경제의 새로운 흐름을 엿볼 수 있었다. 중국,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기업이 모빌리티 분야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주도해 나가는 상황을 보면서 앞으로 유럽 기술 기업과 스타트업 생태계가 어떻게 달라질지 매우 기대된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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