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중견 석유화학 기업 대한유화의 오너 이순규 회장이 ‘통행세’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본인과 아내가 소유한 지주사 케이피아이씨코포레이션(KPIC)이 대한유화와의 대량 내부거래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이다. 이순규 회장과 KPIC, 대한유화는 어떤 식으로 연결돼 있을까.
대한유화는 1970년 설립된 석유화학업체로 플라스틱 원료 등을 생산한다. 4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매출의 98% 이상을 석유화학 사업에 의존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자산총계는 2조 2000억 원 수준, 매출은 2조 2200억 원을 기록했다.
주목할 곳은 대한유화의 지주사 KPIC다. 2005년 설립돼 무역업과 복합운송주선 및 용역업을 주요사업으로 한다. KPIC는 대한유화의 지분 31.01%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이순규 회장의 그룹 지배력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2대 주주인 이순규 회장이 보유한 대한유화 지분은 2.55%에 불과하다.
KPIC가 이순규 회장의 조력자인 이유는 주주 명단을 보면 알 수 있다. KPIC의 최대주주는 지분 89.19%를 보유한 이순규 회장이며, 2대 주주는 지분 7.06%를 보유한 이 회장의 아내 김미현 씨다. 사실상 이순규 회장의 개인회사다. 이 회장은 개인회사를 통해 사업회사 지분을 높여 그룹 지배력을 높이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다.
더구나 KPIC의 성장배경에는 대한유화가 있다. KPIC는 대한유화가 생산한 제품을 매입해 판매한다. 그 규모가 대한유화 매출의 절반에 달한다. 이 때문에 대한유화 사업부서가 해야 할 역할을 이순규 회장 개인회사인 KPIC가 대신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통행세’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KPIC는 설립 2년 만에 매출 900억 원을 기록했고, 2022년에는 매출 1조 1630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2019년 1조 1542억 원 △2020년 1조 655억 원 △2021년 1조 4291억 원 △2022년 1조 1631억 원을 기록했다. 대한유화로부터 상품을 매입한 비율은 △2019년 91.49%(1조 560억 원) △2020년 91.44%(9743억 원) △2021년 91.75%(1조 3113억 원) △2022년 88.65%(1조 311억 원)이었다.
대한유화로부터 상품 매입액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KPIC의 매출도 줄어드는 구조다. 지난 10년 동안 KPIC가 대한유화에서 매입한 상품 비용은 10조 원에 달한다.
KPIC는 대한유화를 통해 올린 매출을 바탕으로 오너 일가에 두둑한 현금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2014년부터 2022년까지 KPIC가 주주에 배당한 배당금 총액은 432억 원 수준으로 9년 동안 414억 원이 이순규 회장 부부에게 흘러들어갔다.
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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