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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상화 선언 10개월, 푸르밀 어디까지 왔나

흑자는 아직, 신제품 준비·신규 채용 시작…유통망 회복·유업계 수익성 악화가 변수

2023.09.12(Tue) 14:47:40

[비즈한국] 사업 종료의 기로에 섰던 ‘범롯데가’ 푸르밀이 경영 정상화를 선언한 지 10개월이 지났다. 푸르밀은 그간 구조조정으로 인원을 감축하며 조직 효율화에 나섰고, 신제품 출시로 재기의 기회도 노렸다. 최근에는 중단했던 신규 채용을 재개하고, 하반기 신제품 출시 준비에도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푸르밀은 지난해 10월 사업 종료를 선언했다가 다음 달 철회하며 경영정상화를 선언했고, 올 상반기 중 흑자 전환을 약속했다. 사진=푸르밀 페이스북


#흑자 전환 자신하더니, 실적 묻자 ‘묵묵부답’

 

푸르밀은 지난 5월 ‘다나카’s 캬라메르 요구르트’를 출시하며 재기를 노렸다. 올 초부터 개발 준비를 시작한 제품으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다나카(개그맨 김경욱)를 모델로 기용하며 매출 반등을 꾀했다. 특히 다나카’s 캬라메르 요구르트는 신동환 대표가 직접 기획한 제품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일본에서 유행 중인 캐러멜 요구르트를 먹어본 신 대표가 이번 신제품 기획을 이끌었다는 후문이다. 

 

신제품을 출시하면서부터 ‘푸르밀’ 로고에는 ‘고객이 살린 기업’이라는 문구도 추가했다. 푸르밀이 경영 악화로 사업 종료의 갈림길에 섰을 때 고객들이 큰 아쉬움을 표했고, 사업 종료 철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더 좋은 제품으로 고객의 사랑을 받겠다는 임직원의 마음을 담은 의지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푸르밀의 의지와 달리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한 번 끊어진 유통망을 회복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았다. 푸르밀은 지난해 10월 갑작스레 사업 종료를 선언하며 주요 유통사와의 관계가 모두 틀어졌다. 푸르밀이 대형마트와 편의점 PB상품 상당수의 납품을 책임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업 종료를 통보하는 바람에 유통사는 다른 제조사를 찾느라 비상이 걸렸다. 푸르밀이 한 달 만에 사업 종료를 철회했지만 이미 주요 유통사와의 신뢰는 깨진 상황이었다.

 

푸르밀이 다나카’s 캬라메르 요구르트 출시를 준비하던 5월만 해도 대형마트와 편의점 대부분이 푸르밀 제품을 취급하지 않았다. 푸르밀은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 공문을 전달하며 공급계약 재논의를 요청했고, 각고의 노력 끝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관계 회복에 성공했다. 현재는 홈플러스, GS25까지 공급계약을 확대한 상황이다. 

 

하지만 여전히 유통망은 부족하다. 다나카’s 캬라메르 요구르트의 모델인 개그맨 김경욱의 팬들 사이에서조차 ‘제품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판로 회복이 더디다 보니 신제품 출시 성적도 기대만큼 나오지 않았을 것이란 예상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160억 원이던 푸르밀 월 매출이 올해 50억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추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 종료 문제가 큰 약점이 됐다. 지속성이나 일관성, 예측 가능성이 보장되지 않다 보니 업계에서 신뢰도가 떨어졌다. 회복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 대표는 사업 종료를 철회하고 경영 정상화 비전을 발표하면서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올해 상반기 중 흑자 전환에 성공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3월에 80억 원, 6월까지 90억 원의 매출 달성을 목표로 공유했다. 푸르밀 측은 신제품 출시 전만 해도 “6월까지 흑자 전환의 목표가 변함 없다”,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는 긍정적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상반기를 보낸 후 푸르밀의 태도는 달라졌다. 비즈한국은 푸르밀에 상반기 실적 및 회사 상황 등에 대해 문의했으나 푸르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답변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전했다. 

 

지난 5월 푸르밀이 출시한 신제품 다나카’s 캬라메르 요구르트. 푸르밀은 올 하반기 또 다른 신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사진=푸르밀 홈페이지

 

#신규 채용·신제품 개발 박차에도 하반기 전망은 ‘흐림’

 

아직 회사 경영이 정상 궤도에 올랐다고 보긴 어렵지만, 제자리걸음은 아니다. 푸르밀은 사업 종료 후 뚝 끊겼던 OEM 사업을 조금씩 재개하고 있다. 푸르밀은 최근 커피빈과 협업해 새로 출시한 컵커피의 제조를 맡았다. 할리스 컵커피의 OEM 계약도 성사됐다.

 

중단됐던 신규 채용도 시작하는 분위기다. 푸르밀은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감행하며 330명 수준이던 직원 수를 230명(2023년 7월 기준)까지 줄였다. 이후 신규 채용은 중단됐는데 최근 들어 하나둘 채용 공고가 올라오고 있다. 지난달부터 일부 부서의 신입 및 경력 채용을 진행 중이며, 7월부터 대구, 전주 등의 사업장에서도 신규 채용을 진행한 바 있다. 

 

하반기 시장 공략도 준비 중이다. 푸르밀은 현재 하반기 출시할 신제품 준비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푸르밀 관계자는 “하반기 중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 있는 것은 맞다.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인지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하지만 하반기 유업계 전망이 좋지 않다는 것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최근 유업계는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원유가격이 계속해서 상승하는 반면 정부가 물가안정 등을 이유로 우윳값 인상을 최소화하라고 압박하기 때문이다. 유업계는 원유가격 인상을 버티지 못하고 가격 조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업계에서는 하반기 유업계의 수익성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적자 누적으로 존폐 기로에 섰던 푸르밀도 수익성 악화 위험이 커지는 상황이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부담감도 커져 위기감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11월 중 5.75%까지 오를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고민에 빠져 있는 상황이라 중소기업은 대출 금리 인상에 대비를 잘 해야 한다”며 “푸르밀도 마찬가지다. 현금 유동성 확보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푸르밀은 소비자 사이에서 지명도가 있는 제품도 보유하고 있다. 인기 품목 중심의 마케팅을 강화하고, 소비자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신제품을 개발하며 결국 차별화된 제품력으로 승부를 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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