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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진의 계정공유] '너의 시간 속으로', 원작 신드롬 이어받기엔 '상친자'가 많다

매끈한 대중성은 OK, 원작 넘는 특별함은 '글쎄'…절묘한 OST 구성은 호평

2023.09.12(Tue) 09:37:33

[비즈한국] ‘너의 시간 속으로’가 공개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너의 시간 속으로’는 전 세계 10억 뷰 넘는 조회수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대만 드라마 ‘상견니’의 리메이크작. 원작의 인기가 클수록 리메이크작에 깐깐한 눈초리를 보내는 시어머니가 많아지는 법이니, ‘너의 시간 속으로’는 시작부터 기대도 컸지만 부담도 클 수밖에 없었다. 공개 직후 ‘상친자’들의 격정적인 반응을 보면 역시나 그렇다.

 

연인 구연준을 잃은 한준희 앞에 어느 날 의문의 사진이 DM으로 날아온다. 분명 연준과 같은 얼굴의 남학생과 한준희와 같은 얼굴의 여학생이 있는데, 한준희 자신은 그런 사진을 찍은 기억이 없다. 이 사진이 의미하는 것은 뭘까? 사진=넷플릭스 제공

 

‘너의 시간 속으로’는 1년 전 세상을 떠난 세상을 떠난 남자친구 구연준(안효섭)을 그리워하던 한준희(전여빈)가 1998년으로 타임슬립해 남자친구와 똑같이 생긴 남시헌(안효섭)과 그의 친구 정인규(강훈)를 만나며 겪게 되는 미스터리 로맨스. 비행기 사고로 연준이 떠난 지 1년이 지났으나 시신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현실을 부정 중인 준희에게 어느 날 의문의 카세트 플레이어가 소포로 배달된다. 그 안에 담긴 테이프를 재생하는 순간, 준희는 1998년에 자신과 똑같이 생긴 권민주(전여빈)의 몸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앞에는 연준과 똑같이 생긴 남시헌이 고등학생 교복을 입고 있다.

 

한준희와 구연준은 대학 시절부터 줄곧 커플이었다. 뉴욕 지사로 발령받은 한준희와 떨어지기 싫어했던 연준이 비행기를 타고 준희를 따라가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뒤, 준희는 허망한 시간을 보낸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똑같이 생겼지만 남시헌이 한준희의 남자친구 구연준일 수는 없다. 구연준은 1988년생, 과거로 돌아왔다 쳐도 1998년에 고2인 남시헌과는 일곱 살이나 차이가 난다. 그러나 생긴 것 외에도 하는 말투나 행동에서 문득문득 연준을 느끼며 가슴이 설레는 준희. 그리고 준희를 권민주로 알고 있는 시헌은 평소와 달라진 민주(준희)에게 가슴이 떨려오고, 민주를 짝사랑했던 인규는 그런 그들 사이를 알아채며 설 곳을 잃어간다. 그런 와중 충격적인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위험의 칼날은 준희(민주)에게 향한다. 과연 준희는 왜 1998년으로 왔는지를 밝히고,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막아낼 수 있을까? 
 

2023년의 한준희와 2008년의 한준희, 그리고 한준희와 똑 닮은 1998년의 권민주. 전여빈은 한준희와 권민주 1인 2역을 맡아 시간대별로 다른 그들의 특징을 섬세하게 연기해낸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너의 시간 속으로’는 ‘상견니’와 거의 흡사한 설정과 전개를 보인다. 그러나 너무 충실한 재연은 리메이크의 필요성에 의문이 들게 한다. 매정하게 말하자면, 한국어로 드라마를 즐길 수 있다는 점 외에 ‘너의 시간 속으로’가 원작과 다른 어떤 특별함을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 물론 배경이 한국인만큼 한국적인 설정들이 있다. IMF 여파가 나오고, 월드컵 열기가 뜨거웠던 2002년이 나오고, 싸이월드 등 그 시대를 기억할 만한 설정과 소품들이 나오지만 매우 단선적이다. 그 시절 레트로 감성을 담뿍 담아낸 것 같지만 그 시절의 분위기를 흉내만 낸 것 같은 느낌이랄까. 범인의 존재를 비튼 것은 합리적인 각색이라 보이지만 그 외에는 한국 버전만의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캐릭터와 배우의 합이 원작 팬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데 있다. ‘상견니’와 ‘너의 시간 속으로’가 다른 작품이라지만, 원작의 거대한 팬덤을 고려해 캐스팅에 심혈을 기울였을 것은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그 선택이 옳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든다.

 

남시헌과 구연준의 1인 2역을 맡은 안효섭. 시간을 거스르며 끝까지 한준희에게 사랑을 바치는 순정적인 인물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아낼 캐릭터다. ‘상견니’의 허광한과 비교해서 누구에게 더 몰입될까? 사진=넷플릭스 제공

 

‘낭만닥터 김사부’ ‘홍천기’ ‘사내맞선’ 등에서 주연배우로 자리매김한 안효섭은 분명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비주얼을 지녔지만, 그 순정만화적인 비주얼이 ‘너의 시간 속으로’에서는 도리어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된다. 리쯔웨이/왕취안성 역의 허광한이 청량함과 풋풋함, 담백함이 공존해 ‘현실 남친’ 느낌을 선사하며 공감을 샀던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이따금 대본을 읽는 듯한 어색한 연기 또한 몰입을 방해하며, 특히 2023년에 40대 초반의 남시헌으로 등장할 때는 노숙자를 연상케 하는 충격적인 비주얼로 경악을 불러 일으킨다.

 

한준희와 권민주를 연기한 전여빈은 처음에는 다소 어색하지만 뒤로 갈수록 호연을 펼친다. 10화 이후 한준희인 척 연기하는 권민주의 모습은 일품. 원작에서 천윈루/황위쉬안 역을 맡았던 가가연이 금종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쥘 만큼 빼어난 연기를 선보였던지라 비교를 피할 길 없었는데, 전여빈은 (다소 뒤늦지만) 왜 그가 대세 배우로 꼽히는지 증명한다. ‘옷소매 붉은 끝동’ ‘꽃선비 열애사’로 눈도장을 찍었던 강훈은 원작 캐릭터 모쥔제 역의 시백우와 가장 흡사한 느낌을 선사한다는데 이견이 없는 편. 다만 ‘너의 시간 속으로’가 원작을 콤팩트하게 압축하면서 그가 맡은 정인규와 권민주/한준희, 그리고 남시헌과의 관계가 축약되어 아쉬움을 자아낸다.

 

외톨이였던 권민주를 먼저 알아보고 짝사랑했던 정인규 역의 강훈. 원작 캐릭터의 배우와 가장 흡사한 느낌을 선보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물론 이런 아쉬움과 실망은 원작에 빠진 ‘상친자’들의 입장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원작을 보지 않은 시청자들의 반응은 대중적이고 매끈한 타임슬립 멜로물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이다. 확실히 복잡다단했던 원작의 전개에 비해, ‘너의 시간 속으로’는 복잡한 타임슬립을 꽤나 친절하게 설명하며 시청자의 이해를 돕는 측면이 많다. 다소 불필요하다 여겨지는 주변부 인물들을 쳐내고 중심 이야기에 집중한 덕에 전개가 늘어지지 않고 속도감 있다는 평이다.

 

그러나 이는 양날의 검으로 여겨지는데, 원작이 과거와 미래의 인물들의 감정 빌드업에 공을 들이면서 초반부 속도가 갑갑하게 여겨졌지만 이 빌드업으로 이후 폭풍처럼 몰아치는 아련한 감정 서사에 빛을 발했기 때문. 반면 ‘너의 시간 속으로’는 속도감 있는 전개로 내달리며 장르물로써 몰입감은 발하지만 원작 특유의 아련함은 덜어진 느낌이다.

 

‘너의 시간 속으로’에서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매개로 등장하는 카세트 테이프. 타임슬립을 가능케 하는 노래로는 서지원의 ‘내 눈물 모아’가 선택됐다. 이 노래 외에도 그 시절 명곡들이 리메이크되어 화면을 수놓는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원작과 마찬가지로 주요하게 활용되는 OST는 ‘너의 시간 속으로’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 ‘상견니’에서 과거와 미래를 잇는 노래가 우바이의 ‘Last Dance’였다면, ‘너의 시간 속으로’의 타임슬립 송은 서지원의 ‘내 눈물 모아’다. ‘Last Dance’의 중독성은 덜하지만 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던 이들이라면 잊을 수 없는 절절한 발라드로, 적절한 선택으로 보인다.

 

까랑까랑한 김종서의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던 ‘아름다운 구속’을 대세 걸그룹 뉴진스(NewJeans)가 리메이크했고, 부활의 ‘Never Ending Story’를 멜로망스의 김민석이 부르는 등 수많은 그 시절 명곡들이 화면을 수놓는다. 그중 ‘Never Ending Story’와 ‘사랑과 우정 사이’는 서사와 절묘하게 어울리는 가사로 이 노래를 잘 모르는 요즘 세대에게도 공감을 살 것으로 예상된다.

 

그 시절의 재현을 충실히 재현하느냐와는 별개로 그 시대 감수성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데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 ‘너의 시간 속으로’. 사진=넷플릭스 제공

 

OTT 플랫폼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너의 시간 속으로’는 ‘상견니’의 나라인 대만에서 공개 직후 8위로 시작했고, 9월 10일 기준 전 세계 넷플릭스 시청률 8위에 진입했다. ‘상친자’들의 반응과는 별개로 ‘너의 시간 속으로’가 그 자체의 대중성은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원작 팬들의 팬덤이 확고하다는 증명이기도, 만족도와는 별개로 이 드라마에 대한 기대치가 크다는 증명이기도 하다.

 

확실한 건, 원작 팬들은 궁금해서라도 ‘너의 시간 속으로’를 안 볼 수 없다는 것. 그러니 ‘너의 시간 속으로’는 적어도 손해 볼 일은 없어 뵌다. 아직 ‘상견니’를 보지 않은 이들은 스스로 결단을 내려 무엇을 먼저 볼지 결정하시라. 이게 ‘너의 시간 속으로’에 객관적인 시선을 견지할 수 없는 ‘상친자’의 결론이다. 

 

필자 정수진은?

여러 잡지를 거치며 영화와 여행,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트렌드에 뒤쳐지고 싶지 않지만 최신 드라마를 보며 다음 장면으로 뻔한 클리셰만 예상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다. 광활한 OTT세계를 표류하며 잃어버린 감을 되찾으려 노력 중으로, 지금 소원은 통합 OTT 요금제가 나오는 것.​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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