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개인형 이동장치 관련 사고가 잇따르면서 안전모 착용이 화두로 떠올랐다. 안전모 착용 의무화가 유명무실한 자전거 또한 공유자전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자체 등에서 선제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는 근본적인 해법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아도 자전거를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라고 지적한다.
#착용은 의무인데 단속이나 처벌은 없어
일반도로나 자전거 전용도로를 달리는 자전거 운전자에게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한 도로교통법은 2018년 9월 시행됐다. 다만 도로가 아닌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는 경우에는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당시 행정안전부는 안전모 착용 문화가 정착되면 처벌 규정 도입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가 국민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안전모 착용은 의무화됐지만 이를 단속하거나 처벌하지는 않는다. 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관련 처벌 규정은 마련되지 않았다.
공공자전거를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은 한 차례 안전모 대여 사업을 시범 실시한 바 있다. 개정안에는 이용자가 안전모를 직접 갖추도록 규정해, 지방자치단체가 안전모까지 대여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공유자전거를 빌려주는 지자체가 자전거 탑승자에게 안전모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사실상 법 위반을 방치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어 시범사업 성격으로 안전모를 무료 대여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못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따릉이 안전모 대여를 한 달간 시범 운영한 결과 분실률이 23.8%에 달했다. 따릉이 이용자의 안전모 착용률은 3%에 불과했다. 여기에 도난 및 분실 문제가 더해지면서 서울시는 시범 운영을 석 달여 만에 접었다. 서울시는 폭염 등 계절적 요인으로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는다는 시민 설문조사를 토대로 기간을 연장했지만 정식 서비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일부 지자체는 안전모 대여 사업을 하지 않겠다며 방향을 틀었다.
#자전거 사고 사망자 한 해 959명…전문가 “안전한 인프라 조성이 우선”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교통사고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자전거 승차 중 발생한 사고로 연평균 사망자 959명, 부상자 5만 7706명이 발생했다. 도로공단은 계절적으로 이용자가 적은 겨울철(12~3월)을 제외하고 월평균 9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연령대별 사망자를 살펴보면 60~70대가 전체 사망자(959명)의 53.2%(510명)였다. 중상자의 경우에도 60~70대가 40%를 넘었다.
특히 안전모 착용률은 20%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8일 강남고속버스터미널과 교대역 인근 따릉이 대여소에서 각각 한 시간 동안 살펴본 결과, 따릉이를 대여하거나 반납하러 온 사람들 가운데 안전모를 착용한 이용자는 한 명도 없었다. 대학생 김 아무개 씨(20)는 “선수들처럼 타는 것도 아닌데 안전모를 착용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느껴진다. 다만 차도 바로 옆 자전거도로를 다니다 보면 위험한 경우가 있어 안전모를 착용해야겠다는 생각은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운영되는 따릉이는 모두 4만 3500대다. 대여소는 2749개소, 거치대는 3만 3219개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 “‘시즌 2’로 불리는 2단계 인프라 업그레이드, 질적 개선 사업까지 동시에 추진하는 만큼 따릉이 신규 도입, 촘촘한 대여소 설치, 대여소 집중 관리, 자전거 안전교육 등 시민들이 따릉이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울시가 다시 이용객을 대상으로 안전모를 빌려주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적지 않은 예산이 드는 데다 분실을 방지할 뚜렷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공유킥보드 업체가 시도한 잠금장치를 도입하더라도 기상 상황에 그대로 노출돼 위생 관리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년도 따릉이 예산은 11월 이후에 나올 예정”이라며 “안전모 대여사업 재개 여부는 이번주 회의를 한 후 확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했지만 실효성이 낮지 않나. 사람들이 따릉이 등 자전거를 일상생활에서 타는 이유는 버스나 승용차를 대체하는 교통수단으로서 이용하기 때문”이라며 “안전모를 쓰지 않아도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혹은 차가 많이 다니는 위험한 구간에서만 안전모를 착용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이 바람직하다. 안전모 착용을 강제하기 시작하면 자전거를 비롯해 개인형 이동장치 이용을 기피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짚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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