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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기술] 가수 이승윤이 말하는 "초심은 꼭 지켜져야 하나"

인생의 긴 굴곡에서 초심만 신성시 될 필요 있을까…사라진 초심보다 중요한 것은 '진심'

2023.09.11(Mon) 16:18:58

[비즈한국] JTBC의 ‘싱어게인’의 30호로 출연해, 우승까지 거머쥐었던 가수 이승윤의 독특한 매력을 참으로 좋아하는 1인이다. 자신만의 세계관을 멋지게 응축한 음악을 만들고 노래하는 뮤지션 이승윤. 그가 최근에 출연한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영화의 제목은 ‘듣보인간의 생존 신고’. 가수 이승윤에 대한 ‘팬심’으로 그의 뮤직비디오를 찍게 된 영화과 전공 졸업자들의 좌충우돌 뮤비 제작 도전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스스로를 ‘듣보인간’이라 칭하는 세 친구 하정, 아현, 은하는 영화과 졸업 후 현실의 벽에 부딪혀 영화에 대한 열정을 잃은 청춘들이다. 이들 중 하정은 당시(2018년) 인디 가수였던 이승윤의 음악을 접하고 새로운 꿈을 꾸게 된다. “나 이 가수랑 작업해 보고 싶어.” 마음에서 울컥 일어났던 이 말을 무작정 현실화 시켜보고 싶었던 것.

싱어게인에 출연해 우승까지 거머쥔 가수 이승윤. 사진=JTBC ‘싱어게인’​ 화면 캡처


덕질의 마음으로 세 친구는 이승윤의 노래 ‘무명성 지구인’을 일러스트 뮤직비디오로 만들어 USB로 그에게 건넨다. 이들의 뮤직비디오 작업물에 엄청난 감동을 한 가수 이승윤은 자신의 신곡 발매 소식을 세 사람에게 자연스레 알리게 된다. 그리고 이 소식을 접한 세 사람은 급기야 이승윤에게 신곡 ‘영웅수집가’ 뮤직비디오 제작 제안을 하게 되고, 이들의 험난한 도전은 그렇게 시작된다.

공간대여, 스태프 섭외, 의상부터 소품 준비에 이르기까지. 돈도 없고 경험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이들 세 청춘의 뮤직비디오 제작 도전기는 역시나 험난하기 그지없다. 영화는 이들의 이러한 서툰 과정들을 투박하지만 솔직하고 유쾌하게 담아낸다. 나를 위로해 주는 음악을 만드는 뮤지션을 위해 내가 가진 능력으로 새로운 꿈을 도전하는 이들이 만들어 나가는 스토리는 새삼 무언가를 처음 시작했던 초심을 기억하게 만들기도 한다. 무언가에 푹 빠져서 무서울 정도로 몰입하게 되는, 누구나 한 번쯤은 맛보게 되는 ‘초심’ 말이다.

그런데 이 ‘초심’과 관련해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인터뷰를 진행한 가수 이승윤이 생각하는 ‘초심’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우연치 않게 흥미진진하게 읽게 됐다. 모 영화 전문 주간지 인터뷰 기사였는데, 기자는 이승윤에게 ‘처음 품었던 마음이나 생각(초심)이 변화하는 과정을 들여다보기도 하나?’라고 물었다. 그러자 이승윤은 다음과 같은 답을 한다.

“초심을 구현하는 데엔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그리고 나를 둘러싼 제반 환경이 거듭 바뀌면 마냥 초심을 우기기도 난처해진다. 나는 올해에서야 초심으로 살고 있다. 한편 초심이 지나치게 신성시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초심이란 건 결국 외부의 견해고, 어떤 일을 도입한 극초반의 마음 아닌가. 인생의 초기도 중기도 말기도 살아가야 하는데 초심만 신성시되면 중심과 말심은 소외될 수 있다. 나는 생의 모든 단계에 놓인 마음을 한 번씩 손보며 균형 잡힌 삶을 살고 싶다.”

제대로 잘 되고자 한다면,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격언이 정답인 것처럼 통용되는 세상에, 참으로 발칙하고도 신선한 대답이었다. 그래, 이래서 내가 가수 이승윤을, 그의 음악을 좋아했었지,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초심은 결국 남이 바라보고 평가하는 나의 마음 상태가 아닌가 싶었다. ‘초심’이라는 말이 쓰이는 경우는 대체로 그 마음이 지켜지지 않고 달라질 때 쓰이기 때문에, 그 변화가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방향의 평가로 흘러갈 때 주로 사용되니까 말이다.

사진=‘듣보인간의 생존 신고’​ 화면 캡처


남의 기준에서 흔히 평가되는 ‘초심’, 이걸 꼭 지켜 내야 하는 걸까? 이승윤이 말하는 것처럼 인생의 초기도 중기도 말기도 우리는 두루두루 손 보며 잘 살아내야 하는데 말이다. 그래서일까. 이승윤의 말을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초심을 지키자”라고 말하기 이전에,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제대로 세심하게 살펴보는 것이 더 우선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심’이 사라졌다고 이미 현실에서 빛바랜 마음을 계속 부정하는 것이 아닌, 제대로 내 상태를 살피는 것. 이것이 문제 해결의 단서가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현재의 내 상황을 제대로 굽어살핀 뒤, 우리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마음은 어떤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그 마음은 다름 아닌, 그 어떤 상황에서도 이것만은 내가 진짜로 원하고 하고 싶다는 ‘진심’이 아닐까 싶다. ‘초심’의 마음을 버리는 대신 채우는 진짜배기의 마음. 만약 당신이 그 ‘진심’을 탑재했고 누군가 당신에게 “너 변했어. 처음의 그 눈빛과 달라”라고 힐난한다면, 이제 당차게 맞대응해 봐라. ‘초심’보다 중요한 건, 지금 내가 정말로 느끼는 ‘진심’이라고. ‘초심’ 따위보다 더 진한, 인생 전체를 두고 모든 생의 단계를 두루두루 진짜로 살필 수 있는 ‘진심’을 채웠다고 말이다.

필자 김수연은?
영화전문지, 패션지, 라이프스타일지 등, 다양한 매거진에서 취재하고 인터뷰하며 글밥 먹고 살았다. 지금은 친환경 코스메틱&세제 브랜드 ‘베베스킨’ ‘뷰가닉’ ‘베베스킨 라이프’의 홍보 마케팅을 하며 생전 생각도 못했던 ‘에코 클린 라이프’ 마케팅을 하며 산다.

김수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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