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해 말부터 외국인 관광객 입국이 재개되며 서울 명동 일대 거리가게(노점)를 대상으로 바가지요금 논란이 다시금 불거졌다. 서울시는 10월부터 명동을 가격 표시 의무 지역으로 지정하고 이를 7대 관광특구 전체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앞서 가격표시제가 도입된 광장시장을 방문해보니 가격표시제만으로는 외국인 관광객을 두고 벌어지는 꼼수 영업을 막기에 여전히 어려워 보였다.
#서울시 “가격표시제로 바가지요금 막겠다”
명동은 상권 상황을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만 가격을 올려 판매한다는 지적을 오랫동안 받아왔다. 판매업자가 물품 가격을 표시하도록 가격표시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현행법상 거리가게와 17㎡ 미만 점포는 제외되는 터라 시행이 되지는 않았다. 다만 관광특구는 가격표시제 의무지역으로 지정하면 면적에 상관없이 가격을 표시할 수 있다. 현재 광장시장(종로구)·남대문시장(중구)이 가격표시제 의무지역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는 10월부터 명동 관광특구를 가격표시제 의무 지역으로 관리해 바가지요금 및 강매 등 불공정 거래 행위를 방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거리가게는 자치구별로 거리가게 운영(관리) 규정을 개선해 가격 미표시 및 허위표시를 금지하는 내용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가격 표시 위치·규격 등 거리가게 가격표시판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내용도 담겼다.
서울시는 7대 관광특구(종로·청계특구, 명동·남대문·북창동·다동·무교동특구, 동대문패션타운특구, 이태원특구, 홍대문화예술특구, 강남마이스특구, 잠실특구)에 특별점검을 실시한 데 더해, 관광특구 평가항목에 ‘건전 상거래 질서확립 노력’ 지표를 신설해 가격표시제 의무지역 지정 여부를 반영한다. 서울시 관광정책과 관계자는 “강제할 수는 없는 만큼 배점 항목 신설 등의 방법으로 의무지역 지정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고 말했다.
#광장시장 가보니 ‘가격표시’ 소용없어
하지만 가격표시제 도입이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바가지요금의 해법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격표시제가 실시된 지 10년이 넘은 광장시장을 방문해보니 다른 방식으로 관광객에게 부담을 주는 상인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판매 형태가 가장 눈에 띄었는데, 상점 대부분이 메뉴 안내판에 인원수에 맞게 음식을 주문할 것을 명시했다.
이날 광장시장 분식점 앞에서는 남녀 한 쌍과 상인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여성이 “떡볶이 하나만 주문이 가능하냐”고 묻자 상인은 “두 명이서 하나만 주문하는 건 안 된다”라며 거절했고, 여성이 다시 “밥을 먹은 지 얼마 안 돼서 그런데 정말 안 되냐”며 사정을 설명했으나 상인은 지나가는 외국인 관광객을 향해 “닭발! 족발! 순대!” 등을 외치며 이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이 커플은 분식점을 그냥 떠났다.
결제수단 또한 관광객의 만족도를 낮추는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상인들은 상점 곳곳에 예금주와 계좌번호를 적어놨는데, 메뉴판에는 카드 결제가 불가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현금 결제나 계좌 이체만 가능하며 온누리상품권도 지류만 받는다고 했다. 곱창볶음·닭발·순대고기모둠 1만 3000원, 머리고기·돼지껍데기·족발 1만 원 등 1만 원이 넘는 메뉴가 상당함에도 카드 결제는 받지 않았다. 일부 상점은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예금주를 영어로도 표기했다.
호주에서 온 일라야 씨(28)는 “서울에 온 후 현금을 쓸 일이 별로 없었다. 광장시장에도 카드만 가져왔는데 현금 결제만 가능하다고 해서 현금을 인출해야 했다. 떡볶이와 족발은 맛있지만 카드가 안 되는 부분이 불편하게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국수를 먹던 프레드 씨(32)는 “오기 전 유튜브에서 광장시장 관련 동영상을 찾아봤다. 현금을 꼭 챙기라고 해서 별 문제 없이 지불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7개 관광특구를 대상으로 가격표시제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광장시장에서 보듯 가격표시제만으로 상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보였다. 지난달 서울시·중구·경찰 합동 특별점검이 진행됐고, 10월부터 가격 의무표시제를 앞두고 있는 명동에서도 가격표시를 하지 않은 점포와 거리가게를 여럿 발견했다. 위조 지갑·가방을 판매하는 거리가게와 탕후루 거리가게 등이 이날 가격 고지 없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소상공인 “추가 피해 방지” vs “상권 전체 낙인 우려” 엇갈려
가격표시제를 두고 상인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가격과 관련해 명확한 지침을 주는 것이 오히려 더 명료하게 느껴진다. 광장시장과 남대문시장 상인들에게서도 최근 명동 상점의 바가지요금이 심했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었다. 확실하게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선량하게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피해 입는 것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상권 전체에 바가지요금 이미지가 굳어질 수 있다며 도입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특별점검이 있던 명동에서도 정상적으로 상점을 운영하는 곳이 78%에 달하는데, 이 상인들은 ‘22% 때문에 왜 피해를 봐야 하냐’며 반발이 심했다. 아무래도 외부에서 보기에는 영업주들이 잘못한 부분이 있어 점검한다고 생각하는 측면이 있어 가격표시제 도입을 꺼려한다. (그 상인들이) 구청장에 항의 방문도 하고 그랬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일부 관광특구에서는 ‘우리는 시설도 깨끗하고 바가지요금 민원도 없는데 왜 가격표시제 대상에 포함하냐’며 반발이 심하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구청장 판단에 맡겨 만약 점주들이 문제가 있고 관광객도 많이 오는데 관리할 필요가 있다면 가격표시제를 도입하라고 권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가격표시제가 법적 의무 사항이 아닌 만큼 단계적으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내년도 평가부터 가격표시제 시행 여부를 지표에 포함할 예정이다. 자치구에서는 시비를 교부 받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신경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시는 예산 지원이라든지 법률적인 개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중앙부처에 건의를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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