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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님의 침묵'에서 '목마와 숙녀'까지, 인제 문학기행

백담사에서 집필한 만해 한용운, 인제 태생 시인 박인환, 두 문인 기리는 기념관 둘러보기

2023.09.05(Tue) 16:14:13

[비즈한국] 청정자연으로 유명한 강원도 인제는 문학과도 인연이 깊다. 일제강점기의 대표적 저항 시인이었던 만해 한용운이 대표작 ‘님의 침묵’을 쓴 백담사가 있고, 인제 출신 모더니즘 시인 박인환을 기리는 ‘박인환문학관’도 있다. 

 

백담사에 마련된 만해 한용운의 흉상과 시비. 만해 한용운이 백담사에 머물면서 ‘님의 침묵’과 ‘조선불교유신론’ 등을 집필했다. 사진=구완회 제공

 

#만해의 흔적 품은 내설악 백담사

 

강원도 내설악을 대표하는 백담사는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사찰이다. 창건 당시 이름은 한계사였는데 여러 차례 화재를 겪으면서 절을 다시 짓는 동안 이름도 몇 번이나 바뀌었다. 조선 정조 때 백담사가 되어 오늘에 이른다. 내설악 깊은 곳에 자리해 일반인에게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만해 한용운이 이곳에 머물면서 ‘님의 침묵’과 ‘조선불교유신론’ 등을 집필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백담사로 가는 길은 지금도 그리 편하지 않다. 백담사에서 7km쯤 떨어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셔틀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내설악 환경 보호를 위해 개인 차량은 안으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굽이굽이 내설악을 돌아 백담사로 가는 길은 걸어갈 수도 있는데, 편도만 2시간쯤 걸린다.

 

셔틀버스를 타거나 걸어서 백담사에 이르면 용대리까지 이르는 백담계곡이 먼저 보인다. 백담사 앞 계곡에는 사람들이 소원을 담아 쌓은 돌탑이 끝없이 이어져 장관을 이룬다. 사진=구완회 제공

 

버스를 타거나 걸어서 백담사에 이르면 용대리까지 이르는 백담계곡이 먼저 보인다.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계곡에는 무려 100개의 담(연못)이 있어서 백담이란 이름이 붙었단다. 백담사 앞 계곡에는 유난히 하얀 돌이 많은데,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소원을 담아 쌓은 돌탑이 끝없이 이어져 장관을 이룬다. 

 

백담계곡을 지나 사찰 경내로 들어가면 강원도 특유의 너와 지붕을 인 백담다원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주변에는 내설악 자연과 어울리는 아담한 건물들이 옹기종기 자리 잡았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만해 흉상과 함께 또 다른 대표작인 ‘나룻배와 행인’ 시비가 보인다. 흉상과 시비 옆에는 만해의 삶과 작품을 살펴볼 수 있는 만해기념관이 있다. 

 

강원도 내설악을 대표하는 백담사는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창건한 유서 깊은 사찰이다. 창건 당시 이름은 한계사였는데 조선 정조 때 백담사가 되어 오늘에 이른다. 사진=구완회 제공

 

이곳에는 시집 ‘님의 침묵’ 초판본을 비롯해 ‘불교유신론’과 ‘불교대전’뿐 아니라 ‘세계지리’, ‘영환지략’, ‘음빙실문집’ 등 그가 집필한 다양한 책이 전시되어 있다. 또 백담사에서 이루어진 만해의 출가 수행과 3·1운동, 옥중투쟁, 문학 활동, 신간회 활동 등 일제강점기를 치열하게 살다 간 그의 삶을 알아볼 수 있다. 

 

#시인 박인환 따라 그 시절 명동 산책

 

박인환문학관은 인제에서 태어난 시인 박인환의 문학세계와 그가 활동할 당시의 시대상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서울 명동에서 주로 활동하며 모더니즘과 낭만주의 시풍을 이어가던 박인환은 1956년 29세의 나이에 요절했다. 하지만 그가 남긴 아름다운 시들은 시집과 노래로 남아 지금도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박인환문학관에서는 인제 태생 시인 박인환의 문학세계와 활동 당시의 시대상을 살펴볼 수 있다. 문학관 앞 박인환 동상 안쪽에 있는 의자에 앉으면 그의 대표작으로 만든 노래가 흘러나온다/ 사진=구완회 제공

 

문학관 앞에는 멋진 양복을 차려 입은 시인의 생전 모습을 본떠 만든 거대한 동상이 있다. 동상 안쪽에 있는 의자에 앉으면 ‘목마와 숙녀’나 ‘세월이 가면’ 같은 시인의 대표작으로 만든 노래가 흘러나온다. 이 노래들은 1970년대 대표적인 포크 가수 박인희가 불러 크게 인기를 끌었다. 

 

문학관 안으로 들어가면 박인환이 활동하던 서울 명동 거리가 그 시절 모습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시인이 운영하던 서점 ‘마리서사’, 동료 시인 김수영의 어머니가 운영하던 빈대떡집 ‘유명옥’, 문인들이 즐겨 찾던 술집 ‘동방싸롱’과 ‘은성’ 등이 보인다. 

 

문학관 안으로 들어가면 박인환이 활동하던 서울 명동 거리가 그 시절 모습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사진=구완회 제공


시인 김수영의 어머니가 운영하던 빈대떡집 ‘유명옥’, 문인들이 즐겨 찾던 술집 ‘동방싸롱’ 등이 보인다. 사진=구완회 제공


박인환이 스무 살 때 문을 연 마리서사는 김수영, 김광균, 김기림 등의 시인과 예술가들이 모여들던 아지트였다. 이곳에서 박인환이 이끄는 한국 모더니즘 시운동이 시작됐다. 배우 최불암의 어머니가 운영하던 대폿집 ‘은성’은 박인환의 마지막 시로 알려진 ‘세월이 가면’이 즉석에서 노래로 탄생한 곳이다. 이곳에서 술을 먹던 박인환이 즉석에서 시를 지었고, 여기에 극작가 이진섭이 그 자리에서 곡을 붙이고 마침 함께 있던 가수 나애심이 노래를 했단다. 이걸 나중에 박인희가 다시 부른 것이다. 문학관에는 명동 거리 외에도 시인의 작품과 유물 등을 전시 중이다. 

 

<여행정보>


백담사

△위치: 강원도 인제군 북면 백담로 746

△문의: 033-462-6969

△관람 시간: 상시, 연중무휴

 

박인환문학관

△위치: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인제로156번길 50

△문의: 033-462-2086

△관람 시간: 09:30~18:00, 1월 1일·설날 및 추석 당일·매주 월요일 휴관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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