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직장인 A씨는 교정 치료를 받기 위해 A 대형병원을 찾았다. A 병원 의사는 “혀가 길어 혀를 잘라 교정을 받아야 한다”며 “교정 전문으로 잘하는 의사가 있으니 가보라”고 B 치과를 추천해 줬다. 그러나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 A씨는 C 치과를 찾아 이상 없이 교정 치료가 가능하다는 진단을 받고 진료를 시작했다. 한 번 아프면 치료비가 많이 드는 치과 치료는 발품을 팔지 않으면 쉽게 사기를 당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1일 치과 치료와 관련한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임플란트나 레진 등 치아 보험과 관련한 보험금 청구가 늘어나며 보험사기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65세 이상 환자의 8.7%가 임플란트 시술을 받았고, 최근 5년간 연평균 8.6%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최근에는 보험설계사와 치과병원이 공모한 조직형 치아 보험사기 형태로까지 발전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A보험사 소속 모집 조직은 치과에서 상담 업무를 하는 상담실장 B씨와 C씨를 보험설계사로 위촉했다. 이들은 내원 환자에게 치아 보험에 가입하라고 적극 권유하기로 공모했다. 이미 치과 질환이 있어 치아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환자 10명에게 진료 사실이 없는 것처럼 가장해 보험 가입을 유도한 뒤, 치료받고 보험금 1300만 원을 편취하도록 방조했다. 또 특정 설계사와 D 치과가 보험사기를 공모해 “치아 보험 여러 개 가입 후 협력 병원에서 간단한 치료만 받아도 큰돈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며 치아 보험 가입 환자를 모집했다. 환자들은 D 치과에 방문해 실제보다 많은 개수의 치료를 받은 것처럼 허위 진료기록부를 발급받게 하는 수법으로 보험금 9억 700만 원을 편취하게 했다.
금감원은 “보험에 가입할 때 치과 치료 사실을 고지하지 않도록 하거나, 이후 보험금이 많이 나오도록 협력병원을 소개해 준다는 제의는 단호히 거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실행하지도 않은 수술의 보험금을 허위 청구하거나 여러 날에 걸쳐 수술받았다는 허위 진단서로 허위 보험금을 편취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또 “실제 진료 사실과 다르게 작성된 서류로 보험금을 받는 순간 보험 사기꾼으로 연루돼 부당하게 편취한 보험금을 반환해야 하고,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번쯤 치아 보험에 가입하라는 권유 전화를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의 경우, 치아 관련 진료비를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권유 전화를 받았을 때 잠시 ‘혹’하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치아 보험이 무엇인지, 어떤 부분을 보장하는지 따져보지 않는다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치아 보험은 충치나 잇몸질환 등으로 치아에 보철치료나 보존치료 등을 받을 경우,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별도의 진단이 없어도 전화로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다. 또 이미 치아 질환이 있는 사람이 보험금을 받기 위해 보험 가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면책기간과 50% 감액기간이 운영된다. 다만, 상해나 재해로 인한 경우에는 면책기간이나 감액기간 없이 보험 가입일부터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보험 보장범위에 대해서는 상품별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가입 전 약관을 확인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또 치아 보험은 만기형과 갱신형이 있다. 갱신형의 경우, 나이가 증가할 때마다 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가입할 때 상품설명서 등으로 예상 갱신보험료 수준을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치아 보험은 보험회사마다 중복 가입해도 보험금이 각각 지급되지만, 중복 가입을 원하지 않는다면 기존 보험의 특약 내용을 확인해 보고 중복되는 것이 있는지 확인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치아 보험을 가입하는 것이 나을까, 적금을 드는 것이 나을까. 보험상품은 장기간 보험료를 내고,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소득이나 가입해야 하는 이유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또 다달이 보험금만 내고 손해 보지 않으려면 가입할 때 보험약관이나 상품설명서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자신이 건치라면 적금이 나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향후 임플란트나 크라운 등의 치료가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된다면 치아 보험은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가입 전 보험 보장내용을 꼼꼼히 확인할 자신이 없다면 적금을 좀 더 추천한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가장 보통의 투자] "하락에 베팅" 2차전지주 인버스 ETF, 어떻게 볼 것인가
·
[가장 보통의 투자] 흔들리는 중국 경제 "인내의 시간이 온다"
·
[가장 보통의 투자] 비구이위안 파산 위기, 중국판 리먼 사태 될까
·
[가장 보통의 투자]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물가'에 투자하는 방법
·
[가장 보통의 투자] 과열되는 2차전지주 광풍, 이제는 경계해야 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