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중견 게임사 웹젠이 회사 안팎에서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웹젠은 최근 엔씨소프트와의 소송에서 패해 모바일게임 ‘R2M’의 서비스 중단 판결을 받았다. 여기에 노동조합 측과 부당해고, 관리비 납부 등의 문제를 두고 갈등이 극에 달한 상태다. 문제는 웹젠 실적이 수년째 부진한 데다 주가마저 하락세라는 점이다. 웹젠의 불안한 행보에 주주들은 강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웹젠 지회(웹젠 노조)는 8월 29일 사측을 규탄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에 따르면 노조와 사측은 △노조 임직원(웹젠 지회 수석부지회장)의 부당해고와 복직 거부 △노영호 웹젠 노조 지회장의 연봉 인상 및 인센티브 지급 거부 △노조 사무실의 운영비(관리비) 체납 사건 등 세 가지 사안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이 중 노조 임직원의 부당해고 건은 행정소송까지 이어졌다. 양측의 입장을 종합한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웹젠은 2022년 10월 업무상 과실, 직장 내 괴롭힘 등을 이유로 수석부지회장 A 씨를 당일 해고했다. 이 과정에서 사측은 징계 사항을 노조에 알리지 않았다. A 씨는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로 구제신청을 했고, 지난 4월 부당해고가 인정돼 원직 복직 판정을 받았다. 판정 결과에 불복한 웹젠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노동위는 지난 7월 ‘초심 유지’라는 부당해고 판정을 재확인했다. 웹젠이 A 씨를 복직시키지 않아 이행강제금까지 부과됐다.
이에 웹젠은 “해고 사유가 충분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노영호 웹젠 노조 지회장은 “노동위에서 1심·2심에 거쳐 부당해고를 인정했으니 행정소송에서도 바뀌지 않을 텐데, 사측이 시간 끌기로 압박하는 것 같다”라며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 A 씨가 복직을 못 하니 피해가 커진다. 노동위에서도 ‘징계권을 남용했다’는 취지를 판정문에 명시했다. 애초에 해고할 만한 사안이 아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웹젠이 얽힌 소송전은 이뿐만이 아니다. 모바일 게임 ‘R2M’을 두고 엔씨소프트가 제기한 저작권 침해 중지 소송을 진행 중인데, 8월 18일 패소해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법원은 R2M 서비스를 중단하고 엔씨소프트에 1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8월 25일 R2M은 서비스 정지됐으나 법원이 웹젠이 신청한 강제집행정지를 인용해 8월 30일 영업정지가 해제됐다. 법원은 웹젠에게 담보로 20억 원을 공탁할 것을 조건으로 항소심 판결을 선고할 때까지 강제집행(서비스 중단)을 정지하도록 했다.
웹젠은 2001년 출시한 MMORPG ‘뮤(MU)’ 지식재산권(IP)으로 알려진 게임사다. 현재 국내외에서 뮤 IP를 활용한 게임을 8개 이상 서비스 중이다. 뮤의 인기에 힘입어 2003년 5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데도 성공했다. 웹젠의 최대주주(지분 27.32%)는 20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김병관 전 웹젠 이사회 의장이다.
일련의 사태를 보는 웹젠 주주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이미 주가가 2년 넘게 하향세를 그리는 상황이다. 웹젠 주가는 2021년 4월 5만 원대를 기록한 이후 지난 7월 26일 1만 3240원까지 떨어졌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신작이 없을 때 비용 절감을 통해 이익을 방어했지만, 여전히 신작 부재로 개발력을 증명하지 못했고 신규 IP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웹젠은 20년 넘은 IP인 뮤 외에 ‘R2’ ‘썬’ ‘메틴’ ‘샷온라인’ 등의 IP를 보유하고 있지만, R2를 제외한 나머지는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하반기 출시를 앞둔 서브컬처 게임 2종도 자체 IP로 만든 신작이 아니다. 오는 7일 정식 론칭하는 서브컬처 수집형 RPG ‘라그나돌’은 일본 그람스사가, 뒤이어 국내 퍼블리싱 예정인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는 일본의 에이밍사가 개발했다.
웹젠의 2022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매출에서 뮤 IP 비중이 71%로 압도적이다. 그 뒤를 R2(17%), 메틴2(5%) 등이 잇는다. 최근에는 R2의 비중이 늘었다. 2023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매출에서 뮤 IP 비중은 61%, R2 IP는 23%를 차지했다.
자체 IP를 활용한 신작의 빈자리는 급감하는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IP별 매출을 보면 뮤는 2021년 1921억 원에서 2022년 1715억 원으로, R2는 같은 기간 612억 원에서 415억 원으로 감소했다. 핵심 IP의 실적이 부진하자 연결기준 매출도 2020년 2941억 원에서 2021년 2848억 원, 2022년 2421억 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83억 원에서 1030억 원, 830억 원으로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는 웹젠의 2023년 매출이 2000억 원을 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처럼 유의미한 수익을 내는 IP가 뮤와 R2뿐인 상황에 엔씨소프트와의 소송에서 R2M 서비스를 중단하라는 판결이 나온 것은 상당한 악재다. 공시에 따르면 R2M은 2022년 매출 329억 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13.6%를 차지했다. 웹젠은 항소심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R2M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이후의 운영 여부는 불투명하다. 게다가 엔씨소프트가 청구 금액을 높여 항소한다고 밝히면서 소송비용이 늘어날 가능성도 커졌다.
웹젠 노조는 경영진이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 지회장은 “노동위 판정, R2M 소송 등에서 전부 패소하지 않았나.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 건 노조도 걱정스럽다. 행정소송이나 항소심에 투입할 비용은 누가 책임지는지 의문”이라며 “노조 상견례 이후 한 번도 김태영 대표가 직접 대화하거나 나선 적이 없다. 이제는 최대주주, 대표 등 경영진이 책임을 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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