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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받들 땐 언제고 이젠 과잣값도 아깝나" 백화점 큰손들 뿔난 이유

"서비스 줄고 다과 포장지 바꿔 눈속임" 분통…현대백화점 "혜택 축소 없다" 해명

2023.09.04(Mon) 17:21:13

[비즈한국] 백화점의 매출 일등공신은 ‘큰손’으로 불리는 VIP 고객이다. 업계에서는 상위 20%의 VIP 고객이 백화점 매출의 80% 이상을 책임진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그래서 백화점은 다양한 서비스와 혜택을 제공하며 VIP 고객 관리에 힘써왔다. 하지만 최근 VIP 사이에서는 ‘백화점의 고객 서비스가 바닥을 쳤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최근 현대백화점은 VVIP고객이 이용하는 라운지에서 제공하는 다과를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마트표 제품으로 교체해 입길에 올랐다. 사진=최준필 기자

 

#다과 재포장 꼼수에 VIP 부글부글

 

최근 현대백화점 VIP 고객 사이에서 한바탕 논란이 일었다. 백화점 측이 VIP 고객을 기만했다며 불만을 토로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한 VIP 고객은 “VIP 고객을 대하는 백화점의 태도가 황당하다. VIP 고객이 단체로 백화점에 클레임을 걸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대백화점 본점 ‘자스민 블랙’ 라운지에서 발생했다. 자스민 블랙 라운지는 현대백화점의 VVIP만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다. 현대백화점은 VIP 등급을 총 4개로 나눠 운영 중인데, 자스민 블랙은 연간 구매액이 1억 2000만 원 이상인 백화점 최고 등급 VIP다.

 

백화점 큰손들만 모시는 라운지인 만큼 서비스도 ‘최고급’으로 알려져 있다. 라운지 내 화장실에는 해외 유명 브랜드 어메너티가 비치되고, 음료 주문 시 제공되는 다과는 이즈니 베이커리, 파티셰리 에구치 등 해외 프리미엄 베이커리 제품이다.

 

그런데 최근 일부 고객이 VIP 라운지에서 제공되는 다과가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마트표 과자로 변경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특히나 황당했던 것은 백화점이 다과를 마트표 과자로 바꾸고는 마치 프리미엄 브랜드 제품을 제공하는 것처럼 재포장해 눈속임했다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의 한 VIP 고객은 “백화점이 제공하는 다과를 에구치에서 누텔라로 바꿨는데, 이걸 에구치 포장지로 재포장을 했다”며 “고객들이 모를 것으로 생각한 건가. 황당하다. 고객 기만이 아니냐”고 소리를 높였다.

 

현대백화점 VIP 사이에서는 서비스에 대한 악평이 쏟아졌다. 한 백화점 VIP 고객은 “얼마 전 VIP 라운지를 방문했는데, 스페셜 음료라며 웰치스가 제공되더라. 마트에서 800원에 판매하는 음료수를 VIP 라운지에서 스페셜 음료라고 제공하는 것이 황당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도 “VIP에게 주는 추석 선물도 점점 질이 낮아진다. 작년에도 쓸만한 게 없어 지인들에게 다 나눠줬는데, 올해는 정말로 고를 것이 없어 백화점 측에 ‘받지 않으면 안 되냐’고 말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VIP 라운지에서 제공하는 다과의 품목은 고정된 것이 아니고 계속 바뀌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라며 “납품 업체와 이야기해 잘 해결할 것”이라고 전했다.

 

백화점 VIP 고객들은 백화점 업계가 호황기를 누리며 VIP 혜택을 축소해왔다고 전한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한 쇼핑몰에 있는 명품매장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코로나 호황 누리자 VIP 서비스 대폭 축소 “내년에 두고 보자”

 

고객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기간 백화점 업계가 호황을 누리며 콧대가 높아졌고, VIP 고객 관리에 소홀해졌다는 평이 나온다. 현대백화점 VIP 고객들에 따르면 코로나19를 전후로 현대백화점의 VIP 서비스 질이 급격히 하락했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상위 VIP 고객 100여 명을 모아 프라이빗 행사를 진행하고, 여행서비스도 제공했다. 현재 기프트 혜택은 명절과 생일에만 제공되지만, 이전에는 복날과 정월대보름까지도 백화점에서 살뜰하게 챙겼다는 설명이다.

 

15년째 현대백화점의 VIP 고객으로 선발돼온 A 씨는 “최근 백화점의 VIP 서비스는 혜택이 거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했다. 그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백화점의 VIP 혜택이 많이 줄었다. 오랫동안 VIP 등급을 유지했던 고객 사이에서는 ‘현대백화점을 떠날 때가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라운지 이용이나 발렛 파킹, 명절·생일 선물 등이 혜택의 전부다. 예전에는 ‘열린 경영’이라고 해서 백화점 VIP 고객의 의견을 듣는 자리도 있었지만 모두 사라졌다. 제공되던 서비스의 질이 너무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어 “VIP 사이에서 ‘내년, 내후년에 두고 보자’는 말이 많이 나온다. 백화점 매출이 줄어도 VIP 서비스를 지금처럼 유지할지 두고 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명품 수요 급증으로 지난해까지 실적 파티를 이어갔던 백화점 업계는 올해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현대백화점은 2분기 연결기준 매출 9703억 원, 영업이익 556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13.8%, 21.9% 감소한 수치다.

 

백화점의 한 VIP 고객은 “요즘은 백화점 명품 매장에 가면 직원들이 ‘매출이 안 나온다’며 한숨을 쉰다”며 “통상 에르메스도 7000만~8000만 원 이상의 구매 실적이 있는 고객들만 버킨백을 샀는데, 요즘은 그 금액을 채우지 않고도 살 수 있을 정도다. 명품 구매가 확실히 줄어든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VIP 고객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지만 백화점 측은 VIP 혜택 축소는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앞서의 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VIP 서비스 혜택이 줄어든 것은 없다”라며 기프트 혜택 축소 등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VIP 고객은 본인의 소비 수준에 걸맞은 서비스를 누리고 싶어한다. 얼마 되지 않는 비용을 줄이려 얄팍하게 행동하다가 큰 걸 놓칠 수 있다”며 “VIP 고객에게 맞는 서비스를 진정성 있게 제공하면서 매출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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