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해 7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딥필드 이미지가 처음 공개된 이후 벌써 1년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제임스 웹은 태양계 행성부터 성운 속 별들의 탄생과 죽음의 순간, 머나먼 우주 끝자락 은하의 모습, 외계행성의 대기까지 정말 다양한 발견을 안겨주었다. 제임스 웹의 관측 1주년을 기념하며 제임스 웹과 함께한 지난 한 해를 정리해본다. 오늘은 첫 번째 이야기, 제임스 웹이 포착한 태양계 행성들의 새로운 모습을 정리해본다.
제임스 웹으로 관측한 태양계 외곽 가스 행성들의 흥미로운 모습을 공개한다.
기본적으로 제임스 웹은 달 궤도 너머 라그랑주2 포인트 궤도에 머물고 있다. 그리고 항상 밝은 태양 빛을 최대한 등진 채 바깥 우주만 바라본다. 그래서 제임스 웹은 지구보다 안쪽에 있는 수성, 금성은 볼 수 없다.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까지 지구 궤도 너머의 세계를 바라본다. 적외선 빛으로. 그 덕분에 우리가 눈으로 볼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행성을 담게 된다.
#목성
제임스 웹이 담은 목성은 단연코 제임스 웹이 찍은 사진 중 베스트에 손꼽히지 않을까 생각한다. 2022년 7월 27일 천문학자들은 목성을 조준했다. 사진 속 목성 표면의 아름답게 소용돌이치는 구름 띠의 모습이 선명하다. 목성의 구름 띠는 크게 존(Zone)과 벨트(Belt)로 구분한다. 보통 존은 더 밝다. 제임스 웹의 사진 속 한가운데를 가장 두껍게 지나가는 밝은 띠가 목성의 적도에 있는 존이다. 존은 뜨거운 목성 내부에서 대기가 위로 상승하는 지역이다. 구름 상층까지 암모니아로 이루어진 커다란 얼음 결정이 함께 올라온다. 암모니아로 이루어진 권운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벨트는 다시 차가워진 대기가 아래로 하강하는 지역이다. 존에 비해 암모니아 얼음이 적고 결정 크기도 작다.
조금씩 다른 파장의 적외선으로 관측한 덕분에 목성 대기 상층보다 살짝 더 아래 구름의 흐름까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사진 속 푸른색으로 표현된 영역이 가장 깊은 구름에 반사된 빛을 보여준다. 이 깊은 구름층이 있는 곳의 기압은 지표면의 기압과 비슷하다. 그 정도로 꽤 깊은 곳에 가라앉아있는 구름층의 모습까지 담아냈다! 그래서 존과 벨트 경계를 따라 각 층의 구름이 지글지글하게 뒤섞이고 순환하는 흔적도 확인할 수 있다.
목성의 남반구에서 거대하게 소용돌이치는 대적점의 모습도 뚜렷하게 볼 수 있다. 특히 대적점이 밝게 보이는데, 이는 그 밑에 어떤 열원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최근 들어 크기가 조금씩 작아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긴 했지만, 17세기에 처음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400년 가까운 긴 시간 동안 사라지지 않은 태양계 최대 태풍이다. 대적점 밑 미지의 열원은 이 거대한 태풍이 오랫동안 유지되는 비결과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
목성의 북극과 남극 주변, 일렁이는 빛은 목성의 오로라다. 목성은 지구보다 태양으로부터 더 멀리 벗어나 있지만, 워낙 자기장이 강해 강한 오로라를 만든다. 태양풍 입자들이 목성의 극지방 상공 1000km에 있는 수소 원자를 이온화시키면서 빛이 방출된다. 지구의 경우, 고도 100~200km에서 산소 원자가 이온화되면서 눈으로도 볼 수 있는 녹색 오로라를 만든다. 반면 이온화된 수소 원자가 만들어낸 목성의 오로라는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제임스 웹은 적외선 파장으로 그 선명한 모습을 담았다.
제임스 웹의 뛰어난 성능 덕분에 밝게 빛나는 목성 주변 희미한 고리까지 함께 담겼다. 고리는 목성 자체에 비해 백만 배나 어둡다! 특히 목성 고리는 대부분 암석 부스러기로만 이루어져 적외선으로 봐도 굉장히 희미하게 보인다. 한편 목성의 얼음 위성 유로파도 포착했다. 표면 전체가 얼음으로 덮여 있기 때문에 태양 빛을 아주 강하게 반사한다. 유로파는 얼음 표면 바깥으로 물줄기를 내뿜는 것으로 유명하다. 제임스 웹도 그 현장을 관측할 계획인데, 유로파 물줄기를 직접 관측한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토성
2023년 6월 25일 제임스 웹은 거대한 고리를 두른 토성을 바라봤다. 토성 대기는 높은 밀도의 메테인으로 채워져 있다. 태양 빛을 반사하며 빛나는 토성의 적외선 대부분이 대기 중 메테인에 의해 흡수된다. 그래서 제임스 웹의 눈에 토성은 아주 어두운 행성이다. 카시니 탐사선으로 찍은 토성 사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긴 구름 띠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이유다. 빠른 자전으로 인해 약간 옆으로 펑퍼짐하게 퍼진 모습은 확인할 수 있다.
토성에도 계절 변화가 있다. 현재 토성은 북반구가 여름, 남반구는 겨울 막바지를 보내고 있다. 그래서 사진 속 토성의 남극은 살짝 더 어둡게 보인다. 그런데 토성 북극도 주변보다 더 어둡게 보인다. 아직 그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토성 극지방에 있는 대기 입자들이 빛을 더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토성 원반 양옆 가장자리는 약간 더 밝게 빛난다. 이는 토성의 상층 대기에 있는 메테인이 태양 빛을 흡수했다가 다시 방출하면서 빛나는 발광의 흔적으로 추정한다.
토성 자체는 어둡게 보이지만 얼음 부스러기로 이루어진 토성 고리는 훨씬 밝게 빛난다. 암석 부스러기로만 이루어져서 흐릿하게 보이는 목성 고리와는 대조적이다. 가장 안쪽부터 바깥까지 C, B, A 고리를 선명하게 구분할 수 있다. 심지어 가장 바깥의 희미한 F 고리도 보인다. 각 고리 사이 넓게 벌어진 카시니 간극과 엥케 간극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왼쪽에는 토성 주변 작은 위성 세 개 디오네, 엔셀라두스, 테티스가 찍혔다. 얼음 위성 엔셀라두스에 대해선 최근 자세한 연구들이 이어졌다. 이미 카시니 탐사를 통해 확인한 거대한 물줄기의 모습을 재확인했다. 엔셀라두스 바깥으로 1만 km까지 물이 뿜어 나오고, 그 얼음이 토성 주변 E고리를 채우고 있다. 하지만 앞서 카시니 탐사선이 직접 물줄기를 통과하면서 검출한 여러 화학 성분은 확인하지 못했다. 제임스 웹이 봤을 때 물줄기가 뿜어 나오는 방향, 각도가 잘 맞지 않으면, 검출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이후의 추가 관측을 통해서, 최종 검증을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
#천왕성
2023년 2월 6일 제임스 웹은 12분의 노출을 통해 천왕성을 바라봤다. 천왕성은 자전축이 거의 90도로 기울어진 채 태양 주변을 공전한다. 그래서 공이 굴러가는 것처럼 움직인다. 천왕성의 공전 주기는 무려 84년! 그런데 거의 누운 채로 공전하다보니 북극과 남극에는 번갈아가며 긴 여름과 겨울이 찾아온다. 앞서 1986년 보이저 2호가 천왕성을 지나가던 당시, 천왕성의 남극이 여름이었다. 그 사이 약 40년, 천왕성 공전 주기의 거의 절반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현재 천왕성의 북극은 늦은 봄을 지나고 있다. 앞으로 2028년이 되면 이번엔 반대로 천왕성의 북극에 태양 빛이 비추는 여름이 시작된다.
보이저 2호가 방문했을 때 가시광으로 바라본 천왕성은 별다른 특징이 없는 밋밋한 푸른 행성이었다. 주로 얼음과 메테인, 암모니아로 이루어진 가스 행성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제임스 웹은 적외선 파장으로 훨씬 세밀한 구조를 확인했다. 사진 속 둥근 천왕성의 오른쪽 부분이 훨씬 하얗고 밝게 보이는데, 이 부분은 태양을 정면으로 보는 방향이다. 이렇게 멀리에서도 태양 빛을 받아 구름 내부가 뜨겁게 달궈지며 대기 현상이 벌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밝은 부분 가장자리와 왼쪽 더 멀리에서 밝고 작은 구름 조각이 보인다. 이들도 목성 표면의 대적점처럼 꽤 큰 소용돌이, 대기 현상으로 추정된다.
1986년 보이저 2호 탐사를 통해 천왕성 주변에서 지금까지 총 13개의 고리가 확인되었다. 제임스 웹 사진에선 그 중 11개의 고리를 구분할 수 있다. 행성 바로 주변, 가장 안쪽에 희미하게 이어진 제타 고리도 볼 수 있다. 이 고리는 보이저 2호가 천왕성까지 직접 날아가서야 발견한 고리다! 그 존재를 제임스 웹은 멀리서도 담아냈다. 천왕성 주변 27개 위성 중 6개가 함께 찍혔다. 모두 매끈한 얼음 표면으로 이루어져 아주 밝게 빛난다.
#해왕성
2022년 9월 21일 제임스 웹은 태양계 마지막 행성 해왕성을 담았다. 그 모습은 정말 낯설었다. 앞서 1989년 보이저 2호가 직접 곁을 날아가며 보여준 해왕성의 가시광 사진은 아주 짙은 푸른 구슬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제임스 웹이 적외선을 담은 해왕성은 전혀 푸르지 않다. 몇몇 아주 밝게 빛나는 작은 구름 조각을 제외하고, 해왕성 원반 자체는 비교적 어둡게 보인다.
그 이유는 토성과 같다. 높은 밀도로 메테인이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행성 내부에서 방출되는 적외선 빛이 대기에 흡수되고, 적외선으로 봤을 때 행성 원반은 더 어둡게 보인다. 반면 상층 대기에서 메테인 얼음 결정으로 이루어진 일부 구름 조각은 훨씬 밝게 빛난다. 메테인 얼음 결정이 태양 빛을 효과적으로 반사하기 때문이다. 이 구름 조각들은 대기 상층부, 가장 바깥에 있기 때문에 도중에 메테인에 의해 빛이 흡수되지 않는다. 특히 해왕성의 남극 주변에 밝게 빛나는 구름 조각이 보인다. 보이저 2호를 통해 처음 발견한 이 구조는 남극 형체(SPF, South Polar Feature)라고 부른다. 정확히 남극에 있는 건 아니다. 남쪽으로 위도 70도 정도 위치에 있다. 이 구조도 처음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사라지지 않고 계속 관측된다.
NIRCam으로 찍은 사진 속 왼쪽 위에 해왕성보다 더 밝게 빛나는 푸른 점이 있다. 이것은 해왕성 곁을 도는 가장 큰 위성, 트리톤이다. 트리톤 역시 표면 대부분 얼음으로 덮여있다. 앞서 보이저 2호는 트리톤을 스쳐지나가며 그 표면에 수많은 얼음 화산이 존재한다는 사실까지 밝혀냈다. 이 얼음 화산들은 실시간으로 계속 트리톤의 남극 지역을 새로운 얼음으로 덮어버린다. 트리톤은 태양 빛 70%를 그대로 반사하기 때문에, 적외선으로 봤을 때 오히려 해왕성보다 더 밝다. 해왕성 주변 흐릿한 고리와 그 안팎의 다른 작은 위성들까지도 보인다. 사진 속에서 최소 네 개의 고리를 구분할 수 있다. 가장 안쪽부터 순서대로 갈레 고리, 르 베리에 고리, 라셀 고리, 아담스 고리다. 트리톤을 제외한 7개의 작은 위성들도 고리 안팎에 희미한 얼룩으로 담겨 있다.
한편 트리톤은 다른 위성들과 달리 해왕성 주변을 혼자 거꾸로 돌고 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트리톤이 원래부터 해왕성 곁에 있던 위성이 아니라, 더 바깥을 떠돌던 별도의 카이퍼 벨트였다가 우연히 포획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원래는 명왕성처럼 별도의 왜소행성으로 존재했지만, 해왕성에 붙잡히면서 혼자 거꾸로 도는 위성이 되었을 수 있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제임스 웹을 통해 명왕성과 하우메아 등 여러 카이퍼 벨트 천체를 관측하는 계획도 준비 중이다. 제임스 웹의 눈으로 직접 바라본 트리톤과 명왕성, 카이퍼 벨트 천체를 비교한다면, 이들의 기원이 정말 같은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제임스 웹이라 하더라도 직접 천왕성과 해왕성 곁을 지나간 보이저 2호에 비하면 디테일은 조금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단 한 번 그 곁을 스쳐 지난 후 떠나야 했던 보이저 2호와 달리 제임스 웹은 긴 시간 동안 계속 이 거대 행성들을 모니터링하며 대기의 흐름, 계절마다 반복되는 변화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태양계 행성과 함께 배경의 수많은 은하들이 함께 찍히는 건 덤이다. 태양계 행성을 찍은 사진인데, 행성 천문학자가 아닌 은하를 연구하는 천문학자에게까지 유용한 사진을 남겨준다는 건 제임스 웹만이 할 수 있다.
제임스 웹은 비좁은 태양계 안에서도 너무나 많은 발견을 해냈다. 그렇다면 태양계 바깥 더 광활한 우주에서는 또 얼마나 많은 발견을 했을까? 뒷이야기는 다음에 이어진다.
참고
https://www.stsci.edu/cgi-bin/get-proposal-info?id=1415&observatory=JWST
https://webbtelescope.org/contents/media/images/01GCYR615KW8QDM0S80JYRPZ09
https://esawebb.org/images/first-observations-mars-2/
https://blogs.nasa.gov/webb/2022/09/19/mars-is-mighty-in-first-webb-observations-of-red-planet/
https://esawebb.org/images/jupiter-auroras1/
https://www.nasa.gov/feature/jupiter-s-great-red-spot-likely-a-massive-heat-source
https://blogs.nasa.gov/webb/2022/08/22/webbs-jupiter-images-showcase-auroras-hazes/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3-01666-x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3-05987-9
https://webbtelescope.org/contents/media/images/01H3X9BMPCX165ZK9RA49J2416
https://webbtelescope.org/news/news-releases/program-information?id=1247
https://esawebb.org/news/weic2310/
https://www.nasa.gov/image-feature/neptune-shows-off-its-rings-in-near-infrared-light
https://www.planetary.org/articles/a-deep-dive-into-the-neptune-system-with-jwst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abs/pii/S0019103504003744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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