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8월 21일, 보통 탄도미사일 부대나 방사포 부대 등 포병과 육군 부대만 시찰하던 김정은이 정말 오랜만에 해군기지를 방문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이 방문한 부대는 해군 동해함대 근위 제2 수상함 전대를 시찰하고, ‘경비함 661호’라는 함선에 탑승해서 무장과 준비 태세를 점검한 후 ‘전략 순항미사일’ 발사를 진행하였다.
김정은의 군부대 방문과 미사일 방문은 현재 진행 중인 UFS(을지프리덤실드) 훈련에 대응하기 위한 전형적인 무력 시위로 보인다. 다만 무력 시위의 방문이 기존에 시도되지 않은 새로운 방법이라는 것은 매우 특이해 보인다. 특이한 도발을 하는 김정은의 속내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런 ‘특이한 도발’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몇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도발하는 무기가 다르니 대응하는 방식도 다르게 해야 해서, 우리 군의 준비 태세에 혼란과 부담을 준다. 북한은 정보를 통제하면서 자신들에 유리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보여주니, 북한이 신무기를 내놓으면 이것이 얼마나, 어떻게 사용될지 몰라서 우리로서는 무엇이든 대비책을 세워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얻을 수 있는 두 번째 이득은 ‘기습의 공포’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북한은 수십 차례의 기습도발로 우리 군과 국민에게 피해를 줬기 때문에, 북한이 완전히 새로운 무기를 내놓을 때마다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를 잘 이용하기 위해서 북한은 항상 새로운 방식의, 새로운 형태의 무기로 무력 시위를 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번 도발이 워낙 특이하고 신기한 부분이 많다. 해외 다른 나라의 도발에서 찾기 힘든 형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방부는 이번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서 ‘북한의 발표와 달리 실패한 실험’이고, ‘군사적으로 거의 의미가 없다’라고 평가절하했다.
국방부의 분석이 틀렸다고 볼 만한 증거는 보이지 않는다. 이번 미사일 발사도 그렇고, 발사를 진행한 661호 경비함, 일명 ‘압록급’ 전투함도 현대 전투함으로서는 많이 모자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개 정보로 분석했을 때 압록급 전투함의 단점과 위협을 균형 있게 평가할 필요가 있어 이를 정리해 본다.
우선 압록급 호위함의 특징에 대해서 알아보자. 압록급 초계함은 북한의 가장 최신형 전투함 중 하나로, 2014년에 건조가 시작되어 2016년 11월에 처음 사진이 찍혔다. 필자도 이때 모 외국 매체에서 정보를 받아 분석을 진행한 바 있다. 그 당시에는 무장과 레이더가 제대로 장착되지 못해 전투력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었지만, 이번에 완벽한 무장과 레이더가 장착된 상태로 공개된 것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압록급 전투함의 ‘황당할 정도의 낮은 완성도’이다. 값비싸고 복잡한 전투함용 레이더를 공급받을 수 없어 일본제 어선 레이더와 구소련제 레이더, 그리고 중국산 레이더를 사용해서 표적을 탐지하고 포를 쏘는 것으로 보이며, 무장 역시 황당할 정도로 후진적이다.
일단 함교 아래에 있는 두 개의 14.5mm 개틀링 기관총은 북한 육군이 고사총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장전과 조준이 완벽히 수동으로 이루어지며, 개방된 포탑으로 적 공격에 매우 취약하다. 후방에 있는 두 기의 30mm 개틀링 기관총은 자동화되어 있지만, 한국 해군이 사용하는 일명 ‘골키퍼’ 근접 방어 무기보다는 정확도와 화력이 모두 크게 떨어진다.
주포인 100mm 함포 역시 2차 세계대전에서나 볼 법한 구형 설계로, 수동으로 장전하는 것은 물론 함포 뒷부분이 뻥 뚫려있어 공격에 취약하다. 함포 뒤의 4개의 대잠수함 로켓도 4, 50년 전 구소련 함정에나 쓰던 것이고, 후방에 숨겨진 대형 어뢰 발사관 역시 2차 세계대전에는 자주 쓰였지만, 현대 함정에서는 미사일을 대신 장착하여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배 자체의 완성도도 어처구니없는 부분이 있다. 우리 군의 전투함과 압록급 경비함이 가장 차이가 나는 부분이 다름 아닌 ‘창문’이다. 우리 군의 전투함이 함교를 제외하면 창문이 없는 것과 달리, 2차 세계대전의 전투함이나 어선처럼 원형 창문이 곳곳에 있다. 함선 내부의 환기와 배기, 조명시설이 부족하여 창문을 뚫을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압록급 경비함이 기존 북한 함정과 크게 구별되는 여러 가지 신기술과 능력이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우선 스텔스 설계에 적어도 ‘진심’인 것은 분명하다. 레이더에 좀 더 작은 배로 보이기 위해서 경사 선체를 도입한 것은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북한은 미사일 개발을 위해서 군 장비의 레이더 반사 단면적(Radar Cross Section) 분석을 위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능력이 이미 갖추어져 있으며, 함선의 경사 각도가 통일되어 있어 비교적 스텔스 설계 원칙을 잘 따랐기 때문이다.
적외선 및 광학 스텔스도 그들이 할 수 있는 만큼 많은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경비함의 함교 위에는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목숨으로 사수하자’라는 선전 문구가 있다. 그런데 이 문구가 탐지를 피하고자 저 시인성(Low observable) 색상을 사용했고, 이것은 북한 무기체계에서 처음 식별되는 새로운 시도이다.
그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는 의문이 있을 수 있으나, 적어도 그들이 이 경비함의 스텔스 성에는 진심인 셈이다. 또한, 실체적 효과가 있을 법한 스텔스 처리도 압록급 경비함에 적용되어 있다. 디젤 엔진의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굴뚝인 연돌(Funnel)을 없애 수면 근처로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전자광학/적외선(EO/IR)탐지기에 탐지되는 확률이 상당히 낮아진다.
무장 역시 단순히 무시하긴 어렵다. 북한 최초로 화승총 휴대용 대공 미사일을 개조한 대공 미사일을 장착했고, 구형 100mm 함포도 사거리 면에서는 PKM 고속정에 장착된 76mm 자동포보다 길어 선제공격을 가할 수 있다. 또한 구형 대잠로켓 발사기는 유사시 적 어뢰의 음파 탐지기를 속이는 기만기를 발사할 가능성이 있으며, 대형 어뢰 발사관의 경우 러시아의 RPK-6 보도파드(Vodopad) 대잠 미사일을 운용할 가능성이 있다.
가장 중요한 무장은 이번에 공개된 화살-2 순항미사일이다. 우리 군 당국에 따르면, 김정은이 참가한 압록급 경비함의 미사일 발사는 화살-2의 원래 사거리인 1,800km에 훨씬 못 미친다고 발표했으나, 순항미사일의 경우 사거리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이번 실패가 큰 의미는 없다. 이미 실제 장거리 사격이 증명되었고, 특히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서는 전술핵을 탑재했다고 주장하는 지상 발사 화살-2와 정확히 같은 미사일을 발사했기 때문이다.
물론 압록급 경비함에는 단 8발의 화살-2 미사일을 가지고 있어 이것만으로는 군사적으로 큰 위협이 될 수 없다. 다만 압록급 경비함이 스텔스 설계를 적용, 북한 해군이 전시에 대량의 고속정을 사용한 ‘이리떼 전술’을 사용하고, 압록급이 수백 척의 고속정 속에 숨어서 몰래 핵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북한이 이런 공격을 시도하면 우리 해군 함대가 기습 핵 공격을 받아 괴멸하거나, 후방의 아군 핵심 시설이 대비하지 않은 후방에서 공격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낙후된 성능이지만 우리에게 ‘깜짝 놀랄 한 방’을 가진 압록급 경비함을 대처할 최적의 대응책은 무엇일까. 당장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유사시 북한과의 전쟁에서 동해안 지역의 해양통제를 수행하고 독자 상륙작전을 지원할 항모 항공단이 대응하는 것이다. 동해에 배치된 항공모함에서 운용하는 고정익 전투기는 원거리에서 압록급 경비함을 발견해 선제공격할 수도 있고, 발사된 핵 순항미사일을 요격할 능력을 갖출 수 있다.
하지만 항공모함 전단으로 대응한다는 방안은 현시점에서는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다. 지난 6월 해양 방위산업 전시회(MADEX) 등에서 7만 톤급 한국형 항모(CVX)와 KF-21N 함재 전투기 등이 공개되었지만 실제 올해 항공모함 예산 확보는 거의 없을 것이고, 현 정부 동안 추진될 가능성도 극히 낮다. 전력화 시점도 2030년 이후라는 점도 문제다.
그렇다고 지상의 지대공 미사일의 경우 지구 곡면의 문제로 장거리 요격이 어렵고, 조기경보기도 동시에 하늘에 띄울 수 있는 숫자가 적어 압록급 경비함이 순항미사일을 쏘는 것을 재빨리 알아채기 어렵다.
우선 탐지자산으로 국내 개발이나 도입을 고려해 볼 만한 것은 일명 ‘에어로스탯’(AeroStat) 이라는 열기구 탑재 공중 감시 레이더이다. 이스라엘의 IAI사 등이 ELM-2083 AESA(능동 위상배열) 레이더를 탑재하여 수출시장에 내놓는 중이다. 제작사인 IAI의 홍보 자료에 따르면 에어로셋은 반경 280km 이상의 면적에 대해서 저렴한 가격으로 순항미사일 탐지가 가능하다고 한다.
한국 역시 항공우주연구원(KARI)을 중심으로 중형 에어로스탯과 성층권 기구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바 있고, 기구에 탑재할 수 있는 AESA 레이더 개발이 가능하므로 국내 개발, 기술도입 생산, 해외 직도입 중 적절한 방법을 선택해서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고려해 볼 만한 것은 저가 순항미사일/드론요격 공대공 미사일을 개발하여 유/무인 순항미사일 요격기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MQ-9 리퍼(Reaper) 무인기에 공대공 미사일을 다는 등 무인기로 순항미사일을 요격하는 기술을 각국에서 연구 중이니 우리도 개발이 진행 중인 MQ-105K 무인공격기에 이런 임무를 부여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무인기가 미사일 요격을 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기술적 장벽이 아직 많아 장기계획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비교적 짧은 시간 만에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은 초소형 무인기 혹은 미사일을 활용하여, 우리 군의 KF-21과 FA-50 전투기의 순항미사일 요격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미 지난 21일 공군은 ‘방어 제공 훈련(Defensive Counter Air)’ 중 하나로 순항미사일 요격훈련을 진행 한 바 있으나, 지상 대공 미사일을 사용한 요격은 방어범위가 좁고 후방, 우회 공격에 취약하다.
그런데 KF-21과 FA-50 전투기에 현재 개발 중인 무기를 활용한 저가/고효율 순항미사일 요격 미사일을 장착하고, 이들 전투기가 순항미사일을 요격하면 순항미사일이 비행하는 곳으로 즉시 날아가 요격할 수 있어 방어범위가 넓어지고, 기습공격 대응에도 적합하므로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만, 한발에 몇억에서 몇십억이 넘는 전투기 격추용 공대공 미사일로는 비용 대 효과가 떨어지고, 한 번에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 숫자도 적어서 작고 싼 새로운 미사일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필자의 제안은 두 가지로, 우선 현재 장사정포 요격무기(LAMD)용 요격 미사일을 간단히 개조하는 것을 제안해 볼 수 있다. 가격이 저렴하면서 초음속으로 비행하는 다연장 로켓을 요격할 수 있고, 차후 드론 대응 미사일로도 사용될 LAMD 요격 미사일을 전투기에 장착한다면 규모의 경제를 이루어 공군 전투기도 저가 미사일로 요격할 수 있고, LAMD 미사일 단가도 낮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의 제안은 초소형 제트엔진을 장착한 기만용 무인기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이미 미국이 1998년에 LCCMD(MALD-Like Interceptor for Low Cost Cruise Missile Defense)이라는 이름으로 연구한 바가 있는 이 방식은, 초소형 제트엔진을 단 무인기에 간단한 유도 장비와 폭약을 달아서 요격 미사일로 쓰는 것이다. 순항미사일이 워낙 느리고, 기동성이 떨어지고, 아주 작은 폭약으로 파괴할 수 있어 굳이 초음속 고기동 로켓엔진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KAI 등지에서 이와 비슷한 ‘다목적 소형 무인기’를 개발 중이고, 수송기에서 발사하는 공중발사 드론 등이 연구 중이고, 이것들을 기반으로 순항미사일 요격 무인기를 만들 수 있다. 이런 소형 무인기로 순항미사일을 요격한다면 경제성도 확보하고, 한번 요격에 실패하면 끝인 미사일과 달리, 요격에 실패하면 계속 상공을 배회하면서 또 한 번 요격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북한은 항상 부족한 기술로 최적의 효과를 내기 위한 무기를 고민한다. 이번에 공개된 압록급 구축함 역시 말도 안 되는 구형 기술이 상당히 들어가 있지만. 반대로 그들이 시도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스텔스 기술을 적용하고, 또 그들이 가진 무기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들이 곳곳에 보인다. 우리 군이 현명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북한의 이런 무력도발에 대응하길 바란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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