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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인잡] 인간관계② 직장 내 주먹다짐 사건, 진짜 원인은 따로 있었다

관계의 균형 무너지면 심각한 갈등 상황으로 발전 …조직 내 인간관계 변화 늘 주시해야

2023.08.31(Thu) 13:21:24

[비즈한국] 곰곰이 생각해 보면 회사생활은 인간관계가 전부인 것 같다. 아니, 회사뿐 아니라 그냥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가장 가까이로는 가족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인간들과 관계를 맺고 헤어지고 함께 부딪히고 배우며 깨닫는 과정의 연속이다.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며 먹고 살지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을지 몰라도 함께 하는 사람 모두를 선택할 수는 없다. 제아무리 사장이라도.

 

직장 내 불협화음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으며, 갈등이 깊어질 경우 언어적, 물리적 폭력이 동반될 수 있다.

 

마음이 잘 맞는 사람끼리 시작한 관계 또한 어떤 식으로든 삐걱거리기 마련이다. 하물며 서로 선택할 기회도 없는 생면부지의 타인들이 한 공간에 밀어 넣어져 같이 무언가를 도모하고, 공동의 성과를 만들어 간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불가능한 도전이고 고된 과정인가. 그래서 회사에서 겪는 모든 인간관계는 스트레스의 근원이요,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 된다.

 

L과 C가 근무 시간 중에 멱살을 잡고 뒹굴며 치고받고 싸웠다는 전화를 받은 건 화요일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전화를 한 관리자는 몹시 화가 나 있었다. 이번만큼은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직위해제와 징계 절차를 요청해 왔다. ‘이번만큼은’​ 이라니. 하루 이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소리다.

 

두 직원은 라인현장에서 근무하는 40·50세대였는데,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지는 2년 남짓 되며 그간은 소 닭 보듯 하는 사이였다. 조립라인에 있는 대부분 직원이 그러하듯이 단순동일 업무의 반복이었기에 서로 부딪힐 일도, 영향을 주고받을 만한 일도 없이 그냥 무덤덤한 관계였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얼마 전부터 부쩍 날 선 대화가 오가고 사소한 말다툼이 시작되었는데 언성이 높아지면서 분위기를 흐리자 관리자가 따로 불러 경고를 하기도 여러 차례. 그런데도 둘의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고 전날에도 이미 한 차례 복도에서 멱살다툼을 벌여 주변에 있던 직원들이 달라붙어 뜯어말렸다고 한다.

 

L은 손이 빠르지만, 실수가 잦은 편이었고, C는 꼼꼼하지만, 손이 느린 편이었다. L은 오지랖이 넓고 다혈질에 비흡연자였고 C는 주변 상황에 영향을 잘 받지 않는 느긋한 성격에 골초였다. 먼저 물건을 집어 던지고 주먹을 휘두른 L에 따르면 ‘C가 자주 자리를 비우고 일을 게을리하는 바람에 내 일이 늘어난 것 같아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L의 멱살을 잡아 벽에 밀어붙이고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한 C는 ‘​관리자의 업무지시로 문서 전달이나 기타 잡무를 하느라 자리를 비우는 일이 많았는데, 어느 날부터 L이 걸핏하면 비아냥대고 시비를 걸어왔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말다툼이 폭력사건으로 번지게 된 이유는 단지 그들의 성격이나 업무스타일 차이, 혹은 서로에 대한 오해 때문이었을까? 지난 2년 동안 별 탈 없이 지내왔는데 이제와서 갑자기?

 

사건의 발단은 2달 전 새롭게 부서배치를 받은 H였다. 평소에도 일손이 모자라다며 ‘​누구든 상관없으니 한 명만 더 보내달라’​​고 끊임없이 추가인력을 요구해 온 부서에 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H를 전보 조처했다. H는 새로 맡은 업무가 익숙지 않고 손이 무뎌 실수를 반복했고 돌보던 가족의 건강 상태가 나빠질 때마다 휴가를 내고 수시로 자리를 비우거나 일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다. 사람이 한 명 더 투입되었으니 적어도 1.5배 정도의 속도와 성과를 낼 거라 기대했던 라인은 오히려 자주 덜컹거렸고 검수결과 불량률도 늘었다. 면담을 하며 살펴보니 L에게 C가 눈엣가시가 된 것도 그때부터였다.

 

자동차 운전자라면 사소한 수리를 하러 정비소에 들렀다가 돌아오는 길에 차가 다시 고장 나는 경험을 한 일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정비사에게 속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새로 갈아 넣은 부품 때문에 엔진의 전체 체계에 미묘한 변화가 일어나 다른 낡은 부품들도 조금씩 영향을 받아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맺는 인간관계 또한 하나의 거대한 체계와 같아서 구성하고 있는 하나가 바뀌며 이와 관계되어 있는 다른 이들의 역학관계에도 모두 조금씩 변화가 필요하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자 저명한 작가인 M. 스캇 펙의 저서 <아직도 가야 할 길>에 나온 ‘체계 이론’​의 한 부분이다.

 

‘나 혼자, 혹은 내 주변의(내가 아는) 몇 사람만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착각’​, ‘​내가 하는 일이 이 회사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면서 다른 직원들과 그들의 역할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하지 않거나’​, ‘​내가 보고 들은 것만으로 전체를 판단해 버리는’​ 자아도취에 빠져 위의 사례처럼 관계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심각한 갈등 상황에 직면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자기 생각에만 매몰되어 다른 사람의 사정, 혹은 그들의 역할과 공헌을 무시하거나 제대로 인식하지 못함으로써 생긴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이지만, 비단 두 사람만의 문제라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조직 내 인간관계의 변화에 유기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모두의 문제이기도 하다.

김진 HR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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