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 강조되면서 국내 기업의 동참도 필수가 되었다. 각 기업은 탄소중립 목표를 세우고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홍보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기업의 노력이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비즈한국은 시가총액 기준 상위 30대 기업(2023년 8월 28일 기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교해 국내 기업의 녹색경영 성과를 점검했다.
#28개 기업 총 배출량 2021년보다 8% 감축
정부는 2030년까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따라 기업의 책임감도 커졌다. 산업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메탄 등의 배출량이 상당한 만큼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경제단체들은 국내 기업이 2030년까지 2억 4000만 톤가량의 온실가스를 줄여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은 온실가스 감축에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비즈한국이 시가총액 기준 상위 30대 기업 중 2022년 온실가스 배출량(직접배출(스코프 1)+간접배출(스코프 2))을 공개한 28개 기업의 성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SK하이닉스, 포스코홀딩스, 현대차 등 16개 기업이 202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삼성물산, LG전자, SK이노베이션 등 7개 기업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였다.
반면 삼성전자, 네이버 등 12개 기업은 2020년보다 2022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카카오뱅크 등 7개 기업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혀 감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8개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2년 1억 2436만 6339톤으로, 2020년 1억 3013만 8145톤에서 2021년 1억 3583만 7229톤으로 증가했던 것에서 8%가량 줄었다.
철강산업이 국내 산업부문 중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업종으로 꼽히는 만큼 철강업계 대표 기업인 포스코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상당하다. 포스코는 ‘탄소 다배출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포스코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7018만 5615톤으로, 2020년 7565만 톤보다 7% 줄었고 2021년 7849만 톤과 비교해도 10% 줄었다. 포스코 계열사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0년부터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2020년 227만 1032톤에 달했던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2년 223만 2308톤으로 줄었다. 포스코인터내셔널도 같은 기간 1만 151톤이던 온실가스 배출량을 1917톤으로 감축했다.
SK이노베이션은 3년 연속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에 성공했다. 2020년 1209만 5213톤이던 배출량은 2021년 1121만 482톤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1114만 2941톤으로 감축했다. LG전자 역시 3년 연속 온실가스 배출을 줄였다. 2020년 배출량이 129만 4000톤을 기록했으나 2021년 115만 2000톤, 2022년 92만 7000톤으로 감소했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763만 8465톤이던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1년 763만 8465톤으로 늘었다가 2022년 717만 3550톤으로 감축했다. 삼성전자도 2021년 1740만 톤을 2022년 1505만 3000톤으로 줄였으나 2020년 1480만 6000톤에 비해서는 늘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2030년까지 탈탄소화를 실현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고객사인 애플이 2030년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에 동참하지 않는 협력사는 2027년부터 공급망에서 배제한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2020년, 삼성전자는 2022년 RE100에 가입했다.
#2030년 배출량 40% 감축 “쉽지 않을 것” 전망
2020년과 비교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난 기업도 상당수다.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네이버, 기아 등 12개 기업은 202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SDI, 카카오뱅크, 현대중공업, 삼성SDS 등은 2020년부터 3년 연속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 추이를 보여, 적극적인 감축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150만 1618톤으로 전년(133만 4169톤)보다 12.6%, 2020년(122만 1921톤)보다는 22%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환경지표가 전반적으로 후퇴한 모습을 보였다. 대기오염물질 총배출량은 지난해 29만 6798톤으로 전년(21만7231톤)보다 36% 늘었고, 폐기물 발생량도 15만 3654톤으로 전년(14만 3891톤) 대비 6.8% 확대됐다. 지난해 환경 법규를 위반해 미국 환경보호청으로부터 약 4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기도 했다.
IT기업의 대표주자인 카카오와 네이버의 녹색경영 성과는 엇갈렸다. 카카오는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6만 7391톤으로 2020년(7만 6926톤) 보다 12% 감축했다. 반면 네이버는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8만 8651톤으로 2020년(7만 9907톤)보다 10% 늘었다. IT산업의 경우 서비스 트래픽 증가에 따라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 및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속적 증가하는 구조다. 카카오와 네이버 모두 온실가스 배출량의 대부분이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임대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화 및 저감 노력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년 대비 감소했다. 카카오는 전력 소비가 많은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 개선 노력을 지속하며, 자체 친환경 데이터센터 준공을 통해 환경 영향 저감을 실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단체들은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기업의 역할과 책임이 중요한 만큼 기업의 적극적인 행동을 위한 제재와 정책의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다. 기후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2020년 기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인 만큼 기업의 (탄소중립)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산업계는 탄소중립을 위해 수동적으로 행동하고, 현 분위기를 유지할 경우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 40% 감축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기업의 자발적인 감축 활동을 유도할 수 있는 정부의 지원과 시장 개편 등도 요구되는 상황이다. 기후솔루션 관계자는 “탄소 감축을 직접적으로 실행하는 국내 기업은 제한적이다.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배출량을 상쇄하는 쪽으로 치우쳐 있고, 공정/사업모델 전환 등에서 탄소 감축을 하는 노력은 해외에 비해 충분하지 않다”면서 “기업 경영진의 탄소중립 사업모델 개편에 대한 확고한 의지는 물론이고 탄소 중립을 위한 정부의 기후 기술 R&D 지원, 해외와 비교해 가격이 낮은 탄소배출권 시장의 개편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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