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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그 후] '합의서 논란' SK에코플랜트 자회사 EMC, 노동자 유족과 원만히 합의

'언론에 알리지 말라'는 문구로 입길 올라…전문가 "민간 위탁 구조에선 같은 문제 또 생길 수 있어"

2023.08.30(Wed) 14:15:04

[비즈한국] 노동자 사망 후 급여와 위로금 지급을 빌미로 유족과 노동조합에 ‘언론에 ​사건을 ​일체 언급하지 말 것’을 요구해 논란을 빚은 환경시설관리주식회사(EMC)가 최근 유족과 원만히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보도 직후 EMC는 비즈한국에 “원만한 합의를 위해 논의를 지속하겠다”고 밝혀왔었다. 

 

해당 사건은 마무리가 됐지만, 전문가들은 현재의 민간 위탁 운영방식으로는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환경기초시설은 3년마다 사업장이 바뀌면서 고용주의 책임이 모호해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환경시설관리주식회사(EMC)​는 SK에코플랜트(사진)의 자회사다. 사진=임준선 기자

 

#위탁 사업자 바뀌면서 사업장 책임 주체 모호

 

지난 1월 27일 비즈한국은 마포소각장에서 13년간 근무한 노동자 A 씨가 ​소뇌위축증 판정을 받고 사망하자 EMC가 유족과 노동조합에 ‘언론에 ​사건을 ​일체 언급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관련 기사 [단독] SK에코플랜트 자회사, 노동자 사망하자 "언론 알리면 손해배상" 합의서 논란)

 

보도 이후 EMC는 “당시 A 씨가 고용승계 대상자가 아니었고, 이전 회사에서 발병해 퇴직한 상황이었지만 노동조합의 요청으로 정원 외로 채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고용 의무가 없었음에도 사정을 고려해 채용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EMC가 마포소각장의 공동수탁을 맡은 건 2018년 6월부터인데, A 씨의 병은 2017년 즈음 발병했다.

 

마포소각장은 서울시 산하로 민간 업체가 위탁 운영한다. 위탁 기간 종료 후 새로운 업체가 지정되면 소각장 노동자들의 고용을 새 업체가 승계한다. 이전 위탁 사업자인 한라산업개발주식회사는 2018년 4월 A 씨의 휴직 연장을 허용하는 대신, ‘한라산업개발주식회사가 마포소각장의 운영을 다시 맡게 됐을 때는 퇴직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한다. 이후 한라산업개발주식회사가 아니라 삼중환경기술주식회사와 EMC가 2018년 6월부터 마포소각장을 공동 운영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고용승계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 한라산업개발주식회사 관계자는 “그 당시 일하던 직원을 찾기 어려워 (당시 상황을)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다음 회사로 인수가 됐고, 거기서 (A 씨가) 근무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3년마다 위탁 운영 입찰이 진행되기에 또 운영할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퇴직 합의서 작성을) 한 것 같다. 어쨌든 (다른 업체로) 위탁 운영이 원활히 넘어갔고, ​ (A 씨가)​ 퇴직도 하지 않았다. 고용승계 여부는 새 위탁업체가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환경기초시설을 위탁 운영하는 회사들은 수탁 기관이 바뀌는 과정에서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한다. 한 위탁 회사 관계자는 “고용승계 대상 노동자들의 명단을 이전 회사로부터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인수인계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 (경쟁 회사라) 서로 껄끄러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전 관리자나 노조 등으로부터 (인수인계를) 받을 수 있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3년마다 운영 기관이 바뀌면서 사업장의 책임 주체가 모호해지는 셈이다. 원청인 서울시는 어떤 역할을 할까. 서울시 자원회수시설과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알아보니) 위탁을 맡기면서 별도로 위탁업체의 근무 상황을 파악하지는 않다. 근무 방식이나 고용형태 등에 대해 별도 자료가 ​서울시에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산재 등이 있을 때 보고는 받는다”고 답했다.

 

민간 위탁으로 운영되는 환경기초시설의 노동자들은 원청인 지자체의 역할이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한 관계자는 “매번 담당자가 바뀐다. 사업장 현안을 어느 정도 파악했다 싶으면 담당 공무원이 또 바뀐다. 상황을 전혀 모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 “민간 위탁보단 공공 운영이 적합”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민간 위탁운영 시스템으로는 앞선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최승현 노무법인 삶 공인노무사는 “사업자가 여러 번 바뀌는 경우 마지막 사업자를 산재 사업장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최근 대법원 판례도 그렇다. 산업재해 보험에 대한 책임은 근로복지공단이 주체이기 때문에 사업자가 바뀌었다고 해도 크게 상관없다. 다만 사업자가 계속 바뀌면 안전 보건을 제대로 책임지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특히 소각장 같은 경우 유해 물질이 얼마나 있었는지 등을 제대로 산정하기 어렵다. 이런 곳은 지자체 직영이나 공공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안전에 대한 책임을 다른 사업자에게 떠넘길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박철용 영남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역시 공공 운영 방식이 더 낫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사업자가 자주 바뀌는 노동환경에선 산재가 발생했을 때는 현 사업자가 책임을 지는 구조다. 노동자가 마지막으로 등록된 곳이 대상이다. 억울하더라도 현재 제도가 그렇다. 그러나 운영 주체가 바뀔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며 “​시스템이 문제다. 산재 등 책임 소재뿐 아니라 관리 측면에서도 장기적으로 운영하는 게 효율적이다.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본다. 환경기초시설의 원청은 대부분 지자체지만, 위탁 운영을 하는 경우 지자체가 관여를 잘 하지 않는다. 직영이나 공단 운영 등의 방식을 통해 일관성 있게 운영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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