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중고차 판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헤이딜러가 지난 23~25일 깜짝 이벤트를 실시했다. 2400만~2500만 원에 달하는 기아·벤츠·BMW 중고차 9대를 선착순 990만 원에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것. 23일 이벤트가 시작된 오후 3시에는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 서버가 잠시 멈추기도 했다.
이벤트에 참여한 양 아무개 씨(35)는 “평소에 관심 있던 차량을 1000만 원 넘게 싸게 구매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이벤트에 참여했다. 10초 정도밖에 안 걸렸다고 생각했는데 대기번호가 1000번대가 뜨더라”고 설명했다. 역시 이벤트에 참여한 김 아무개 씨(36)는 “지인이 소개해줘서 시작하자마자 지원했는데 대기번호가 1000번대가 떠서 좌절했다”며 “1000만 원 이상 차익이 발생할 수 있다 보니 알게 모르게 소문이 많이 났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벤츠 등 특정 차량에는 시작 1분여 만에 대기 번호가 9000번대가 뜰 정도로 많은 이들이 지원했다고 한다.
#당근마켓 중고차 거래 급증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중고차 직거래 매물이 증가하면서 당근마켓 이용자와 지역 정비소·전문가를 연결하는 ‘지역 정비소·중고차 전문가 연결’ 기능을 올해 초 오픈했다. 직거래 시 매물 신뢰도가 떨어지는 점을 보완하기 위한 서비스다. 판매자가 차량 번호와 소유자 이름을 등록한 후 ‘정비소 방문 가능’ 또는 ‘전문가 동행 가능’ 여부를 선택하면 중고 당근마켓 게시글에 ‘정비소 또는 전문가 동행 가능’이라는 문구가 파란색으로 표시돼 이용자들에 노출되는 방식이다. ‘전문 정비사’를 선택하면 중고차 전문 검수 업체의 정비사들과 연결, 정비사 동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서비스 점검 비용은 구매자 부담이다.
이 밖에도 당근마켓은 유사한 년식/거리 매물의 가격대를 함께 볼 수 있도록 공유해 중고차 직거래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중고차 직거래 게시글 작성자가 2~3배 증가한데 이어 올해 1분기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4.5배까지 늘어나자 이를 더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중고차 거래는 엔카 등 대형 플랫폼을 통해 이뤄지는 게 맞지만 직거래에 한해서는 당근마켓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며 “직거래의 한계를 플랫폼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보완하려 하는 것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레몬 마켓이 ‘블루오션’ 되나
중고차 시장은 전형적인 레몬마켓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판매자와 구매자의 정보 불균형으로 발생하는 문제가 적지 않기 때문. 하지만 시장의 규모는 매력적이다. 국내 중고차 거래 규모는 1년에 약 380만 대로 거래금액만 30조 원에 달한다. 신차 판매 평균 금액이 상승하는 만큼 중고차 시장 규모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현대차·기아의 인증 중고차 시장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가고, 당근마켓이나 헤이딜러 등 관련 플랫폼 기업들이 이벤트나 서비스를 시도하는 것이 이 시장의 매력을 보여준다는 평이 나온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안에 인증중고차 사업 개시를 목표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기아는 출시 5년 이내 주행거리 10만 km 이하 자사 차량만을 대상으로 철저한 품질 테스트를 거쳐 검증된 차만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법인으로 운용된 차량들을 우선 매입해 검증 후 판매한다는 계획인데, 다음 달 안에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 등록을 마치기 위해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한다. 일정에 맞춰 움직이기 위해 금융감독원 대출모집인 등록과 할부금융사 약정체결을 마친다는 것이다.
#중고차 시장 변화 시작될까
비록 제한적으로 허용되지만 현대·기아차의 시장 진출과 다양한 플랫폼 업체들의 서비스 확대가 ‘레몬마켓’인 중고차 판매업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에는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들이 발을 디딜 수 없었지만 정보 비대칭성을 해결하는 방식의 사업들이 판매자·구매자 모두에게 ‘윈윈(win-win)’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관련 스타트업 관계자는 “SK그룹은 사업 확대에 제약이 커지자 중고차 거래 플랫폼 SK엔카를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처분했는데, 최근 기조는 중고차 시장에도 자본과 기술이 들어와 수년 전과는 분명 다른 변화가 시작된 분위기”라며 “중고차 가격은 수백만 원에서 수억 원까지 다양한데, 구매자가 원하는 ‘신뢰할 수 있는 거래’를 서비스하고 대신 가격을 조금 더 높게 받겠다고 하는 기업들 간의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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