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다크앤다커’를 두고 벌어진 넥슨코리아와 아이언메이스의 싸움에 크래프톤이 끼어들었다. 무단 유출 의혹으로 소송이 진행 중인 다크앤다커의 지식재산권(IP) 라이선스를 ‘깜짝’ 계약한 것. 효자 게임 ‘배틀그라운드’ 외에 히트작 IP가 필요한 크래프톤이 과연 다크앤다커를 어떻게 활용할지 주목된다.
지난 24일 크래프톤이 아이언메이스와 다크앤다커 IP의 모바일 게임에 대한 글로벌 라이선스를 독점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크래프톤은 “자사 독립 스튜디오인 블루홀스튜디오(블루홀)가 개발 중인 신규 모바일 게임에 다크앤다커 IP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갑작스러운 크래프톤의 IP 계약 발표에 업계 안팎에선 놀랍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다크앤다커가 논란의 중심에 있기 때문.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던전을 탐험하는 PC 게임인 다크앤다커는 2022년 9월 테스트 공개만으로 국내외에서 호평받았다.
순조롭게 인기몰이를 하던 다크앤다커에 올 초 넥슨코리아의 미공개 프로젝트 ‘P3’의 유출된 자료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아이언메이스와 넥슨코리아가 소송전에 돌입하면서 다크앤다커는 국내 출시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다만 최근 ‘채프게임즈(Chafgames)’ 등의 플랫폼을 통해 해외 서비스는 재개된 상황. 다크앤다커의 국내 서비스 여부는 7월 19일 심리 종결한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정해질 전망이다.
이처럼 원작이 자료 유출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데다 국내 서비스 여부도 불투명한 마당에, 크래프톤이 다크앤다커의 모바일 IP 확보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크래프톤은 IP 라이선스 계약을 한 이유로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개척한 원작 IP”라며 “국내외 유사한 게임에게 자리를 뺏길 수 있어 원작 IP 활용과 확장에 대해 협의했다”라고 밝혔다. 즉 다크앤다커가 해외 이용자에게 큰 인기를 끌며 흥행을 담보한 작품으로 꼽히는 만큼, 유사 게임이 나올 수 있어 활용 가능한 IP부터 일단 확보했다는 얘기다.
소송전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임우열 크래프톤 퍼블리싱 수석 본부장은 “향후에 나올 사법적 판단을 제삼자로서 지켜보고 존중할 것”이라며 “이와 별개로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원작 IP의 생명력이 계속 이어지길 희망한다”라고 전했다. 크래프톤은 모바일 플랫폼에 한정해 다크앤다커 IP 라이선스를 사용하며, 구체적인 활용 방안은 공개하지 않았다.
크래프톤은 해외에서 통할 만한 인기 IP를 선점하고자 논란을 감수하고 다크앤다커 라이선스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크래프톤은 산하에 10개 독립 스튜디오를 두고 이들이 개발한 게임 19개를 서비스하고 있다. 대표 IP는 펍지가 개발한 배틀그라운드다. ‘서브노티카(언노운월즈)’ ‘칼리스토 프로토콜(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 등의 IP도 있지만 배틀그라운드의 명성에는 미치지 못한다.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배틀그라운드는 전 세계 200여 국가에 서비스 중이다. 크래프톤의 매출 비중도 95%가 해외 시장에서 발생한다.
흥미로운 건 크래프톤이 블루홀에서 만들 신규 모바일 게임에 다크앤다커 IP를 활용하려 한다는 점이다. 블루홀은 크래프톤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 스튜디오다. 흥행 실패, 신작 부재, 장기간 적자로 인해 자본잠식에 빠져 크래프톤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 블루홀은 대형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테라’ ‘엘리온’을 개발한 곳으로, 현재 크래프톤에서 서비스 중인 게임 중 블루홀 작품은 없다. 테라는 2022년 6월 서비스 종료했고, 엘리온(서비스 카카오게임즈)은 출시 2년 만인 지난 3월 종료했다.
한편에선 이러한 상황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블루홀은 2006년부터 2014년까지 8년여에 걸쳐 엔씨소프트와 영업비밀 유출로 인한 소송전을 벌였다.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3’ 개발에 참여한 직원들이 게임 정보를 들고 블루홀로 이직해 테라 개발에 참여했는데, 법원은 블루홀 측이 영업 비밀을 유출했다고 판단했다. 그때 사건이 이번 P3-다크앤다커 분쟁과 흡사하다는 점에서 크래프톤의 행보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
그렇다면 크래프톤이 법적 분쟁이 끝나지 않은 다크앤다커의 IP를 활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까. 국내 게임법 전문가인 이철우 변호사는 “엔씨소프트-웹젠 소송에서 법원은 ‘리니지M’의 구성요소를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넥슨코리아의 P3는 미출시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저작물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이 변호사는 “크래프톤이 다크앤다커 IP에 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 자체가 저작권법을 위반할 가능성은 작다. 다만 IP를 활용한 게임이 P3의 에셋(게임 제작에 필요한 요소) 등을 활용할 경우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라며 “법리적 판단과 별개로 크래프톤 또한 배틀그라운드 표절 게임으로 고충을 겪고 소송을 제기해왔다는 점에서, 크래프톤의 행보가 실망스럽게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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