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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중심" 표방한 윤석열 정부에 '불만족' 쏟아진 까닭

자영업자에 각종 대출 지원 내놨지만 저금리 실감 못 해…과반수 "정부 기조, 대기업 친향적"

2023.08.24(Thu) 18:13:05

[비즈한국] “중소벤처기업이 경제의 중심에 서는 나라를 만들겠다.”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120대 국정과제 중 하나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중소기업의 미래가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 “중소기업을 살리는 길이 경제를 살리는 길”이라고도 내걸었다. 하지만 최근 중소기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영세·중소기업은 윤 정부 출범 이후 기대보다 실망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중소상인, 자영업자, 시민단체 등이 모여 가계부담 긴급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후 난방비 등으로 힘든 서민을 표현했다. 사진=연합뉴스


#“지원 정책 만족” 10곳 중 3곳 불과

 

지난 1년간 정부의 지원책에 만족한 중소기업은 10곳 중 3곳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권리보호를 위한 재단법인 경청이 발표한 2023 중소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1013곳 중 70.3%가 현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 및 지원 정책에 ‘불만족한다’고 답했다. 이는 전 정부의 정책 만족도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2022년 조사에서 영세·중소기업의 53.4%가 문재인 정권에서의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설문 대상은 연 매출 1억 원 이상의 중소기업으로, 종사자 수 1~4인이나 연 매출 1억~5억 미만의 영세업체도 포함됐다. 

 

불만족 답변은 업종(도소매업·​숙박업·​제조업 등 10종)이나 기업 규모(중기업·​소기업)에 상관없이 ‘만족’보다 높았다. 2022년 조사에선 영세·중소기업 63.4%가 윤 정부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육성·지원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했는데, 1년 만에 분위기가 달라진 것.

 

설문에 참여한 영세·중소기업은 정부의 육성 및 지원책에 불만족한 이유로 ‘전반적인 중소기업 지원 부족(23.8%)’을 가장 많이 꼽았다. ‘중소기업 중심의 정책 부족(5.1%)’ ‘소상공인 지원 정책 부족(2.7%)’ 등 유사한 답변도 적지 않았다.

 

그렇다면 현 정부는 어떤 정책을 펼쳤을까. 윤석열 정부가 1년간 시행한 정책과 조사결과를 비교해보니 현장에서 느끼는 괴리감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고물가, 원자재 부족 등 외부요인으로 인해 영세·자영업자의 영업 환경이 악화한 것도 한몫했다. 

 

윤 정부는 출범 직후인 5월 373만 개 영세·중소기업에 22조 6280억 원의 손실보전금을 지급했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중 최대 규모다.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소상공인이 입은 경영 손실에도 8조 2000억 원을 개별 지원했다. 특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채 부담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2022년 7월과 9월에는 9조 7000억 원 규모의 저금리 대환대출·보증을 지원하고, 2022년 10월부턴 채무 감면·상환일 연기 등의 채무 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을 시행했다.

 

정부는 2022년 8월 ‘새 정부 소상공인·자영업 정책 방향’도 발표했다.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손실을 보전하고, 장기적으로는 시장 경쟁력을 키운다는 방안이었다. 단기안에는 채무조정, 공제 혜택 확대, 58조 원 규모의 신규·대환대출 공급이 담겼고, 중·​장기안에는 지능형·​디지털 인프라 확대, 투자모델 확대, 로컬 상권 조성 등이 포함됐다.

 

윤석열 정부는 공약에 따라 2022년 9월 대·중소기업 상생 특별위원회를 출범해 약 100일 후 종료했지만 실질적인 대안을 내진 못했다. 사진=연합뉴스


#절반 이상 정부 기조 ​대기업 친화적

 

하지만 현장에선 정책의 효과를 체감하지 못했다. 실태조사에서 영세·중소기업은 정부에 바라는 육성·지원책을 ‘저금리 대출(18.1%)’과 ‘세금 감면(14.2%)’ ‘자금 지원(10.0%)’ 순으로 꼽았다. 정부가 저금리 대출 위주의 지원책을 냈는데도 2022년 조사 결과(저금리 지원 15.6%, 세제 지원 14.7%)와 큰 차이가 없었다.

 

이 같은 결과는 중소기업·자영업자 등의 대출 규모가 대환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커진 탓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1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부채비율은 106.6%로 전 분기(106.1%) 대비 늘었다. 같은 기간 대기업(89.4%→92.6%)도 부채비율이 늘었지만 중소기업보다 낮았다. 

 

자영업자의 부채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1분기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33조 7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906조 7000억 원) 대비 7.6%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었다. 참여연대는 이를 “자영업자 대출이 양적·질적으로 악화한 이유는 국가와 사회가 감염병 예방 비용을 자영업자에게 전가했기 때문”이라며 “과잉 대출 폭탄을 떠안은 자영업자가 엔데믹이 와도 손실을 메우지 못했다”라고 분석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해소 방안도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윤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대·중소기업 상생위원회(상생특별위원회)는 2022년 9월 출범해 불과 3개월 만인 12월 활동을 종료했다. 상생특위는 온라인 플랫폼 및 프랜차이즈 상생, 납품단가 문제, 상생협력 문화 등의 방안을 냈지만 실질적인 대책은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실제로 영세·중소기업은 윤 정부가 대기업에 편향적이라고 느낀다고 답했다. 실태조사에서 영세·중소기업 중 절반이 넘는 56.2%가 현 정부의 기업 정책 기조가 ‘대기업 친화적’이라고 답했다. ‘편향적이지 않음’은 30.1%, ‘​중소기업 친화적’​은 고작 13.8%에 그쳤다. 기업은 정부가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도 ‘대기업-중소기업 양극화 해소(48.1%)’를 가장 많이 꼽았다.

 

다만 업계는 납품 대금 연동제(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납품 대금에 반영하는 제도)가 담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기대를 걸고 있다. 개정안에 따라 9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에 대·중소기업 간 수·위탁거래에서 생기는 분쟁을 조정하는 협의회가 생기고, 10월부터 납품 대금 연동제를 실시한다. 

 

국정과제 중 하나인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및 아이디어 탈취 근절도 갈 길이 멀다. 중기부는 피해 기업을 위한 신고센터 운영, 기술자료 등록 시스템 제공, 보험 지원 사업 등을 하고 있지만 피해는 이어졌다. 올해도 LG생활건강, 롯데헬스케어, 카카오 등 대기업의 기술 탈취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박성수 재단법인 경청 팀장은 “기술 탈취 피해를 본 중소기업은 손해배상 소송에서 증거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라며 “다행히 국회에서 공감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행정조사 자료를 재판에서 증거로 제출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돼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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