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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남대문시장 고도제한 완화에도 상인들 '뜨뜻미지근' 왜?

"주차장·화장실 등 시설 개선이 우선"…소유관계 복잡하고 상인들 결속력 느슨, 재정비 쉽지 않을 것

2023.08.23(Wed) 17:51:49

[비즈한국] 서울시가 숭례문으로 인해 남대문시장에 적용됐던 건축물 높이 관련 문화재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시는 국가지정문화재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건축행위 등에 관한 허용기준 조정안을 마련해 9월 7일까지 의견을 받는다. 규제기관인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통과할 경우 현재 최고 3층인 높이 제한이 풀려 남대문시장 재정비사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하지만 복잡한 소유관계, 상인 간 느슨한 결속력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방문한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의 모습. 사진=김초영 기자

 

#“고도규제 완화가 무슨 소용…시설 현대화가 우선”

 

22일 만난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남대문시장 고도제한 완화가 시장 활성화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식당을 운영하는 A 씨는 “주변 가게 한 곳만 공사해도 장사에 지장이 가는데, 상가를 더 짓는다는 데 찬성하는 상인이 있겠나. 우리들은 먹고사는 생계가 걸린 문제다. 대책 부지는 비슷한 조건으로 마련돼야 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적지 않아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구점 주인 B 씨도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건물이 1층이든 50층이든 손님만 많이 오면 된다. 그런데 우리 라인만 해도 이미 빈 점포가 많은 데다 손님들이 인터넷으로 최저가를 찾아 주문하는 경우가 많아 발주를 거의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남아 있는 물건들 때문에 장사를 이어 가고 있는 상황인데 건물을 높이는 방안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생겨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언젠가는 재정비를 해야겠지만 상인 대부분 나이가 많은 데다 재정비 이후 같은 자리에서 계속 장사를 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으니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상인들은 캐노피를 설치하고 주차공간을 확보하는 등 시설 현대화가 건물 증축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남대문시장은 주차시설이 없어 주차 관련 민원이 꾸준히 발생해왔다. A 씨는 “오늘도 비가 오니 거리에 손님이 없지 않나. 다른 전통시장처럼 캐노피를 설치하면 좋은데 상인들은 본인 돈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는 사업에는 나서지 않으려고 한다. 지자체에서 지원을 100% 해주지 않는 이상 진척이 더디다”며 “전에도 개별 상인들이 반대하는 바람에 진행되지 않은 적이 많다. 주차장 이야기도 20년 전부터 나왔는데 아직도 안 되지 않나. 서울시에서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시설 보강에 솔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사를 운영하는 C 씨도 “주차장 문제를 해결해주면 좋겠다. 바로 앞에 있는 부지를 사람도 다니지 않는 공원으로 만든 것이 의아하다. 차라리 주차장으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말했다. 옷 가게를 운영하는 D 씨는 “손님들이 가게에 들어와 화장실을 많이 물어보더라. 화장실을 찾기 어려워 지하철역까지 간다고 하더라. 길이 복잡한 데다 상가도 많으니 찾기 어려워하는 것 같다. 화장실을 눈에 띄는 곳으로 옮기고 수도 늘리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이해관계 복잡, 재정비사업 갑자기 속도 붙기는 어려울 것”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복잡한 소유관계와 상인 간 느슨한 결속력 등으로 재정비사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남대문시장은 1970년대부터 재개발 논의 등이 이뤄졌지만 점포주와 세입자 등 이해당사자들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번번이 계획이 무산된 바 있다. 식당 주인 A 씨는 “지금 있는 2~3평(6.6~9.9㎡)짜리 3층을 올리는 것도 어려웠는데 17층까지 올리는 것이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 2~3평 단위로 땅 주인이 있어서 과거 삼성 등 대기업에서도 재개발에 나섰다가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포기했다”라고 밝혔다. 

 

문구점 주인 B 씨는 “이곳은 보유 면적이 10평(33㎡​)도 안 되는 지주부터 100평(330㎡​)이 넘는 지주까지 있어서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주차 시설이 생기면 손님이 느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도 상인 간 단합이 되지 않아 아직 주차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며 “조금씩만 양보하면 상황이 나아지겠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점포가 1만 개가 넘어 이해관계에 따라 재정비사업을 반대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상사를 운영하는 C 씨도 “건물이 올라가면 좋겠지만 어렵다고 본다. 가게마다 건물주가 다른 데다 상가 아래만 해도 주인이 수백 명에 달한다. 한 명이라도 동의를 안 하면 진행이 안 되지 않나. 남대문시장은 일반 아파트 재정비하듯이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건물 자체도 일제시대 때 지어져서 안전진단에서 매번 E 등급을 받는데 건물주가 많아서 의견 수렴이 잘 안된다. 우리 가게 반절만 한 가게에 땅 주인이 8명인 곳도 있다. 재정비사업에 갑자기 속도가 붙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남대문시장은 고도제한이 완화되더라도 편의시설이 생기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남대문시장에 아케이드가 없다. 2년 전 관련 사업에 선정돼 현재 중구청과 설계 작업을 하고 있다”며 “주차 시설은 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 국가 혹은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을 해주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 “경제 논리로만 접근하는 태도 지양해야”

 

서울시가 추진하는 조정안의 핵심은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건축행위 허용기준에서 2구역으로 설정된 숭례문에서 40~100m 떨어진 남대문시장을 3구역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3구역은 관련법을 준수하는 범위에서 2구역보다는 건물을 좀 더 높게 올릴 수 있다. 숭례문 높이가 19m인 점을 고려하면 조정안에 따라 3구역으로 바뀌는 남대문시장은 건축물 최고 높이가 10~17층(39~69m) 수준까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는 “문화재의 유형·특성과 개별 문화재의 입지·지역 여건 등을 반영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을 합리적으로 관리·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국보 1호 숭례문(사진)으로 인해 남대문시장에 적용된 건축물 높이 관련 문화재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김초영 기자

 

서울시는 이번 조정안이 서울형 건축혁신안의 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서울형 건축혁신 전통시장 종합계획에 따르면 시는 남대문, 동대문, 마장축산물시장 및 일대 등 낙후된 전통시장을 건축혁신을 통해 지역 랜드마크로 만든다. 시 관계자는 “조정안은 10월 심의를 목표로 의견 수렴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개발이 더뎠던 남대문시장 일부를 주변과 형평성을 맞추자는 차원에서 검토하게 됐다”고 밝혔다.

 

재정비사업에 앞서 남대문시장의 역사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우려를 인지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사업 윤곽이 나오지 않아 아직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영국은 오래된 중저층 시장들도 활성화되어 있다. 오래된 시장과 건물의 가치를 가볍게 여겨 경제적인 논리로만 접근하는 경우가 많은데, 중장기적으로 보면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는 게 더 바람직할 수도 있다”고 제언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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