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의 행보를 두고도 뒷말이 나온다.
국토부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친 당초 안이 아니라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변경안을 최적노선으로 밀고 있는데, 이 경우 사업비가 예타안보다 1000억 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국토부가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와 사업비 증액에 대해 모종의 협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돼왔다. 지금까지 기재부는 타당성 조사가 끝나기 전에는 기재부에서 협의할 사안이 없다고 밝혀왔다.
그런데 비즈한국이 입수한 ‘한국도로공사 출장계획’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1월 3일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실무를 진행하는 한국도로공사와 관련 ‘업무 협의’를 진행했다(관련 기사 [단독] 국토부, 양평고속도로 관련 회의 “한 달에 1~2회”라더니 ‘일주일에 한 번꼴’).
#협의할 단계 아니라면서 도공과는 왜 만났나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추경호 기재부 장관은 서울~양평고속도로 변경안과 관련해 기재부가 관련 부처와 협의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양평고속도로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끝난 후 종점안이 변경됐는데, 이에 관해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를 서영교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묻자 추 장관은 이렇게 답했다. “관련 법령이나 규정에 의하면 예타를 마치고 관계부서에서 타당성 조사까지 마친 후 예타와 타당성 조사 사이 결과 간에 차이가 있는 부분 등에 관해서 기재부와 협의를 하게 돼 있기 때문에 타당성 조사가 진행되는 이 상태는 기재부와 협의할 상황이 아니다.” 타당성 조사가 끝나기 전에는 기재부와 논의할 부분이 없다는 설명이다.
앞서 이날 오전 기재부는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과 관련해 논의 과정을 묻는 서영교 의원실의 질의에도 “서울~양평고속도로는 타당성 조사 후 국토부가 요청하는 경우 총사업비 협의를 하게 됩니다”고 서면 답변을 회신했다.
그런데 비즈한국 취재 결과, 기획재정부는 지난 1월 3일 서울~양평고속도로와 관련한 내용을 한국도로공사와 협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즈한국이 입수한 ‘한국도로공사 출장계획’에 따르면 한국도로공사는 2023년 1월 3일 기획재정부에서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협의를 진행했다. 출장계획에는 ‘서울~양평고속도로 타당성평가와 관련해 업무협의’를 한다고 적혀 있다. 당시는 예비타당성 조사 종료 후 타당성 조사가 진행되던 시점으로, 양평군이 3개 노선안을 국토부에 회신한 이후다.
기재부와 도공의 업무협의일로부터 약 2주가 지난 1월 16일, 국토부는 12개 공공기관에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2차 관계기관 협의 공문을 발송했다. 이날 발송한 국토부 공문에는 강상면안만이 노선으로 명시됐다. 6개월 전인 2022년 7월 18일 발송된 1차 관계기관 협의 공문에는 예타안만이 명시돼 있었다. 이 때문에 1월 3일 기재부와 도공의 업무협의가 사업비 증액에 대한 협의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비즈한국은 기재부에 관련 내용을 문의했다. 24일 기재부 대변인실에 ‘예타 후 (국토부 등 유관기관과) 협의가 있었는지’를 묻자 “예타 후 기재부에서 국토부로 넘겼는데, 국토부에서 사업을 변경한 것이다. 사업 변경 시 국토부 자체적으로 타당성 조사를 하고, 그게 끝나고 나서 기재부 총사업비관리과로 넘긴다. 그때부터 협의가 시작된다. 국토부가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는 중에는 (기재부와) 협의할 필요도 없고 권한도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기자가 “그렇다면 1월 3일 도로공사와 업무협의는 왜 진행했느냐”고 다시 묻자 대변인실 관계자는 “관계부서에 확인해보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다음날인 25일 대변인실 관계자는 “관계부서에 확인해보니, 거기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한다. 한국도로공사에서 누굴 만났는지 모르겠다. 도로공사에 확인하라”고 말을 돌렸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출장을 간 건 맞지만 만나기로 한 (기재부) 사무관이 갑자기 일이 생겨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양평고속도로뿐 아니라 여러 사업 설계 현황을 공유하는 차원에서 간 것이다. 이후에 기재부와 연락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다만 “기재부 사무관과 만나기로 미리 약속을 한 것은 맞다”고 했다.
#전 양평군 의원 “예산 늘어나면 고속도로 안 해준다고 했었다”
2022년 11월 작성된 서울~양평고속도로 타당성 조사 사업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본래 예타안의 총사업비는 1조 7695억 원이었으나 변경된 최적안(강상면 종점)의 사업비는 2조 590억 원에 이른다. 사업비가 무려 2895억 원이나 증가하는데, 국토부가 기재부와 사전 협의 없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두고도 의문을 제기된다. 서울~양평고속도로는 비용 때문에 추진이 어려웠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최초 추진하던 2008년 당시 서울~양평고속도로는 수익성 부족 등의 이유로 반려된 바 있다. 양평군 일부 관계자들은 서울~양평고속도로 추진 과정에서 비용이 큰 걸림돌이 됐다고 증언했다. 송요찬 전 양평군의원은 “예타가 통과된 후 비공식 회의에서 양평군 담당 국장이 강상면 쪽으로 종점을 놓게 되면, 양평 시내 교통도 마비되고 다리도 더 놓아야 해서 1000억에서 1500억 원이 더 들기 때문에 예산 문제로 절대 (승인을) 안 해줄 거라고 했다. 당시엔 강상면 종점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예산이 제일 문제였다. 그런데 그때는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갑자기 말을 바꿨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번 양평고속도로 사례처럼 예타 이후 사업비용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할 경우에는 담당 부처가 기재부와 협의하고 심사를 받게 돼 있다. 2018년 감사원은 ‘재정지출 효율화 및 주요 재정사업 추진실태’ 감사보고서를 통해 도로 노선 변경 시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를 지연해 설계비를 낭비했다며 국토부 장관에게 주의 조치를 주기도 했다. 감사원은 이 보고서에 “예비타당성 조사 완료 후 기본설계 또는 실시설계 과정에서 ‘전체 노선의 3분의 1 이상이 변경’되는 경우와 같이 사업비용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할 수 있는 사정이 발생한 때에는 해당 사업을 관리·감독하는 중앙관서는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통해 노선 변경의 적정성에 대한 심사를 받도록 되어 있다”고 명시했다.
한편 국토부는 종점 변경으로 인한 비용 증가에 대해 7월 7일 “종점 변경으로 인한 증액은 총 사업비의 0.8% 수준인 140억 원으로, 일각에서 주장하는 증액 비용 약 1000억 원 이상은 종점 변경과 관계없는 시점부(하남시) 증액 비용 820억 원까지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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