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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만 터져도 성공' 건강기능식품 성장세 꺾여도 기업 진출 꺾이지 않는 까닭

낮은 진입장벽·투자 가치 높아 제약·화장품·유통·식품업계까지 진출…전문가 "계속 확대될 것"

2023.08.23(Wed) 16:20:28

[비즈한국] 최근 기업의 미래 먹거리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업 중 하나가 건강기능식품(건기식) 분야다. 화장품, 식품, 유통업계까지 저마다 건기식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한다. 하지만 과다 경쟁으로 시장에서 제대로 된 실적을 내는 기업은 손에 꼽히는 상황. 그럼에도 업계 전문가들은 건기식 시장이 기업에게 놓치기 싫은 기회로 여겨진다고 설명한다.

 

2019년 4조 8936억 원이던 건기식 시장은 지난해 6조 원 규모를 넘어섰다.

 

#원가 부담 적고 진입장벽 낮아…화장품, 식품, 유통업계 앞다퉈 진출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는 지난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가 6조 1429억 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산한다. 2019년 4조 8936억 원이던 시장이 3년 만에 25%가량의 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겪으며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건기식 시장도 계속해서 성장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건기식 시장을 눈여겨보는 기업도 늘고 있다. 제약사는 물론 유통, 화장품, 식품업계까지 앞다퉈 건기식 시장에 진출하는 분위기다. 종근당, 유한건강생활 등을 비롯해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도 건기식을 내놓았고 빙그레, 웅진식품, hy 등의 식품업계도 진출했다.

 

최근에는 현대백화점그룹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네슬레 헬스케어·바이오 계열사 네슬레 헬스사이언스와 전략적 업무 제휴 협약을 체결하고 건기식 브랜드의 국내 독점 유통 계약을 맺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2021년 그룹 50주년을 맞아 발표한 비전 2030에서 헬스케어·바이오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 때 가장 많이 팔린 상품 중 하나가 건강기능식품이다. 건강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고 투자하는 사람들은 건기식 구입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기업에겐 매력적인 시장으로 비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가 부담이 적고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도 기업 진출이 이어지는 이유 중 하나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건기식은 투자에 비해 보상이 큰 사업이다. 원가 부담이 적고,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이라 제조에 어려움이 없다. 건강기능식품 허가 과정도 간단해 진입장벽이 낮다”고 말했다.

 

제약사, 화장품, 식품, 유통업계 등 다양한 업체들이 건기식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헬스케어·바이오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건기식 시장 포화에 성장세도 한풀 꺾였지만 “당장 수익 안 나도 키울만한 사업”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성과를 내는 기업은 많지 않다. 너무 많은 기업이 진출해 시장이 포화상태가 된 데다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마저 위축됐기 때문이다. 최근 2~3년간 급성장했던 건기식 시장의 성장세도 한풀 꺾인 모습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식품안전정보원이 발표한 2022년 국내 식품산업 생산실적에 따르면 건기식 업체의 전년 대비 성장률은 2021년 16.9%였으나 지난해에는 –1.3%로 꺾였다. 2010년 이후 건기식 시장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비즈한국이 생산액 기준 건기식 시장 상위 10개 업체(한국인삼공사, 콜마비앤에이치, 노바렉스, 서흥, hy, 코스맥스바이오, 종근당건강, 코스맥스엔비티, 알피바이오,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실적을 전년도와 비교한 결과, 10개 기업 중 8개 기업은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영업이익이 확대된 곳은 hy와 알피바이오, 두 곳뿐이다. 

 

생산액 기준 건기식 시장 1위 업체로 꼽히는 한국인삼공사는 지난해 매출이 1조 3961억 원으로 전년(1조 3778억 원)보다 1.3%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202억 원에서 742억 원으로 38% 줄었다. 콜마비앤에이치는 지난해 매출액이 5759억 원으로 2021년(5930억 원)보다 2.9%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611억 원으로 전년(916억 원)보다 33% 감소세를 보였다. 

 

종근당건강 등 건기식 상위 10개 업체 중 8개 기업이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감소했다. 사진=비즈한국 DB

 

노바렉스는 2021년 2788억 원이던 매출액이 지난해 2817억 원으로 소폭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300억 원에서 252억 원으로 줄었다. 종근당건강도 수익성이 악화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매출이 5450억 원으로 2021년 6155억 원보다 11.5% 줄었고, 영업이익은 2021년 353억 원 흑자에서 지난해 295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건기식 시장 터줏대감들의 실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신생 업체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코스매틱 브랜드 클리오는 2020년 자회사 클리오라이프케어를 설립하고 건기식 사업에 뛰어들었다. 화장품 유통망을 활용해 건기식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지였으나 아직 성과를 내지 못했다. 클리오라이프케어는 2020년 2300만 원이던 순손실이 2021년 6억 2000만 원으로 커졌고, 지난해에는 11억 8000만 원으로 확대됐다. 

 

빙그레도 사업 다각화를 위해 뛰어든 건기식 시장에서 지지부진하다. 빙그레는 2019년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TFT’를 출범하며 건기식 사업을 시작했다. 2030 여성 고객을 타깃으로 한 하위 브랜드 ‘비바시티’ 등을 선보였으나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자 일부 제품은 단종했다. 빙그레 관계자는 “현재 건기식 부문에서 큰 수익이 나고 매출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상황인 만큼 단기적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지켜보며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기업들이 당장 실적을 내지 못해도 계속해서 건기식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종우 교수는 “현재 건기식은 제품력보다 마케팅에 의해 성패가 갈리는 시장”이라며 “원가, 투자 비용이 적다 보니 제품 하나만 성공해도 그로 인한 수익이 상당하다. 게다가 소비자들의 건기식에 대한 선호도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이니, 바로 수익을 내진 못하더라도 일단 시장에는 진출해볼 만하다. 기업은 계속해서 건기식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보이며, 이 때문에 시장 난립도 우려된다”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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