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무신사 ‘솔드아웃(soldout)’이 온라인 암표 거래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산 신규 티켓 서비스를 출시 40여 일 만에 접는다. 이 서비스는 지난달 초 오픈되자마자 업계 안팎에서 논란이 됐다. 그동안 티켓을 되파는 행위(리셀)가 소셜미디어(SNS) 플랫폼 등에서 개인 간 직거래를 통해 이뤄졌던 만큼 사기 거래가 줄어들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지만, 오히려 고가 암표나 사재기가 정당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거셌다.
솔드아웃이 공연산업계의 지적을 받아들이면서 논란은 한풀 가라앉은 모양새다. 하지만 네이버 크림(Kream) 역시 시장 진출 채비에 나서고 있어 앞으로도 티켓 리셀에 대한 갑론을박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솔드아웃은 이용자 공지를 통해 개인 간 거래(C2C) 카테고리 중 티켓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솔드아웃은 무신사가 2년 전 분사한 자회사 에스엘디티의 한정판 리셀 플랫폼이다. 이번 결정은 서비스 출시 43일 만에 나왔다. 서비스 공식 종료일은 9월 16일이지만 이미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얼마 전까지 싸이 흠뻑쇼, 인기 내한 공연 등의 티켓이 판매됐던 것과 달리 지금은 거래가 뚝 끊겼다. 발표 6일 후인 22일 솔드아웃 애플리케이션의 티켓 거래 페이지에는 스포츠와 콘서트 분야 모두 판매되는 상품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안전 거래’ 내세웠지만 ‘암표 조장’ 거센 비판에 부딪혀
솔드아웃은 7월 4일 해당 서비스를 선보인 후 “암표 거래를 조장한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운동화, 의류, 스마트 기기 등 한정판 상품의 개인 간 거래를 중개해온 솔드아웃은 콘서트, 뮤지컬 등 공연 티켓 영역으로 사업 폭을 확장했다. 티켓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가 노출되거나 사기 거래가 이뤄지는 문제를 해소해 안전한 거래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였다.
현재 공연 티켓이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는 곳은 얼마 전 엑스(X)로 이름을 바꾼 트위터다. ‘티켓’, ‘아옮(아이디 옮기기, 거래 티켓의 소유자를 바꾸는 것)’ 등 주요 키워드만 검색해도 새 판매 글이 수초마다 올라온다. 티켓은 신고를 피하기 위해 정확한 좌석번호가 아닌 구역과 좌석 열 정도만 공개되고 주로 익명으로 거래된다. 관행적으로 ‘인증’을 위해 개인 신상을 밝히기도 하지만 위조티켓, 개인정보 노출 우려는 피할 수 없다.
솔드아웃이 선보인 서비스는 기존 거래 방식의 불편함과 문제점을 모두 개선한 것이 핵심이었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 희망하는 가격을 입찰한 뒤 거래가 체결되면 플랫폼이 중개를 하는 형태라 정보가 노출될 일이 없고 입장 시 본인 신분 확인이 필요한 티켓은 거래가 불가능하다. 예매 내역이 아닌 판매 당사자가 소유한 실물 티켓으로만 거래에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실제 이용 가능한 티켓인지 확인하는 검수 서비스도 적용했다.
하지만 거래 환경 개선과 별개로 매물로 나온 티켓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면서 비판이 일었다. 정가 14만 3000원~13만 2000원인 싸이 흠뻑쇼 수원 티켓은 한때 두 장에 즉시구매가 49만 원으로 올라왔고, 공식 예매처에서 9만 9000원에 판매된 가수 권진아의 공연 티켓은 정가의 3배가 넘는 30만 원에 매물로 나왔다.
솔드아웃은 업계 1위 네이버 크림보다 한발 앞서 티켓 거래 서비스를 내놓았다. 하지만 곧바로 질타가 쏟아졌다. 기존에도 티켓베이와 같은 티켓 전문 리셀 플랫폼이나 티케팅 대리 업체가 있었지만 1000만 회원을 보유한 무신사가 암표 시장을 양지로 끌어올리려 한다는 점에서 거부감이 컸다.
가장 크게 반발한 건 공연산업계다. 거래하는 개인에 대한 보호는 가능하더라도 공연이나 전시를 만드는 제작자의 저작권 및 권리 보호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무신사에 따르면 이번 서비스 중지 결정 역시 공연산업계와의 소통 끝에 나왔다. 솔드아웃은 최근 사단법인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간담회를 열고 해당 서비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논의했다. 고가 티켓 거래 관행이 아티스트와 제작자의 권리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비대면 및 대면 방식으로 협회와 몇 차례 만나 논의를 진행했다. 권리 보호와 더불어 공연산업을 존중하고 보호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주력 분야인 스니커즈와 패션 분야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콜라보를 추진하고, 카테고리 추가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티켓베이 지분 쥔 크림도 시장 초읽기
상황은 일단락됐지만 티켓 리셀과 관련한 논란은 재점화될 가능성이 크다. 리셀 업계 1위 네이버 크림도 상품 카테고리를 확장하는 일환으로 향후 티켓 거래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크림은 올해 3월 티켓베이의 지분 43.14%를 확보하며 티켓 분야 진출을 공식화한 상태다. 티켓베이는 국내 최대 규모의 티켓 거래 C2C 플랫폼으로 개인이 공연, 스포츠부터 여행, 숙박까지 다양한 티켓을 사고파는 곳이다.
지분 취득 목적은 ‘전략적 사업 시너지 강화’다. 아직까지는 투자 차원이라는 설명이지만 웃돈 판매가 당연시되는 인기 공연과 스포츠 경기 관람권 거래 시장은 리셀 업계가 놓칠 수 없는 대표적인 분야다. 실제로 크림이 2대 주주로 올라서며 투입한 43억여 원의 인수 금액은 티켓베이 운영사 팀플러스 자기자본의 680%에 달할 정도로 프리미엄이 붙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리셀 플랫폼이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카테고리 확장이 필수로 꼽힌다. 네이버의 C2C 사업 전초기지 격인 크림은 불과 2년 만에 기업가치가 10배 이상 뛰어 9700억~98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적자 해소는 풀어야 할 과제다. 크림은 8월 1일자로 4개월 만에 수수료 인상을 거듭하는 등 수익모델 정상화에 돌입했다. 다만 신발 리셀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시장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새로운 영역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네이버는 패션을 넘어 애플 등 테크 분야를 강화하며 한정판·하이엔드 리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해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크림을 두고 “리셀 상품 카테고리를 지속 확장해 국내 1위 C2C 커머스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도 크림이 관련 서비스에 뛰어드는 것은 시간문제로 본다. 업계 관계자는 “등기임원 등 인사 교류까지 이뤄진 최근의 흐름을 보면 시간이나 비용 측면에서 이미 투입된 비용이 상당할 것”이라며 “크림이 티켓 리셀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기정사실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티켓 리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컸던 만큼 반발을 잠재울 수 있도록 사업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제도화 역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법상 온라인에서는 오프라인과 달리 티켓을 재판매하는 행위를 규제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오프라인 암표 거래가 불법으로 다뤄지는 상황에서 티켓 리셀 중개는 주요 플랫폼 기업들이 운영하는 서비스로 권장할 만한 사업은 아니다”며 “경쟁사가 반대에 부딪혀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제도적, 사회적 합의 없이 다시 시장에 뛰어든다면 더 큰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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